홍석천 '이상형' 토크가 주는 무례함 (전참시) [TV와치]

서지현 2021. 5. 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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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지현 기자]

과장된 리액션으로 질겁하는 표정을 짓는다.

'성소수자'에게 이상형으로 지목 됐다는 이유 때문이다.

5월 15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에서는 방송인 홍석천과 매니저 지준배 씨의 하루가 그려졌다.

이날 지준배 씨는 "아무래도 석천이 형 캐릭터가 있다 보니 주변에서 매니저가 됐다고 했을 때 신기해하면서도, 걱정도 했다"며 "형의 이미지가 어떻게 보일 진 모르겠지만 무엇보다 안전한(?) 형, 안전한 오빠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고자 출연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석천은 지준배 씨와 아침식사를 하며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준배 씨는 홍석천의 이상형에 대해 "몸은 큰데 다 근육인 분이어야 할 것 같다"고 추측했다. 스튜디오에서 VCR을 지켜보던 '전참시' 멤버들은 함께 출연한 가수 KCM을 지목했다. 이에 홍석천이 "앞머리를 올려야 한다"고 말하자 멤버들은 다시 서로를 바라보며 묘한 긴장감과 눈치싸움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 전현무는 이날 앞머리를 올리고 출연한 유병재를 지목했다. 이에 유병재는 필사적으로 앞머리 한가닥을 내리며 "아니야 나 내렸잖아"라고 부인했다. 또한 KCM은 "저는 앞머리를 올린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홍석천이 "요즘 이상형은 양세형이다. 귀엽잖아"라고 밝히자 멤버들은 "걸렸다. 축하합니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이에 양세형은 숙연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홍석천의 이상형에 대한 토크는 예능적 요소 중 하나다. 그동안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들의 이상형을 묻는 것은 필수코스 중 하나였다. 다만, 홍석천이 아닌 다른 여성 연예인, 남성 연예인이 출연해 이상형을 밝혔을 때도 마치 폭탄 돌리기처럼 서로에게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을지 의문이 남는다. 물론 홍석천도 예능식으로 이상형을 밝히고 양세형을 짓궂게 몰아가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이에 더해 멤버들마저 홍석천의 이상형 지목을 피하기 위해 과장된 리액션을 함으로써 성소수자 편견을 더욱 견고히 했다는 점에서 짙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동안 홍석천은 성소수자임을 공공연히 밝혀온 인물이다. 또한 본인 역시 이를 예능적 캐릭터로 소비하며 이른바 '안전한 형' '안전한 오빠'가 됐다. 그러나 이는 곧 양날의 검이 됐고, 고착된 이미지가 되며 수많은 애로사항을 남겼다. 이에 매니저 지준배 씨는 "홍석천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자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참시' 일부 멤버들은 홍석천의 이상형에 대해 장난스럽게 질겁하고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으로 다른 출연진을 이상형으로 내미는 등 다소 무례한 행동을 보였다.

이 같은 성소수자를 향한 몰아가기와 기피하는 부분은 온전히 예능으로 보기엔 불편한 감이 있다. 이들의 예능 속엔 엄연한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가 깔려있기 때문일 터다. 현실 속엔 성소수자보다 이성애자가 더 많다고 할지라도, 모든 이성들이 자신을 좋아하진 않는다. 반대로 생각하면 성소수자라고 할지라도 모든 동성을 좋아하진 않는다는 공식이 성립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예능 속에서 소비되는 성소수자들은 우선 동성이라고 하면, 모든 이들을 잠재적 연애 상대가 여긴다는 편협한 관점을 노출시키며 이상형을 질문한 뒤 "나를 꼽지 말아 달라"는 식의 어필을 한다.

심지어 이날 지준배 씨는 홍석천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전참시' 멤버들은 여전히 홍석천을 그저 '성소수자'로만 여겼다. 홍석천과 지준배 씨의 농담에도, 그의 이상형 발언에도 연신 과장된 리액션으로 일관했다. 배려심 부족한 '전참시' 멤버들의 모습이 무례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자업자득일 것이다. (사진=MBC '전지적 참견 시점')

뉴스엔 서지현 sjay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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