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회 백상] 왕들의 전쟁, 진정한 연기본좌 맞대결 男 최우수

황소영 2021. 5. 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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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회 백상예술대상

왕들의 전쟁이다. 연기력이면 연기력, 흥행력이면 흥행력까지 갖춘 연기 '본좌'들이 백상 트로피를 두고 맞대결을 벌인다. 트로피는 단 하나, 트로피의 주인은 누가 될까. 후보자들의 이름만 들어도 쟁쟁해 이번 백상예술대상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주요 부문 중 하나다. 57회 백상예술대상은 5월 13일 오후 9시부터 JTBC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배우 김수현은 전역 후 오랜 기다림 끝에 시청자들과 만났다. 그가 택한 작품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기대작으로 주목받았다.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로 분했다. 정신병동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감당하면서 집에서는 자폐 스펙트럼을 앓는 형 오정세(문상태)를 보호했다. 동생이지만 의젓한 모습으로 형을 위해 헌신했다. 버거워도 괜찮은 척 버텨왔던 시간들 속 서예지(고문영)를 만나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변화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눈빛을 통해 내면의 우울함과 공허함, 외로움을 담아냈던 김수현. 묵묵하게 캐릭터의 서사를 써갔고 그가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 자체로 시청자들에게 힐링과 공감을 전했다. 서예지와는 독특하면서도 애틋한 로맨스를 그렸고, 오정세와는 가슴 찡한 형제애로 따뜻하게 물들였다.

악인을 악인의 방식으로 처단하며 통쾌한 사이다를 선사한 송중기는 tvN 드라마 '빈센조'로 인생 캐릭터를 다시 썼다. 냉혹한 전략가이자 변호사 콘실리에리 빈센조 까사노 역을 소화, '다크 히어로'로 활약했다. 냉철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부터 재치를 살린 코믹함, 강렬한 액션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넥타이 매는 법을 따로 연구했을 정도로 외적인 변화에도 심혈을 기울여 싱크로율 높은 연기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연기력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스스로의 연기 틀을 깬 작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빈센조'를 한 후 내 안의 생각이 와장창 깨졌다. 지금까지 배우로서 많이 갇혀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겁내지 말고 무조건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면서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내비쳤다.

'연기 괴물' 신하균은 심나연 PD가 JTBC 드라마 '괴물'의 1회 엔딩신만 보고도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다고 단언했을 정도로 이름값에 어울린 연기를 펼쳤다. 소름 끼치는 연기로 시선을 압도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을 연상하게 하는 레트로 한 감성이 깔린 만양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뤘다. 20년 전 발생한 미제 살인사건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살인사건의 연결고리를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겼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으로 그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도통 알 수 없게 했다. 미제사건 피해자 가족의 내면적 고통과 아픔, 슬픔이 디테일한 감정선으로 담겨 심리 스릴러의 묘미를 살렸다.

엄기준은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통해 '악역 끝판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상류층만 입성할 수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 헤라 팰리스의 최고 권력자로 끊임없는 악행을 펼쳤다. 아내인 이지아(심수련)를 두고 김소연(천서진)과 불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시신 유기·자녀 폭행·청부 살인 등 각종 악행의 중심에 섰다. 자신의 야망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하나라도 등장하면 피를 묻혀서라도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인물 주단태로 안방극장의 분노 지수를 높였다. 날카로운 눈매에 서늘한 눈빛을 더해 '국민 나쁜 놈'에 등극했다. 엄기준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살기 가득한 주단태가 완성될 수 있었을까.

tvN 드라마 '악의 꽃'에서 사랑마저 연기한 남자 백희성으로 충격을 선사했던 이준기. 14년 동안 사랑한 남편이 연쇄 살인마로 의심되는 상황 속 그의 실체가 무엇인지 의심하게 하며 고밀도 감성 추적극의 서사를 촘촘하게 그려갔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 의심하며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단조롭게 표현되면 무감정의 사이코패스로 보일 수 있었지만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리액션과 눈빛으로 설득력을 담았다. 대역 없이 직접 처절하게 내몰리는 신들을 소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 덕분에 고난도 액션에 감정까지 깃든 명장면들이 탄생했고 '악의 꽃'은 입소문을 타고 보다 빨리 탄탄한 시청층을 확보했다. 새롭다 못해 창의적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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