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상'에서 '국민 MC'로, 유재석 인생 바꾼 첫 무대

김상화 2021. 5. 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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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어린이날 열린 제1회 KBS <대학개그제> , 유명 예능인 대거 배출

[김상화 기자]

 지난 1991년 5월5일 열린 제1회 KBS대학개그제. 대상 수상자인 김용만을 비롯한 다수의 입상자들은 지금까지 한국 TV 예능을 이끈 주역으로 성장했다.
ⓒ KBS
 
유재석, 김국진, 김용만, 박수홍, 남희석. 이들의 공통점은? 한시대를 풍미한 개그맨이면서 같은 날짜에 데뷔한 희극인들이라는 것이다. 지난 1991년 5월 5일 열린 <제1회 KBS 대학개그제>는 한국 코미디계의 걸출한 스타들을 동시에 배출한 전무후무한 경연대회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공채 코미디언, 개그맨 선발이 매년 열리긴 했지만 이때처럼 초대형 행사로 치러진 경우는 드물었다. 1-2차 예선을 거쳐 최종 본선에 오른 그때의 유망주(KBS 공채 7기)들은 입상 이후 각종 코미디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며 30주년을 맞이한 현재까지도 TV 공간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따로 참가했던 김용만·김국진, 훗날 명콤비로 맹활약
 
 지난 1991년 5월5일 열린 제1회 KBS대학개그제의 한 장면. 김용만과 김국진 등은 이 대회가 배출한 스타들이다.
ⓒ KBS
 
30년 전 대학개그제 최고 영예인 대상 수상자는 양원경, 그리고 그와 팀을 이룬 김용만이었다. 훗날 김국진(동상)과 명콤비로 맹활약한 김용만이었지만 이때만 해도 대학 절친들과 함께 각자 참가했던 남남 사이였다. 하지만 이후 공채 선발 후 뜻을 같이 하면서 개그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여기엔 또 다른 입상 동기 박수홍(동상), 김수용(장려상)의 역할도 큰 몫을 담당했다. 이른바 '감자골'이라는 팀으로 규합, <한바탕 웃음으로> 등 KBS 코미디 프로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MBC 이적 과정에서 선배 코미디언들과의 갈등 속에 활동 중단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던 이들 4인방(김국진, 김용만, 박수홍, 김수용)은 각각 MBC, SBS 등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1990년대 각종 예능 프로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김국진은 TV드라마 주연까지 꿰차는가 하면 김용만 역시 수려한 입담을 기반으로 MBC  <브레인 서바이벌>, <느낌표 > 등에서 명 MC로 활약했다.   

박수홍·남희석 등 개그계 청춘 스타 대거 배출
 
 지난 1991년 5월5일 열린 제1회 KBS대학개그제에 출전한 박수홍과 남희석.
ⓒ KBS
 
'감자골 4인방' 못지않게 또 다른 동기들도 제1회 대학개그제를 통해 공채 개그맨으로 선발되면서 발굴의 기량을 선보였다. 정식 데뷔 이전 고교 재학 중 KBS <자니윤쇼>에 출연해 입담을 뽐내기도 했던 남희석(은상)은 군복무를 마친 1990년대 중반 이후 각종 예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자리잡았다.  

SBS <좋은 친구들>을 거쳐 이휘재와 콤비로 즐거움을 선사한 <멋진 만남>, KBS <한국이 보인다> 등을 통해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한다. 박수홍 또한 SBS <기쁜 우리 토요일>, <좋은 친구들> 등을 성공시켰고 박경림과 공동 MC를 맡았던 <아름다운 밤>에선 예능 음원 제작의 원조격인 '박고테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한편 당시 입상자 중에는 코미디 대신 배우로 전업, 제2의 인생을 사는 인물도 다수 존재한다. 윤기원(장려상)은 1996년 SBS 공채 탤런트로 방향을 선회했고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 시트콤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렸다. 유재석과 콤비로 나서 장려상을 받았던 최승경 또한 각종 드라마 속 감초 연기자로 개그맨 시절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국민 MC 유재석, 시작은 미약했지만 이제는 대스타
 
 지난 1991년 5월5일 열린 제1회 KBS대학개그제. 최승경과 팀을 이뤄 출전했던 유재석은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받진 못했었다.
ⓒ KBS
 
제1회 대학개그제가 낳은 또 다른 스타는 바로 '국민 MC' 유재석이다. 물론 그 당시 유재석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일 여러 토크쇼를 통해 본인이 직접 언급했던 바로는 상금도 없는 가장 낮은 수상부문인 장려상에 이름이 호명되자 다소 시큰둥한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개그맨 선배들에게 크게 혼났었다고 한다. 여러 개그 코너 속 반장, 철없는 남편 등 그리 비중이 높지 않은 밉상 캐릭터를 맡아 온 유재석은 1990년대 중반까지 그저 그런 평범한 코미디언이었다. 

메뚜기 탈을 쓴 리포터를 비롯해서 <서세원쇼>의 대표 코너인 토크박스 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쌓은 유재석은 점차 각종 예능 프로그램 속 코너 MC로 착실히 경력을 쌓으며 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선 MBC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와 <느낌표>,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에서 제대로 진가를 발휘하게 되었다. 그 후 KBS <해피투게더>, SBS < X맨을 찾아라 >, 그리고 MBC <무모한 도전>과 <무한도전>을 통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유재석으로 우뚝 섰다.

30년 전 열린 개그맨 선발대회가 이렇듯 수많은 스타들을 탄생시킬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들은 당시만 해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KBS 공채 7기 개그맨들 상당수는 한국 예능 역사에 크든 작든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올릴 만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 그들이 있었기에 TV 예능의 현재가 존재하는 건 아닐까. 위대한 예능인들의 데뷔 30주년을 박수로 축하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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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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