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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학습결손'보다 더 두려운 이것의 상실

이정희 입력 2021. 05. 0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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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 YTN 탐사보고서 기록 > '교육재난 2부 : 학교의 재발견

[이정희 기자]

 < YTN탐사보고서 기록 > - 교육 재난 2부 : 학교의 재발견
ⓒ YTN
 
은빛초등학교 5학년 담임인 원수정 선생님은 코로나로 인해 반 아이들을 1주일에 한번밖에 만날 수 없었다. 자주 볼 수 없게 되자 아이들과의 관계가 희미해져갔다. 아이들은 얼굴을 반쯤 가린 마스크 속에 숨어버렸다. 표정을 지워버린 마스크. 학생들과의 단절된 느낌이 공포스러웠다고 선생님은 고백한다. 문 닫힌 교실은 '교사'로서의 존재감마저 위기에 몰아넣었다. 

코로나로 인해  개학을 미루고 온라인 수업을 이어가던 학교가 등교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 5월 등교를 재개한 우선 대상은 고등학교 3학년. 눈 앞에 닥친 '수능'을 우선한 결정이었다.

외국은 어떨까?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은 12세 이하의 어린이들부터 등교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학교가 필요한 대상은 수험생이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보다 어린 학생들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등교 결정 과정에서 그 사회가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났다. 우리나라에서 학교는 돌봄을 위한 곳이 아니라 입시 대비 기관으로 여겨지는 것일까.

< YTN 탐사 보고서 기록 > - '교육 재난 1부'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 심화된 우리나라의 교육 격차를 살펴보았다(관련 기사 : 학교보다 태블릿이 더 친숙한 아이... 그보다 더 충격인 건 http://omn.kr/1t1qv). 4월 27일 방영된 2부에서는 학습을 넘어 학교의 존재 의미를 물었다. 

아이들이 등교를 하기 시작한 후 이루어진 은빛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회의 시간. 선생님들은 또래보다 늦어진 학생들의 사회성 발달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우려를 표했다.

심각하게는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 하는 걸 어려워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코로나 이후 이어진 오랜 학교생활의 부재는 또래에 맞는 사회성과 정서에 큰 후유증을 남겼다. 아이들은 학교 생활을 통해 그 나이대에 맞는 의사 소통과 문제 해결 방식을 배워야 하는데, 장기간의 단절이 사회성 학습에 결손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학교를 가지 않은 아이들의 '무기력증'을 호소한다. 시간에 맞춰 일어나야 한다거나, 끼니 때에 밥을 먹는 등의 규칙적인 생활 자체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고등학교 학생의 40%가 원격 수업을 선호한다고 한다(경기도교육청이 지난 1월 학생 9만 89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이는 무기력증을 넘어선 퇴행적 적응의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아이들이 직접적인 대면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는 고립적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인터넷 환경은 유튜브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문제는 이런 가상의 공간은 감정을 소비하기만 할 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친구랑 부딪힐 필요가 없는 정서적 삶이 가상화되는 현실에 많은 청소년들이 익숙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학습의 지체 
 
 < YTN탐사보고서 기록 > - 교육 재난 2부 : 학교의 재발견
ⓒ YTN
 
유네스코는 코로나 팬데믹의 기간 중 전세계적으로 평균 6.5개월의 학습 결손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사회 정서적 기능에 있어서의 심각한 후유증에 주목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 정서적 기능은 자신의 의견을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고, 건설적인 방법으로 다름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고립된 학습적 환경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사회화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의 폴 레빌 교수는 관계의 단절에 주목했다. 그는 학습 진도는 따라잡을 수 있지만 사회성의 핵심이 되는 공감 능력, 즉 타인의 어려움을 나의 감정으로 소화해 낼 수 있는 능력의 회복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3월 29일에 개최된 유네스코 회의에는 70개국의 장차관이 모였다. 여기에서 디디에 주르당 교수는 학교는 학습 손실은 물론, 사회성 결여를 피하기 위해 가장 마지막에 문 닫고 가장 먼저 열어야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디디에 교수의 입장은 2020년 12월 발표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논문에도 담겨 있다. 학교 폐쇄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클럽이나 식당 등 불특정 다수의 집합 공간과 다른 학교는 예방 차원에서 관리가 가능하며 교사들은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외려 마트나 백화점보다 안전할 수 있다. 

물론 학교는 중앙 정부의 지침에 따라야 하는 하부 기관이다. 하지만 그 지침조차도 학교 구성원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운용될 수 있다고 다큐는 지적한다. 

학교, 어쩌면 가장 안전한 공간 
 
 < YTN탐사보고서 기록 > - 교육 재난 2부 : 학교의 재발견
ⓒ YTN
은빛초등학교는 정부지침으로 급식 정도가 허용되자, 급식만 먹으러 학교에 가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학부모 설문조사와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 문을 열었다. 학년별로 등하교 시간을 달리하고, 동선을 엇갈리게 하여 접촉 여지를 최대한 줄여 아이들에게 학교를 되돌려 준 것이다. 학원 시간 등으로 학부모 사이에 이견이 있었지만 '사교육보다 공교육이 우선'해야 한다는 모두의 의지가 복잡한 등하교 일정을 해결했다. 

은평구 산새마을 가파른 언덕 위에 자리잡은 조그만 분식집.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가지 못한 아이들이 모여든다. 분식집 이모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인 이들은 비좁은 분식집 구석에 모여 숙제를 하고 수다를 떤다. 학교가, 가정이 채워주지 못한 관계의 결핍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아현동 봉제 공장 동네의 또보자 마을 학교의 역할도 다르지 않다. 나이 제한 없이 야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 서로 다른 연령의 아이들은 서로 도우며 관계를 형성해간다. 집에 혼자 있으면 얻을 수 없는 배움이다. 이런 관계 형성의 능력은 성인이 된 뒤에 사회를 살아갈 자원이 된다. 

전세계 학령 인구 16억이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그 중 10억여 명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공동체의 존재 이유가 상실되어 가고 있다. '나'만 있으면 되는 사회,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조차 키워주지 않는 사회는 그 무엇보다 가장 암울한 디스토피아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5252-jh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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