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모범택시', 다크 히어로의 이유 있는 흥행 [ST포커스]

현혜선 기자 입력 2021. 4. 22. 17: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빈센조 / 사진=tvN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빈센조', '모범택시'가 나란히 다크 히어로를 앞세워 인기몰이 중이다. 시청자들이 다크 히어로의 매력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다크 히어로는 선역이나 영웅에 해당되지만, 전통적인 히어로와 비교했을 때 사회의 규칙이나 사소한 도덕적 문제 등을 쉽게 무시하는 캐릭터다. 전통적인 히어로는 기본적으로 선하고 정의로우며 행동 방식 또한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크 히어로는 정의의 편이라는 점에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악에 대응하기 위해 악을 자처하는 점에서 다르다.

다크 히어로로 평가받는 대표적인 캐릭터로는 배트맨, 헐크, 울버린 등이 있다.

이런 다크 히어로가 최근 국내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우선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극본 박재범·연출 김희원)다. '빈센조'는 조직의 배신으로 한국으로 오게 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송중기)가 베테랑 독종 변호사 홍차영(전여빈)과 함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다.

선과 악의 구도를 벗어나 악당의 방식으로 악당을 응징하는 '빈센조'의 서사는 색다른 쾌감을 선사했다. 빈센조는 빌런들의 카르텔을 무너뜨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했다. 독하고 뻔뻔하게, 때론 악보다 더 악랄하게 빌런을 대적한 것. 적의 뒤통수를 때리고, 미남계를 쓰기도 하며 납치와 협박은 일상적이기까지 했다. 전통적인 히어로와는 다른 모습이다.

시청자들은 짜릿한 다크 히어로의 활약에 시청률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빈센조'는 전국 유료플랫폼 기준 최고 시청률 11.4%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모범택시 / 사진=SBS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극본 오상호·연출 박준우) 역시 다크 히어로를 앞세웠다. '모범택시'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노동 착취 피해자, 학교 폭력 피해자 등 '모범택시'는 우리 주변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들을 위해 대신 나섰다. 법의 테두리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두고 피해자 편에 서서 철저히 복수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비는 없었다. 빌런들을 가두고 납치하는 것은 물론, 피해자가 당한 방식을 고스란히 갚아 주면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모범택시'의 시청률도 상승세다.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첫 방송은 10.7%로 시작하더니 2주 만에 15% 돌파했다. 카타르시스 액션이 제대로 통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다크 히어로물은 최근 대세로 떠올랐다. 그간 전통적인 히어로들에게서 느끼지 못한 통쾌함이 시청자들을 자극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통적인 히어로는 철저하게 선과 정의의 편이다. 빌런을 제압하는 것도 대개 선한 방식, 법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진다. 때문에 빌런에게 당하거나, 함정에 빠지는 등의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보통 히어로물에서는 이런 일들을 주인공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

다만 빌런에게 당하는 히어로의 모습이 장기적으로 이뤄지거나, 최종적으로 빌런을 꺾는 모습이 지지부진하면 시청자들의 원성을 살 가능성이 높다. 다크 히어로는 이 틈을 파고든다. 기존 히어로물의 공식을 부수고 새로운 틀을 만드는 셈이다. 통쾌함과 신선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또 현실적인 법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일들을 다크 히어로들이 대신 해결해 준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 촉법소년의 범죄 등은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형법에 따르면 심신미약 상태는 형을 감경하고,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형사책임이 없다. 이를 이용한 범죄들이 꾸준히 늘면서 대중의 공분을 산 가운데 다크 히어로들이 대신 복수해 주는 지점에서 '사이다'를 느낀 것이다.

이처럼 '빈센조'와 '모범택시'는 사회적 현상 등과 맞물려 인기를 끌고 있다. 당분간 다크 히어로의 활약과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Copyright © 스포츠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