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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에 이어 '모범택시'까지, 실망감이 밀려왔다

김민비 입력 2021. 04. 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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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 SBS 드라마 <모범택시> 의 인기가 달갑지 않은 이유

[김민비 기자]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메인 포스터
ⓒ SBS
 
방영 전부터 불거진 논란을 딛고 출발한 <모범택시>에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의 기사 김도기(이제훈 역)가 억울한 피해자의 의뢰를 받아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동명 웹툰의 독자를 예비 시청층으로 흡수하며, 일찍이 기대를 모았다.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흥행은 예견된 수순이었지만, 주요 배역을 맡았던 에이프릴 멤버 이나은이 그룹 내 왕따 의혹으로 중도 하차해 난항을 겪었다. 시작 전부터 홍역을 치른 <모범택시>는 방영과 동시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코리아 4월 10일 기준 13.5%). 시청률 면에선 순탄한 출발이었다.

그러나 일부 대중의 반응은 달랐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가학적인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다는 이유로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카타르시스로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윤리의 방지턱에 걸려 넘어지고 만 것이다.

가학성 논란으로 '도마 위'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속 문제의 장면
ⓒ SBS
 
4월 9일 방송된 '모범택시' 1회는 가학성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장애인을 상대로 한 끔찍한 폭행과 성적 유린의 과정이 적나라하게 그려졌다는 것이다. 극 중 의뢰인으로 등장한 강마리아(조인 역)는 보육원에서 자란 지적 장애 3급인 인물이다. 보호 종료 시점인 만 18세가 된 뒤 보험설계사 최종숙의 알선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알려진 젓갈 공장에 취직하게 된다.

하지만 대표는 사무 업무를 지원한 강마리아에게 생선 손질을 요구하고, 거부하자 생선으로 가득 찬 대야에 머리를 집어넣는다. 냉동고 안에 가두고, 몸과 얼굴에 소금과 물을 뿌리는 것은 예사다. 강마리아는 그 길로 공장에서 도망쳐 나와 도움을 청하지만, 뒷돈을 받은 경찰은 그를 다시 업체로 돌려보낸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마리아는 대표의 처남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방영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의 자성을 촉구하는 게시글이 빗발쳤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연출을 내세웠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드라마가 19세 이상 관람가로 편성된 점, 시청자들도 자극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점을 들어 항변하는 목소리도 드물게 있었으나, 뭇매를 맞았다.

한 누리꾼은 문신과 상표 노출은 금지하는 방송이 정작 학대 장면은 용인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앞서 SBS 드라마가 <황후의 품격>과 <펜트하우스>로 여러 차례 자극성 논란에 시달렸던 바, 그 부실을 다시금 노출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스틸 이미지
ⓒ SBS
   
한국 드라마는 언제나 사회와 함께 호흡해 왔다. 범죄를 다룬 정의 실현극이 꾸준히 사랑받았던 이유다. 공권력의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사건은 시청자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 충분했고, <모범택시>는 대중 심리를 이용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실제 사건을 재현하고자 했다. 현실에서 제대로 처벌되지 않은 사건을 드라마 속에서 통쾌하게 해결하겠다는 것이 감독의 변이다.

그러나 모티프가 된 실제 사건이 있고, 설령 그 전말이 잔혹했다고 할지라도 피해자의 고통을 필요 이상으로 전시할 필요는 없다. 이는 재현의 윤리를 배제한 위험한 생각이다. 피해 상황에 치중한 나머지, 작위적인 불행을 거듭 주입하는 것은 가해자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단면적인 연출이다. 피해자의 고통스러운 삶을 전시하고, 그것을 즐기는 가해자의 모습은 '불행 포르노'라는 개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자극성이 주는 수익을 포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시청률이 보장된다면, 윤리쯤은 뒤로 미뤄도 좋다는 자본주의 논리가 용인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동시간대 드라마와 경쟁해야 한다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윤리적 전망을 남기지 못한다면, 선한 복수로 피해자의 편에 서겠다는 기획 의도를 놓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해 수위가 사안의 심각성을 결정 짓는 것이 아닌데도 제작진은 피해 상황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며, 강조했다. 자극적인 구성과 겁에 질린 피해자의 얼굴은 선정성을 고조하는 결과를 낳았다. 겉은 사회 고발, 속은 화제성에 기댄 드라마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는 비윤리적 작태다.

모든 드라마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사안의 정도에 따라 그것은 또 다른 가해가 된다. 비교적 높은 시청률로 순탄한 출발을 알린 <모범택시>는 가학성 논란에 발목을 잡혔다. 극적 장치였다는 말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이 작품의 시청률 고공 행진이 달갑지 않았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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