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도 탈락한 신박한 오디션, '놀면뭐하니' 제작진의 기발함

김상화 입력 2021. 3. 28. 11:57 수정 2021. 3. 2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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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 MBC <놀면 뭐하니?> , 이색 보컬 그룹 탄생 예감

[김상화 기자]

 지난 27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이번엔 신규 캐릭터 '유야호'를 내세워 보컬그룹 만들기에 나섰다.
ⓒ MBC
 
MBC <놀면 뭐하니?>가 이번엔 보컬 그룹 만들기에 나섰다. 지난 27일 방영된 <놀면 뭐하니?>는 한동안 숨고르기 상태에 있었던 '음악 예능'을 다시 한번 꺼내 들었다. 모처럼 제작진의 호출을 받은 유재석은 과거 <무한도전> 시절 '타임리스'(SG워너비)를 자주 불렀다는 이유로 본인 의지와 상관 없이그룹 MSG워너비 만들기를 요청 받는다. 그렇게 '부캐' 유야호가 만들어졌다.

미드 템포 R&B가 지배하던 2000년대만 하더라도 플라이투더스카이, SG워너비, VOS, 노을, 먼데이키즈 등 보컬이 중심이 되는 팀들이 큰 인기를 얻었다. 반면  '소몰이 창법'이라는 애칭처럼 천편일률적인 곡들이 다수 생산되면서 이에 식상함을 느낀 대중들의 외면으로 힘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시대는 돌고 도는 법. 보컬 중심 그룹에 대한 그리움이 조금씩 피어나는 요즘이기도 하다. 각종 음원 순위에선 노을, VOS 같은 관록의 가수들 노래가 꾸준히 강세를 보이는 게 대표적이다. 가요계 '새로운 미다스의 손' 유야호는 신규 프로젝트 'MSG워너비'를 성공시킬 수 있을까?

파격적인 기준으로 정면 돌파 
 
 지난 27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유야호(유재석)가 마련한 기준에 의해 인기그룹 잔나비 보컬 최정훈이 1차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 MBC
 
지난해 '싹쓰리', '환불원정대', '유르페우스' 등 각종 음악 관련 기획으로 큰 사랑을 받은 <놀면 뭐하니?>였지만 올해 들어선 잠시 이들 부캐를 뒤로 미뤄 놓고 '2021 동거동락', 'H&H 주식회사' 등 다른 소재들로 토요일 저녁시간을 채워나갔다.  

이들 방영분들이 선전을 펼치긴 했지만 '부캐 놀이'로 각인된 시청자들의 입맛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재석의 고생담이 사라지다 보니 <놀면 뭐하니?>만의 흡인력이 감소하는 역효과도 발생한다. 이를 고려한 제작진의 판단인지는 몰라도 결국 잠시 봉인해뒀던 비장의 카드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기에 이른다.

<놀면 뭐하니?>를 2020년 TV예능계 최고의 인기 상품으로 올려 놓았을 만큼 음악 예능은 김태호 PD 및 유재석에겐 최적의 놀이터다. 반면 수개월에 걸친 장기 방영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존재할 만큼 신선함이라는 숙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더군다나 가칭 'MSG워너비'라는 그룹명 때문에 '소몰이 창법'의 재현이 아니냐는 걱정과 우려감이 방영 전 일부 시청자들로 부터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복면가왕> 또는 <보이스코리아>에서 활용된 블라인드 오디션 기법을 살짝 차용함으로써 자칫 뻔할 수 있는 음악 예능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엿보인다. 여기에 '탑(정상)'에 오른 사람은 제외시키고 원석을 뽑겠다는 유야호만의 원칙을 앞세운 것. 덕분에 걸출한 보컬리스트 최정훈(잔나비)이 1차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도경완이 여기서 왜 나와?
 
 지난 27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유재석의 '런닝맨' 동료로 추정되는 모 개그맨이 출연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 MBC
 
이날 <놀면 뭐하니?>에선 독특한 참가자들의 등장이 큰 재미를 선사했다. 닉네임 '송중기'로 등장한 1번 참가자는 발라드에 최적화된 감미로운 목소리로 1차 관문을 통과하고 2차 면접 시험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칭 1991년생이라고 주장하는 '송중기'는 여기서도 제법 안정된 창법으로 오디션을 수행하지만 보면 볼수록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1966년생 유명 개그맨 <런닝맨> 지석진을 연상시키기에 이른다. 결국 노래 가사, 가수명을 듣고 떠오르는 이름을 말하는 '연령대 테스트'에서 그 실체를 99%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또 다른 의외의 장면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도경완의 등장이었다. 기대 이상의 가창력으로 역시 2차 오디션에 초대된 닉네임 '이정재'는 "집안이 음악인으로 구성돼 있어서 참가했다"고 밝히면서 "스타가 되고 싶다"라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그런데 이날 부른 목소리는 1990년대 인기가수 김정민의 그것과 매우 흡사했기에 유야호 및 많은 시청자들은 "정민이형 나왔네"라는 반응을 내비친다.  

계속된 테스트에서도 유사성이 엿보이자 결국 유야호는 그를 '정상에 올랐던 사람'으로 생각해 탈락처리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잠시 후 블라인드를 올리자 도경완 아나운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황한 유야호를 향해 시종일관 억울한 표정을 지은 도경완 아나운서는 <놀면 뭐하니?>가 마련한 깜짝 카드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이색 보컬 그룹의 탄생 예감
 
 지난 27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연우 아빠' 도경완 아나운서의 깜짝 등장은 이날 방송에서 큰 웃음을 만들어냈다.
ⓒ MBC
 
<놀면 뭐하니?>만의 독자성이 강조된 팀 탄생을 예고하면서 다음 회에 대한 본방 사수 욕구를 높여줬다. 이는 지난해 비, 이효리, 엄정화, 제시, 화사 등 걸출한 스타들로 채웠던 전작들의 조합에서 탈피하려는 제작진 나름의 선택으로 여겨진다.   

음악 예능 전문 제작진 이상으로 각종 가요 소재 기획을 대성공으로 이끈 김태호 PD였던 만큼 보컬 그룹 결성 도전 역시 첫 회만으로도 성공 예감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다. 자칫 뻔한 그림이 예측될 법한 순간, 상황을 180도 바꿔 놓으며 시청자들에게 맘 놓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 <놀면 뭐하니?>, 이런게 바로 이 프로그램의 강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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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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