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사고? 사과 쪼갠 K팝 '엔딩 요정'의 비밀

양승준 2021. 3. 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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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SBS '인기가요'에선 '황당한' 장면이 방송됐다.

생방송 도중 아이돌그룹 멤버 한 명이 갑자기 사과를 꺼내 양손으로 쪼개더니 입으로 쩍 베어 먹는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탄 것이다.

'인기가요'의 장 PD는 "팬데믹으로 공연이 모두 취소되고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길이 점점 막히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이돌들이 음악방송에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기 위해 요즘엔 적극적으로 엔딩 무대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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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으로 소통 위축되자 기상천외한 아이디어 내 교류 시도
코로나19 극복 메시지에 '암호 쪽지'로 이벤트
'밈'으로 소통
그룹 에이티즈 멤버 종호가 14일 생방송된 '인기가요'에서 갑자기 사과를 꺼내 맨손으로 쪼개 씹어 먹고 있다. SBS 방송 캡처

14일 SBS '인기가요'에선 '황당한' 장면이 방송됐다. 생방송 도중 아이돌그룹 멤버 한 명이 갑자기 사과를 꺼내 양손으로 쪼개더니 입으로 쩍 베어 먹는 장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탄 것이다.

'이것은 먹방(먹는 방송)인가, 음악방송인가'. 온라인은 발칵 뒤집혔고, 음악방송에서 사과 쪼개 먹는 가수의 신상을 묻는 글들이 이곳저곳에서 올라왔다. 도발의 주인공은 노래 '불놀이야'로 1위 후보에 오른 그룹 에이티즈 멤버 종호다.

생방송 사고였을까?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음악방송 '파격 엔딩' 유형이다. 본 무대가 끝날 때쯤이면 3~5초 동안 특정 아이돌 멤버 얼굴을 클로즈업해 무대를 마무리하는 게 음악방송 촬영 방식인데, 엔딩을 눈에 잔뜩 힘을 준 채 온갖 멋진 표정으로 끝내는 건 철 지난 유행이 된 지 오래다.

아이돌은 기발하면서도 엉뚱한 아이디어를 총동원해 저마다의 엔딩을 장식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파격 엔딩으로 짧은 시간, 긴 여운을 줘 쏟아지는 아이돌그룹에서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시도다.

종호와 정익승 '인기가요' PD가 24일 본보에 직접 들려준, 사과 쪼개기 엔딩 준비 과정은 이랬다. '인기가요' 생방송 당일은 3월 14일로 화이트데이였다. 종호와 제작진은 시청자를 위한 깜짝 엔딩 무대를 고민하다 소품으로 사과를 떠올렸다. 다른 예능에서 종호가 솜사탕 뜯어내듯 손쉽게 사과를 맨손으로 툭 쪼개는 모습이 방송됐고, 이 장면이 온라인에서 '짤(움직이는 사진)'로 돌며 화제가 된 게 발단이었다.

몸에 딱 맞는 옷을 입고 격렬한 춤을 추는데 사과를 옷에 집어넣고 있을 수도, 들고 춤을 출 수도 없는 노릇, 대안이 필요했다. 종호는 곡 후반 무대로 등장하는 댄서를 통해 사과를 건네받는 동선을 짰다. 방법을 찾기 못해 처음엔 포기하려다 방송 당일 두 번의 리허설을 거쳐 낸 아이디어였다. 종호는 "점프를 하는 안무가 있어 그 동작에 맞춰 뛸 때 자연스럽게 사과를 건네 받았다"며 "음악방송 끝나고 드라마 '이미테이션' 촬영하러 갔더니 이준영 선배가 '사과 잘 봤다'더라"며 웃었다.

그룹 샤이니 멤버 키가 이달 초 생방송된 '인기가요'에서 갑자기 '곧 민호 나옴'이란 쪽지를 들어 시청자를 놀래켰다. SBS 방송 캡처

파격 엔딩 놀이는 음악방송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그룹 샤이니 멤버인 키는 신곡 '코드' 무대 엔딩에서 느닷없이 '곧 민호 나옴'이란 문구가 적힌 쪽지를 들어 올렸다. 앞서 찍은 다른 곡 무대 사전녹화에서 민호 얼굴이 제일 먼저 나오는 걸 생방송 전 미리 보고 현장에서 바로 낸 아이디어였다. 신유선 '엠카운트다운' PD는 "아이돌 가수들이 자신만의 '밈(Meme·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는 패러디물)'을 활용해 팬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려는 과정에서 '엔딩 요정'이 탄생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룹 스테이씨 멤버 아이사는 '소 배드' 무대에서 '쭉 건강하자'란 뜻의 영어 'STAY HEALTHY'가 적힌 양손을 카메라 앞에 활짝 펴 엔딩을 장식했다. 코로나19 극복 메시지였다.

'인기가요'의 장 PD는 "팬데믹으로 공연이 모두 취소되고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길이 점점 막히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이돌들이 음악방송에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기 위해 요즘엔 적극적으로 엔딩 무대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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