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해 보여도.." 왕자따위 필요 없는 이 공주의 여정

장혜령 2021. 3. 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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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실망시키는 법 없는 디즈니의 마법

[장혜령 기자]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포스터
ⓒ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디즈니 역사상 처음으로 동남아 문화에 영감받아 제작되었다. 목소리 출연진도 아시아계 배우들로 채웠으며 여성 서사도 위화감 없이 진행된다. <겨울왕국>의 북유럽 <모아나>의 폴리네시아 등 다양한 문화로 세계관을 확장한 디즈니 스튜디오의 59번째 애니메이션이다. 이번에 디즈니가 주목한 것은 아시아 문화다. 타문화의 존중과 배려, 알고자 하는 호기심이 디즈니의 가족 중심 표제와 어우러졌다. 조만간 한국은 무대로 한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은근한 기대감도 커진다.

비가 자주 오는 동남아 기후를 반영한 가옥, 모자, 옷 등이 인상적이며, 교통수단과 음식 등 적극적인 현지 분위기를 반영했다. 판타지 모험물이면서도 여행을 하듯 동남아시아 각지의 특색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실제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등을 돌아다니며 직접 체험한 느낌을 영화에 반영했다. 서로 조금씩 문화가 다르지만 결국 진실과 화합의 의미를 다르지 않음을 포착. 영화의 큰 주제로 정했다.

특히 정점에 올라선 디즈니의 기술 진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무술 액션 날렵함, 풍부하고 자연스러운 표정, 총천연색의 화려함과 동시에 이국적인 문화에 흠뻑 빠지도록 돕는다. 라야를 게임 진행을 위해 이용자가 수행하는 임무를 지닌 게이머처럼 두고 지루할 틈 없이 다양한 다섯 부족을 탐색하느라 바쁘다. 이는 마치 용의 형상을 한 쿠만드라의 다섯 지형 송곳니, 심장, 척추, 꼬리, 발톱의 땅에 젬 조각을 찾아 떠나는 퀘스트 게임 같다. 게임에 익숙한 아이들과 게임과 성장한 어른이 같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영리함이 돋보인다.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컷
ⓒ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500년 전 하나의 왕국이었던 쿠만드라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삼키는 악의 세력 드룬이 부활하자 혼란에 빠지며 분열된다. 인간의 수호신 드래곤은 인간을 구하기 위해 희생하며 전설 속으로 사라지고, 드래곤 젬을 남긴다. 심장의 땅의 족장이자 드래곤 젬의 수호자 벤자(대니얼 대 킴)는 분열된 왕국의 화합을 믿고 족장들을 불러 모은다. 하지만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어리석은 인간은 서로 젬을 차지하려는 욕심으로 거짓말과 술수를 거듭하며 위기를 만든다. 그로부터 6년 후. 심장의 땅 계승자 라야(켈리 마리 트란)는 아빠가 이루지 못한 과업을 잇기 위해 마지막 드래곤 시수(아콰피아)를 찾아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전설 속 물의 정령 시수를 만난 라야는 불가분의 관계로 발전한다. 시수는 물의 신 '나가'의 외형과 뱀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졌는데 인간으로 변했을 때 장난기 많은 생김새가 인상적이다. 공포의 대상으로 그리는 서양과 달리 신성시하는 동양 문화가 반영된 정령의 이미지가 크다. 이런 드래곤이 인간과 우정을 나누는 친구라는 설정은 친근감을 넘어 든든한 후원자다. 라야가 세상을 통합하고 평화를 이룰 지도자의 조건에 한 발짝 다가가는 기폭제가 되어준다.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스틸컷
ⓒ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가상의 무대 쿠만드라에서 잃어버린 믿음을 현대사회의 불신과 연결 지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마법이 아닌 서로를 믿는 마음이라 설파한다. 믿음은 인간 존재의 가치를 재정비할 뿐만 아니라 위험에 빠진 상황에도 힘을 모을 수 있게 만든다.

라야는 왕자가 구해주거나 마법 같은 특별한 능력이 없다. 완벽하지도 않은 실수투성이다. 게다가 라야는 오래전 믿음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성선설을 믿었던 아버지를 잃고, 큰 배신마저 당한다. 믿음이 깨져 이어 붙이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수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라도 한 발을 내디뎌야 해"라며 라야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다. 팬데믹 시대에 분열된 세계가 어떻게 힘을 합치면 좋은지 디즈니가 제시한 혜안은 고개를 주억거리게 한다.

무서운 두룬의 위협에서 돌이 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타인을 향한 믿음의 벨트는 더욱 단단히 조여온다. 이는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부모 세대의 조언처럼 들린다. 어떤 이익이 생기지 않아도 타인에게 먼저 손 내밀 수 있는 용기,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연대의 시너지 말이다. 점점 차별과 혐오, 분노가 커지는 세상에서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게 만들고 지킬 것인가를 보여주는 디즈니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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