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에게 얹힌 '시지프스'의 명운 [윤지혜의 슬로우톡]

윤지혜 칼럼 2021. 2. 2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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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무엇이든 가능한 천재공학자는 세계를 위기로부터 구할 책임을 지니기 마련. 비상한 지능이 주어진 대가로 얻은 ‘숙명'이라 할까. 하지만 이를 수긍하며 흔쾌히 책임을 통감하기에는 자신이 치러야 할 희생이 너무 크고, 그래서 이야기는 천재공학자를 주인공으로, 영웅으로 끌어오기 위해 더욱 세밀한 감정선을 주입하여 엮일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아이언맨’과 ‘어벤져스’ 시리즈의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쥬니어)에게 주어진 것은 한날 한시에 부모를 잃는 일이었다. 당시 토니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는 세상에 없던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낼 소재를 개발하는 바람에 이를 빼앗으려는 존재들에 의해 살해를 당한다. 후에 토니가 아이언맨으로서, 히어로로서 주어진 숙명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게 된 본격적인 계기라 하겠다.

보통 이상의 출중한 능력을 지녔다고 그의 재능을 세계에 기부해야 한단 법은 없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성품에 의거한 도의적 책임에 한하는 것이고, 물론 여기에 어떤 수익성이 따른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겠다만. 어찌 되었든 특별히 희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타입도 아니던 토니가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헌신할 의무는 애초부터 없었단 소리다.

결국 토니의 마음에 깊은 상흔을 남긴 부모의 죽음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야한다는 뚜렷한 목적과 어느 정도의 죄책감이 함유된 책임의식을 갖게 했고, 그로 하여금 슈트를 입고 미지의 위협 속으로 뛰어드는 숙명을 받아들이게 만든 것이다. 화려한 액션 이면에 깔려 있는 이 섬세한 고뇌의 현장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제 것인양 온전히 구현해내면서, 아이언맨은 하나의 깊이 있는 영웅적 서사를 형성했다.


동일한 맥락에 위치하는 게 JTBC ‘시지프스: the myth’(이하 ‘시지프스’, 연출 진혁⋅김승호, 극본 이제인⋅전찬호)의 ‘한태술’(조승우)이다.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인 그는 미래를 현재로 좀 더 빠르게 끌어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나, 본래의 속도를 벗어난 미래가 가지고 들어닥친 것들이 선하지만은 않다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여기에 그의 애틋한 형 한태산(허준석)이 휘말려들면서, 태술은 자신과 자신이 거하는 현재를 향한 미래의 거대한 적의와의 싸움을 시작한다.

여기서 태술은 필요하다 싶은 것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천재공학자이자 그로 인해 막대한 부를 가진 사업가라는 점, 불의의 사고로 형을 잃었다는 사실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토니와 상당히 유사하다. 게다가 뛰어난 능력을 지닌 탓에 본의아니게 세계를 위기에 빠뜨리나 그 위기로부터 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숙명을 지녔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즉, ‘아이언맨’과 ‘어벤져스’ 세계의 명운이, 작품 안에서든 밖에서든 토니의 두 어깨에 얹어져 있었던 것처럼, ‘시지프스’ 또한 오롯이 태술에게 제 명운을 맡기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비교할 만한, 그것도 꽤나 큰 성공을 거둔 모델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은, ‘시지프스’가 지은 허구의 세계를 이끌어갈 주인공에게 그만큼의 견고한 만듦새가 요구된다는 거나 마찬가지고, 이러한 점에서 한태술 역에 배우 조승우를 선택한 것은 여러모로 탁월했다.

장난끼 어리고 여유 넘치는 겉모습에서부터 형과 관련된 일이라면 사정없이 무너지고 마는 여린 속내, 매순간 발휘되는 기발한 기지와 천재성, 결국 숙명을 짊어지고 말 내면의 선함까지, 한태술을 제대로 ‘다운로드’ 하고 있는 조승우 덕에 자칫 허무맹랑하게 느껴졌을지 모를 ‘시지프스’의 세계가 나름의 설득력을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한태술의 서사와 그것을 만들어내는 배우의 합이 성공적으로 성사되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그럼에도 혹여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없진 않다. 하지만 해당 장르의 주요 골대를 이루는 히어로의 존재가 개연성을 보장받은 것만은 확실하니, 어느 정도의 기대와 설렘을 안고 지켜보아도 될 만하리라.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JTBC '시지프스: the myth']

시지프스 |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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