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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장' 나영석 사단 흥행공식을 살짝 비튼 류호진의 변주

김교석 칼럼니스트 입력 2021. 02. 26. 18:00 수정 2021. 02. 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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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장'은 tvN의 새로운 동화가 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또 한편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다. 배우 차태현과 조인성은 흰 눈이 뒤덮인 강원도 화천의 어느 아담한 시골 마을에서 무려 열흘간 식당을 겸한 슈퍼를 맡아 운영한다. 이 한 줄만으로도 기대와 함께 익숙한 정서가 느껴진다. 아마도 시골 슈퍼는 제작진이 일본 영화 속 가게처럼 아기자기하게 손을 봤을 것이고, 배우들은 스타의 거만함이나 예민함 대신 소박하고 싹싹한 인간미를 어필할 것이다. 시골로 내려간 배우들은 소박한 일상을 보내며 로컬들과 어울리며 따뜻한 온기를 가져다 줄 것이다. 새롭지 않지만, 익숙함이 주는 기대를 품게 한다.

나영석 사단의 콘텐츠를 원형으로 하는 팝업스토어 형식 예능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풍광과 환경부터 우리네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공간감으로 로망을 자아내야 하고, 값비싼 출연료를 받는 배우들이 익숙하진 않지만 진정성을 갖고 노동에 매진하며 반복되는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다. 자연과 슬로우라이프, 일상성 등을 부각해 우리와 다른 세상 사람인 것 같은 스타 배우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무척 가까이서 만나는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현실적 고민, 갈등, 막장 스토리는 없다. 한마디로 종합하자면 가슴 따뜻해지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공식은 대중적으로 검증된 코드다.

<어쩌다 사장>은 선배가 만든 원형을 고스란히 가져온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해외 어딘가를 찾았겠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좋은 사람들이 있는 시골 마을을 찾았다. 나영석 PD에게 이서진이 있듯이 류호진 PD는 페르소나 차태현과 다시 손잡았다. 여기에 간간이 예능에서 인간적 매력을 드러냈던 조인성이 첫 고정 예능으로 출연해 기대를 모은다. 핵심은 현실을 잊게 하는 이질적인 요소의 적층이다. 예능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차태현의 인간미가 두드러지고, 첫 예능 고정 출연을 한 조인성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이런 익숙한 설정이 별다른 단점이 되지 않게 만든다.

인간적 매력은 1회부터 발휘된다. 기본적인 일에도 헤매고 당황함 속에 시행착오를 거듭한다. 조인성이 현지 지인을 통해 대게나 먹태 등 식자재를 직접 둘러보고 공수하긴 했으나, 슈퍼의 물품 현황, 가격, 카드결제 단말기 사용법조차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준비 없이 투입됐다. 이런 지점이 나영석 사단의 예능과는 차이가 나는 포인트다. 나영석 사단의 팝업 스토어 예능은 최대한의 준비를 통해 능숙하게 해나는 일상 위에 이야기를 펼치는데 주목하는 드라마라면, <어쩌다 사장>은 제목 그대로 어리둥절한 상태로 가게를 맡아서 펼쳐지는 장면에 보다 집중하는 예능에 가깝다.

스토리텔링 방식, 재미를 만드는 장면 또한 대체로 비슷하지만 살짝 다르다. <윤식당> 시리즈나 <스페인하숙>이나 <여름방학>을 보면 울타리를 쳐놓고 그 안에서 연예인이란 정체성을 걷어내고 주어진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는 데서 나오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한다면, <어쩌다 사장>은 출연자, 예능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비교적 짙게 드러낸다. 설정된 상황임을 굳이 감추거나 가리지 않는다.

예능 선수 차태현은 예능은 사람들이 보고 웃어야 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웃음포인트를 모르겠다고 하고, 조인성도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보다 이 예능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해한다. 울타리 안팎을 가리지 않는 셈이니 더욱 리얼한 태도긴 하다. 그러나 팝업 스토어 예능의 호흡은 미니시리즈에 가깝다고 봤을 때 몰입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기대와 출연진부터 동네 사람들까지 보여주는 인간적 매력이 있다. 서툰 장사 실력에 주인과 손님의 관계가 흔들리고, 어르신들이 주 고객층이다 보니 동네사람들에게는 연예인이라기보다 낯선 외지인에 가깝다. 리셋의 효과가 잘 나타난다. 스타, 연예인이라는 경계는 금세 옅어졌고, 시골의 소박한 삶의 현장과 분위기를 잘 잡아냈다.

코로나로 인해 이런 기획이 예전처럼 활발하지 않다. 리셋의 효과와 로망을 피워내기에 국내보다는 이국적인 공간이 훨씬 용이하고, 출연진의 인지도가 제로베이스로 수렴되는 곳에서 선입견 없이 교류하는 장면이 여러모로 흥미롭기 때문이다. <어쩌다 사장>의 원천상회는 그런 점에서 기대를 품게 만든다. 비록 국내에서 촬영했지만 로케이션이 무척 좋다. 이들의 존재감을 잘 아는 젊은 공무원도 있고, 연예인이든 뭐든, 계산 느려 답답할 뿐인 어르신도 있다. 무려 열흘을 머물며 잘 다져진 마을 커뮤니티에 보다 가까이 들어간다.

결국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바탕은 잘 마련됐다. 그 위에 선배들의 대중적 코드를 충실히 따르면서 비튼 변주가 어떨지가 관건이다. 게스트 초대를 비롯한 예능 설정이 익숙함 이외에 어떤 재미를 줄지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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