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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 아니었다면, '어쩌다 사장'의 톤은 사뭇 달라졌을 거다

TV삼분지계 입력 2021. 02. 26. 14:15 수정 2021. 02. 2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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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장', 사장 빼고 모두가 능숙한 기묘한 슈퍼
'어쩌다 사장', 낙천적인 자영업 대소동인가, 시골성의 타자화인가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남지우·이승한·정석희 세 명의 TV평론가가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TV삼분지계]를 통해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이쯤 되면 tvN은 특기란에 '자영업 예능'이라고 적어도 되겠다. 식당에, 푸드 트럭에, 포장마차에, 민박에 이어서 이제 마을의 사랑방인 슈퍼마켓이다. 류호진 PD가 선보인 tvN 신작 예능 <어쩌다 사장>은, 차태현과 조인성을 데리고 강원도 화천의 한 슈퍼마켓으로 떠났다. 일평생 슈퍼마켓을 지키느라 휴가 같은 휴가도 제대로 가 본 적 없는 사장님에게 열흘 간의 휴가를 준 제작진은, 이런 일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차태현과 조인성에게 덜컥 슈퍼마켓을 맡긴다.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채로 맨땅에 헤딩하듯 슈퍼의 사장이 된 두 배우는 속성으로 마을의 생태와 질서를 배워 나간다. 버스 타는 승객에게 회수권은 어떻게 끊어줘야 하는지, 관공서 직원들은 몇 시쯤 밥을 먹으러 오고, 커피 자판기 위에 동전은 언제 얼마나 올려 둬야 하는지 배우는 과정은 숨가쁘다.

첫 방송을 본 [TV삼분지계] 세 평론가의 평은 미묘하게 갈렸다. 정석희 평론가는 준비 없이 덜컥 사장이 된 두 배우가 돌발적인 상황 앞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승한 평론가는 그 태도가 류호진 PD의 예능에서 반복해서 변주되는 '서툴고 악의 없는 서울 촌놈들의 지방 학습기'라는 테마라고 짚으며, 이를 밉지 않게 보여줄 수 있는 건 류호진 PD가 페르소나 삼은 차태현 개인의 캐릭터가 토양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라 평했다. 반면 남지우 평론가는 작품이 굳이 나서서 서울성과 시골성의 이항대립을 강조하려는 태도가 서울 중심으로 시골을 타자화하는 시선이라고 지적하며 우려를 표했다.

◆ 계획 없이 훌쩍 시작해버린 자영업 여행

철저한 준비 끝에 떠나는 여행이 좋을까? 그냥 훌쩍 떠나는 여행이 좋을까? 무작정 저지르고 보는 성미는 아닌지라, 달리 말해 용기가 없는 편이기에 후자 쪽 경험은 아예 없다. 그러나 준비 없이 덜컥 마주한 일이 뜻밖의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이를테면 나이 쉰을 넘어서야 기르게 된 반려견. 요 녀석 없는 내 삶은 상상조차 아니 되니까.

tvN <어쩌다 사장>은 어영부영하다가 동네 슈퍼 사장이 된 차태현·조인성 두 배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예능이다. 어지간한 준비는 제작진이 했을 테고, 연예인이 열흘간 장사를 하리라고 미리 고지되었으니 주민들도 마음의 준비를 마친 터, 따라서 별 준비 없이 시작한 건 두 사장뿐이었다. 팔고 사고의 기본인 물건 값도 모르고 카드기 사용법도 모르고. 그래도 명색이 장산데 저렇게까지 몰라도 되나? 싶었다. 바삐 돌아가는 지역이었다면 폐가 되고도 남았겠으나 애초 주민들의 쉼터 노릇을 해온 가게였기에 모두들 반기는 분위기다. 길고 지루한 농한기에 잔잔한 재미를 줬다고 할까?

모든 우려를 덮는 건 두 사장의 긍정적인 자세다. 처음이라서 죄송합니다. 저희가 몰라요. 다음에는 안 그러겠습니다. 특히 차태현 사장은 자꾸만 너털웃음을 짓는다. 왜 이런 무모한 계획을 했느냐 짜증을 부리는 일도 없다. 비슷한 설정의 여느 예능들과는 작법부터가 다르다. 물론 아직 장사 첫날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어색한 건 조인성 사장 외모 찬양이었다. 자막으로 세뇌를 거듭한다. 강요한다. 천하의 조인성이 예능에 나왔어, 우리 대단하지? 생색을 내고 싶은 모양이다. 안 그래도 되는데. 그 사장 잘생긴 거 모르는 사람 있나. 어쨌든 앞으로 목요일 밤이 기다려지겠다.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 차태현, 류호진의 페르소나

<어쩌다 사장>은 어쩐지 류호진 PD의 전작인 KBS <1박 2일>과 tvN <서울촌놈>의 혼성모방처럼 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평소에 TV가 주목이나 했겠나 싶은 작은 마을로 들어간다는 점에서는 <1박 2일>이, 서울 바깥의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서울 촌놈'들이 타 지역에 가서 그 지역의 정서와 환경을 학습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요소로 활용한다는 점은 <서울촌놈>을 닮았다. tvN이 선보이는 자영업 예능들이 대체로 그 톤 앤 매너가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연출자 개인의 개성은 이처럼 삐죽 튀어나오는 법이다. 서툴고 악의 없는 '서울 촌놈'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작고 먼 마을로 들어가 사람들의 삶을 학습한다는 테마.

<어쩌다 사장> 첫 화에서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차태현이다. KBS <1박 2일>부터 <최고의 한방>, <거기가 어딘데??>, tvN <서울촌놈>에 이어 <어쩌다 사장>까지. 벌써 다섯 작품을 류호진 PD와 함께 하고 있는 차태현은, 그 자체로 류호진 PD가 추구하는 예능의 방향을 보여주는 표지판 역할을 한다. 얼핏 매사에 심드렁한 태도로 임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호기심도 장난끼도 많은 성격이나, 녹화하다가 예능적인 순간이 좀처럼 나오지 않으면 대놓고 명색이 예능인데 웃음이 나오지 않아 어떻게 하냐며 파안대소하는 솔직함, 계산을 하다가 당황할 일이 생기면 손님을 붙잡고 웃어버리는 넉살은 프로그램 전체의 태도로 이어진다. 카메라 앞이라고 무언가를 꾸미거나 긴장하는 대신 자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생중계하는 차태현이 아니었다면, <어쩌다 사장>의 톤은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tintin@iamtintin.net

◆ 한 슈퍼에 온 마을이

슈퍼를 운영하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할 참이다. 새로 온 두 사장이 어지간히 서툴러서 그렇기도 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기분 좋은 참견을 나누며 직접 일을 거들기도 하는 것이다. "저 좀 가르쳐주세요"라고 하면 "모르는 거 더 물어보세요"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원천상회는 정말이지 헤테로토피아 버전의 <미생> 같아 보인다. 모르니까 가르쳐주실 수 있잖아요-라고 장그래가 울먹이기 전에, 온 마을이 나서서 도와준다.

아름답지만은 않다. 이러한 헤테로토피아가 지극히 두 서울 사람의 시선으로만 그려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연출자가 강원도 화천의 '시골성'을 타자화하면 할수록, 두 출연자는 상황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돈다. 시골 가게에서는 낚시 미끼용 구더기를 팔 수도 있고, 시골 손님들도 삼성페이로 돈을 낼 수 있다. 이 사실들에 깜짝 놀라는 듯한 연출이 불편감을 자아내고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해친다. 굳이 나서서 서울성과 시골성을 이항대립으로 만들려고 할 필요가 없기에 더 아쉽다.

오늘 글의 제목은 구병모 작가의 단편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에서 가져왔다.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언젠가 국문학과에서 배운 적 있는 이 소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시골로 전근을 가게 된 주인공 부부를 두고 작가는 이렇게 평한다. '평생 도시 생활에 젖었던 사람이 숨 좀 트고 살려고 도망치는 거지 뭐 엄청난 대오각성이라도 해서 내려가겠나'. <어쩌다 사장>이 1화까지 보여낸 태도가 딱 이렇다. '어쩌다'의 자리에는 '얼레벌레', '후뚜루마뚜루' 같은 단어가 대신 들어가도 되겠다. 출연자와 슈퍼가, 프로그램과 강원도가, 진정으로 공명하는 순간이 올까?

남지우 칼럼니스트 jeewoo1119@gmail.com

[사진·영상=tvN. 그래픽=이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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