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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보살' 외도 사연, 시청자가 왜 봐야 하나 [TV와치]

이해정 입력 2021. 02. 2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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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해정 기자]

"오늘 여기 혼 나려고 나온 거야?"

자신의 외도로 떠나간 아내를 잡고 싶다는 사연자에 서장훈이 던진 말이다. 시청자 또한 왜 이런 사연이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다뤄져야 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됐다.

2월 22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이하 '물어보살')에는 자신의 바람기 때문에 친정으로 떠난 아내를 잡고 싶다는 남자가 등장했다. 9개월 연애 후 지난해 4월 결혼했으나 1년도 안 돼서 떠난 아내. 남편이 주 3~4회씩 이성친구들과 어울리며 늦게 귀가하고, 직장도 무책임하게 그만둔 것이 화근이었다.

남편은 아내를 잡고 싶다면서도 친정집에 고작 서너 번 찾아가는 등 믿음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서장훈은 "아내가 떠나갔으면 너라도 가야 한다. 얼굴만 보고 오더라도 매일 가야지"라고 조언했다. 물론, 재결합 의사가 확실하지 않다면 자녀가 없을 때 빨리 갈라서라는 일침도 빠지지 않았다.

사연자는 보살들과 만난 후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나 정작 '물어보살' 시청자들에겐 찜찜한 뒷맛만 남았다.

'물어보살'은 고민을 해결해주는 곳이지, 개도를 하는 곳이 아니다. '아내에게 걸렸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이성친구들과 긴밀하게 어울리고, 경제관념까지 흐릿한 사연자를 왜 방송에서 봐야 할까. 물론 '물어보살'에는 다양한 사연이 소개되고, 답답한 사연자들도 등장하지만 적어도 대화할 가치가 있는 고민들이었다. 답이 없는 경우도 많았지만 보살들과 시청자가 머리를 맞대고 참견하는 재미가 톡톡히 있었다.

이번 사연은 아니었다. 대화할 주제도, 고민할 문제도 아니었다. 혼나러 왔다는 사연자를 보살들은 혼내면 그만이지만,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봐야 하는 시청자는 어땠을까. 함께 고민하는 재미는 어디로 가고 분노와 피로감만 안겼다.

'물어보살'은 점집 콘셉트지만 진짜 점집은 아니다. 실제 점집에서는 지탄받을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꺼내놔도 괜찮지만 '물어보살'에서는 문제가 된다. 시청자를 기쁘게 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물어보살'은 웃음을 줄 수 있는 사연을 섬세하게 선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아무 사연이나 듣자고 '물어보살'을 보는 게 아니다.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감,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감동을 위해서 매주 월요일 '물어보살'로 향한다. 그런 시청자들에게 당사자마저 인정하는 외도 사연을 전한다는 건 민망하고 무례한 일 아닐까.

황금 같은 월요일 저녁 1시간을 투자해서 남의 외도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어보살'이 화제성을 좇다 시청자 공감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물어보살'이 100회를 넘어 롱런할 수 있던 비결은 자극성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몰입에 있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다음 주부터는 눈살 찌푸리지 않고 편안하게 시청할 수 있는 '물어보살'이 돌아오길 기대한다.

(사진=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캡처)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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