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석환 "난생 처음 돈 많은 능력자..딸도 '최장물이 내 아빠였으면' 하네요"

이현주 입력 2021. 1. 23. 05:00 수정 2021. 1. 2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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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소문' 카운터 물주 장물그룹 회장역
"절대적 능력자 역할 처음 기분 좋아"
넉살좋은 경상도 사투리, 대구 출신 후배에 특훈 받아
24일 종영.."시즌2, 이르면 9월쯤 시작할 듯"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배우 안석환씨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1.22.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주로 2, 3인자나 악역, 간신 또는 가난하고 불쌍한 역을 하다 난생 처음 돈 많은 역할이라 더 좋다. 연기자로서 뭔가 잠자고 있던 걸 다시 깨운 것 같은 기분이다."

OCN 주말극 '경이로운 소문' 종영을 앞두고 만난 배우 안석환은 "작품이 잘 돼서 시원섭섭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22일 뉴시스 사옥에서 인터뷰한 안석환은 드라마 '장물유통 회장님' 처럼 나타났다. 검정색 차림에 붉은 넥타이로 포인트를 준 패션이 확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에서 위기 때마다 '짠~'하고 혼자 등장하는 것처럼 매니저 없이 홀로였다. 이름 있는 중견배우로서 의외의 면모였다. 그는 '최 회장' 특유의 '크허허허헝' 웃음 소리를 내며 "평생 매니저 없이 지낸다"고 말했다.

'경이로운 소문'에서 그는 대한민국 50대 갑부 장물유통 회장 '최장물' 역할로 수시로 바뀌는 고급스러운 화려한 의상은 기본,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카드질'도 남발한다.

신입 카운터에 신용카드를 제공하며 기억이 깨어나 사랑의 설렘에 가득찬 가모탁(유준상 분)에 무한대 카드를 지급하는 카운터들의 든든한 물주이자 정신적 지주다.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극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존재감도 강렬해졌다. 원작에서는 큰 비중이 없었지만 드라마에서는 4명의 카운터만큼 사랑 받고 있다. 머리 하얀 추여사(염혜란 분)에게 구박받으면서도 한결같이 능글거리는 추파를 던져 '러브라인'도 기대되고 있다.

'경이로운 소문'은 OCN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

안석환도 기분이 좋다. "다른 카운터들에 비하면 나는 깍두기"라면서도 "이번처럼 절대적 능력자 역할은 처음이라 평소보다 '업'되어 있었던 것 같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이 먹고 이런 역할은 처음이다. 주연도 아닌데 이렇게 인터뷰도 하지 않느냐"며 "짤방이 인기를 얻을 만큼 제 신이 좋았다는 것이 좋다. 집사람도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딸은 '최장물이 실제로 내 아빠였으면 한다'고 했다. 능력자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위해 대구 출신 후배에게 특훈도 받았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게 사투리 연기인데 대본에 최장물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걸로 되어 있더라. 감독이 그냥 표준말로 해도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내가 배우인데, 대구 아는 후배를 자주 만나 연습을 많이 했다."

첫 촬영부터 제작진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고 으쓱했다. "첫 등장신이 멋진 차에서 내려 장례식장에 들어가는 장면이었는데 다들 원작 싱크로율의 150% 정도 된다고, 신의 한수라고 하더라"고 만족해 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는 '누구보고 거지라 카노? 자산 1조도 없는 주제에' 대사로 통쾌함을 준 교무실 신을 꼽았다.

"대본을 두 달 전쯤 받고 연습을 많이 했다. 대사가 긴데 잘못되면 후배들 보기 창피하지 않나. 한 번에 오케이돼서 다행이었다."

최장물의 '트레이드 마크'인 수염은 진짜 수염이다. "사실 사극 섭외가 들어올까 싶어 기른건데 '경이로운 소문'이 왔다. 수염이 있다고 하니 괜찮다고 하더라. 마치 이 작품 때문에 기른 것처럼 됐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배우 안석환씨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1.22. dahora83@newsis.com

호흡 척척 러브라인이 기대되는 '추여사' 염혜란과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친한 사이다. 그는 "아주 어릴 적부터 봤다. 워낙 친했고 내가 그 친구 연기를 너무 좋아했다"며 "여배우들 중 연기로 세 번째로 좋아한다"고 꼽았다.

가모탁 역의 유준상 역시 "20~30년 지기"라며 "카운터들 중 나이로 치면 중간 간부쯤 되는데 역할을 참 잘했다. 분위기 메이커"라고 치켜세웠다. "나이를 먹었지만 장난칠 때 보면 정말 애 같다. 착하고, 순진하고, 분위기가 정말 좋다."

조병규, 김세정에 대해서는 "둘다 첫 인상은 평범했는데 연기를 잘한다"고 칭찬했다.

"네 카운터 모두 '수도꼭지'다. 그렇게 장난치다가도 눈물을 잘 흘린다. 그만큼 순간 집중력이 좋다는 건데 연기자로서 참 좋은 점이다."

배우들이 친한만큼 시너지가 났다는 평가다. 그는 "드라마도 잘 되고 분위기도 좋으니 배우들이 자유로웠다"며 "배우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면 유선동 감독도 다 들었다. 감독이 매우 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품이 사랑받은 만큼 시즌2 제작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그는 "제작진은 9월쯤 시작해서 방송은 내년에 하면 어떨까 하는 분위기"라며 "늦은 하반기쯤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시즌2는 제작비를 좀 더 써 '버라이어티'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카운터들이 평범하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좀 더 히어로스럽게, 더 화려하게 했으면 좋겠다. 물론 제작 환경도 더 커야하고 촬영 기간도 오래 걸리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다."

그는 "시즌2에서는 현장에 나갈 수도 있다"며 "어릴 땐 액션신도 많이 했다. 10년 전만 해도 소문이, 모탁이 역할은 내 것"이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배우 안석환씨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1.22. dahora83@newsis.com


1987년 연극 '달라진 저승'으로 데뷔해 연극판을 주름잡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영화 '꽃잎', '넘버3', '공공의 적', 드라마 '고스트', '쾌걸 춘향', '마이걸', '투명인간 최장수', '추노', '검법남녀'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안석환은 "현존하는 배우 중 작품수로 따지면 거의 최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220개 정도 되는 것 같다"며 "다작을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난 완벽하지 않은, 늘 모자른 배우다. 그래서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고 했다.

슬럼프도 있었다. "모든 사람은, 어떤 직업이든 항상 양지만 있는게 아니라 그늘, 내리막도 있는 법"이라며 "그럴땐 산에 자주 간다. 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떨면 좀 나아진다"고 했다.

배우가 되지 않았으면 무엇이 됐을까. 그는 "인생에서 제일 잘한게 배우를 직업으로 선택한 것"이라며 "연극을 하다보니 배우가 되었고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후배들의 연기를 보고 많은 것을 배운다. 그는 "패션이 변하는 것처럼 연기도 변한다. 유행이 있다"며 "과거에는 신성일처럼 각 잡힌 연기가 잘했다면 지금은 자연스러운, 생활에 가까운 연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조태신 역의 이도엽과 노창규 역의 전진오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

"현장에서 후배들 연기를 보면 '너무 가벼운 것 아닌가' 싶지만 편집해보면 멋있는 연기가 정말 많다. 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완벽을 추구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것 아닌가. 계속 변화하는 흐름을 따라가려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고충도 전했다.

그는 "아직 차기작 계획은 없고 연극을 하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올해 안에 '고도를 기다리며'를 다시 하고 싶다. 소극장에서 작게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코로나 때문에 다들 힘든 것 같다. 특히 문화계, 공연계도 정말 힘들다. 코로나 시대 '경이로운 소문'이 사람들에게 힘을 나게 해준 것 같아 뿌듯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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