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 반년만 SNS 활동재개 '여론' 뒤집을 수 있을까 [이슈와치]
[뉴스엔 이해정 기자]
걸그룹 AOA 멤버 겸 배우 설현이 지민 괴롭힘 사건 이후 반년 만에 SNS 활동을 재개했다.
설현은 지난 1월 20일 개인 SNS에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을 촬영하며 찍은 사진들을 뒤늦게 몰아서 올리며 소통 자숙을 끝냈다.
설현은 지난해 7월 2일 이후 SNS 활동을 잠정 중단했었다. 그해 7월 AOA 전 멤버 권민아가 그룹 활동 당시 리저 지민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했었기 때문.
괴롭힘 피해자였던 권민아가 가해자로 분명하게 지목한 멤버는 전 리더인 지민이었지만, 그 외 멤버들도 문제 해결을 위해 10년간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져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특히, 설현의 경우 방송을 통해 지민과 각별한 관계임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어 입장이 더욱 곤란해졌다.
'낮과 밤'은 지난 19일 종영한 드라마로, 설현은 이 작품에서 여형사 공혜원 역으로 출연했다. 설현은 지난해 드라마 캐스팅 소식을 알리자마자 드라마 하차 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설현은 SNS에 사진과 함께 종영 소감도 덧붙였다. 그는 "'낮과 밤'은 저에게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없었다면 과연 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씩씩하고 용감한 공혜원을 연기하고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할 만큼, 이 드라마와 혜원이는 저에게 큰 힘이 됐고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설현이 SNS에 게시글을 올리기 이틀 전인 지난 18일 권민아는 지민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진단서를 공개했다.
진단서에는 "환자는 본원 치료 당시 가수 그룹 활동을 하였고, 리더인 사람으로부터의 괴롭힘과 언어적 폭력으로 인해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반복적으로 나타냈고, 이로 인한 증상의 악화와 재발을 지속하였음"이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어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권민아에게 돌을 던지던 악플러들은 뒤늦게 사과를 하는 등 여론은 급격히 반전됐고, 해당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주목받게 됐다.
그리고 고작 이틀이 지나 관련자 중 한 명인 설현이 소통을 시작한 것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그녀의 소식에 반가워하는 누리꾼들도 있었으나 전반적인 기류가 온화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물론, 알려진 것만 종합했을 때 설현은 가해 당사자로 지목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책임을 어디까지로 보아야 하는지가 불분명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이 몸담았던 그룹의 멤버들이 같은 고통을 분담하고 있을 때 드라마 촬영을 하며 해당 배역을 맡아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했다는 건 찝찝한 느낌을 자아낸다.
무려 10년이나 고통받는 동료를 방치한 것에 대한 책임이 뚜렷하게 드러난 상태에서, 드라마를 촬영하며 힘을 얻고 살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다고 하는 설현. 권민아가 몇 차례나 약을 먹고, 불면증에 시달리고, 심지어 악플러에게 상처받는 시간 동안 설현은 순간순간을 만끽하며 힘을 얻었던 걸까.
가족은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가족 못지않은 시간을 함께한 사람의 고통이 그토록 쉽게 잊혔던 걸까. 아니면 잊은 척할 수 있었던 걸까. 그 내막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이제 와서 사과 한 줄 없이 드라마를 촬영하며 행복했던 소감만 늘어놓는 설현의 태도는 아쉬운 뒷맛을 남긴다.
'낮과 밤'은 설현의 마지막 작품이 아닐 것이다. AOA가 사실상 해체됐기 때문에 설현은 연기자로서의 진로에만 매진할 수밖에 없을 것. 그렇다면 '낮과 밤' 캐스팅 때는 모른 척했더라도 이제 더 이상 도망가거나 사과를 미룰 수는 없다. 설현이 분명하게 생각을 밝히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작품 캐스팅 소식에는 끊임없는 하차 요구가 빗발칠 것이다. 배우로서 성공한다 해도 대중의 가슴에 영원히 방관자로 남을지도 모른다.
'좋은 연기로 보답하겠다'라는 진부한 말에 대중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설현의 좋은 연기가 아니라 바람직한 태도이다. 설현이 권민아는 물론,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당장 피하고만 보는 게 사태의 봉합책이 되지 않는다는 건 그도 지난 반년간 깨달았을 테니, 이제는 제대로 된 수습을 할 때이다. 설현의 SNS 활동 복귀에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가 새로운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사진=CJ ENM)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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