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성적 대상화 '알페스' 논란.. 기획사, 팬덤 무너질까 공론화 꺼려

안진용 기자 2021. 1. 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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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글로벌 인기를 누리는 화려함 아래, 유명 K-팝 가수들을 대상화한 창작물과 불법 동영상이 기승을 부리면서 10∼20대 K-팝 가수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이미지 손상이 더 커질 수 있는 데다 팬덤 균열 가능성까지 우려돼 이를 쉽게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다.

유명 그룹이 속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대다수 K-팝 그룹의 멤버가 10∼20대이기에 더 많은 정서 관리와 규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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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아이돌 팬픽에서 시작

노골적 性묘사에 처벌 청원까지

기획사는 이미지손상 우려 쉬쉬

K-팝이 글로벌 인기를 누리는 화려함 아래, 유명 K-팝 가수들을 대상화한 창작물과 불법 동영상이 기승을 부리면서 10∼20대 K-팝 가수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이미지 손상이 더 커질 수 있는 데다 팬덤 균열 가능성까지 우려돼 이를 쉽게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다. “피해가 크지만, 피해를 호소하긴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불과 사흘 만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알페스(Real Person Slash·RPS)는 실존 인물을 소설 속 연인 관계로 설정한 창작물이다. 스타를 주인공으로 쓴 ‘팬픽’에서 파생된 것인데, 주로 동성 주인공을 내세워 수위 높은 성적(性的) 묘사가 포함된다. 남성 아이돌의 음성을 음란물에 사용하는 ‘섹테’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

보이그룹 멤버가 알페스의 표적이라면 걸그룹 멤버는 인공지능(AI)으로 가짜 영상을 만드는 딥페이크 음란물에 얼굴이 도용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접속이 되는 celeb*****등 여러 해외 사이트에서는 K-팝 걸그룹 멤버의 얼굴이 합성된 영상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K-팝과 한류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피해 사례는 늘고 있으며, 네덜란드의 사이버 보안연구 회사는 포르노 합성 피해자의 25%가 한국 여성 연예인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팬들에게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돼 음란한 사진이나 영상 메시지가 전송되거나 공연 현장에서 특정 부위만 집중적으로 촬영한 ‘직찍’ 영상들이 공개돼 정신적 고통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기획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소송을 제기해 공론화되면 오히려 해당 콘텐츠를 더 많이 찾아보면서 더 큰 이미지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공론화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법적 대응해도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 대응이 더딘 이유다. 알페스는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하지만 창작물이기 때문에 형사 처벌 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딥페이크 음란물은 주로 해외 사이트에서 유통돼 해외 수사기관의 협조 없이는 가해자의 신병 확보조차 어렵다.

하지만 박성배 변호사는 “소설류 알페스는 성폭력처벌법에서는 처벌 규정을 찾기 어렵지만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통 및 모욕으로 처벌할 수 있고, 임의로 편집한 영상의 경우 성폭력 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반포 등의 혐의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현재까지 각 연예기획사들이 법적 대응보다는 소속 연예인들의 상담 및 심리 치료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명 그룹이 속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대다수 K-팝 그룹의 멤버가 10∼20대이기에 더 많은 정서 관리와 규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도 “(알페스가 아무리 창작물이라고 해도)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모욕감을 느낄 수 있고, 대상이 되는 가수들이 아직 미성년자일 수도 있다”며 “피해 상황과 내용을 면밀히 파악해 규제 법안을 만드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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