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문', 어쩌다 경이로운 행보에 급제동이 걸렸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1. 1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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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경이로운 소문', 작가교체는 자충수가 됐다

[엔터미디어=정덕현] OCN 토일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후반 흐름이 어딘지 삐걱거린다. 단순히 시청률의 문제가 아니다. 시청률이야 10%(닐슨 코리아)를 넘긴 이후에 다소 주춤하지만 여전히 9%대를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시청률보다 중요한 건, 시즌2에 대한 기대감까지 나오고 있는 작품이 끝까지 그 기대를 이어가는 이야기 전개가 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청신(이홍내)과의 본격 대결구도가 시작되면서 한껏 끌어 올렸던 긴장감은 다소 반복적인 설정 속에서 힘이 빠지고 있다. 대결구도에만 집중하면서 이야기는 단순화됐다. 스스로 자결한 지청신의 악귀가 코마 상태에 빠진 신명휘(최광일)의 몸으로 옮겨가고, 그래서 더 강력해진 그와 다시 대결하는 카운터들의 이야기는 너무 틀에 박힌 흐름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끊임없이 성장(?)해 압도적인 힘을 갖게 된 지청신을 상대하기 위해 '결계'라는 새로운 설정이 이야기 속으로 들어왔지만, 이 설정은 생각만큼 신박하지 않다. 결계 속에 악귀들을 몰아넣고 땅의 힘을 불러오는 소문(조병규)이 들어가 그들을 처치한다는 설정은 어디선가 봤던 흔한 틀인데다, 백향희(옥자연)가 그 결계를 치는 카운터 중 한 명인 도하나(김세정)를 공격해 결계를 풀 것이라는 건 너무나 쉽게 예상될 수 있는 전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결계' 같은 계속되는 판타지 설정의 추가는 <경이로운 소문>이라는 드라마가 그나마 판타지에 연결하고 있던 현실감을 지워버리는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사실 좋은 판타지란 하나의 설정으로 다양한 스토리 변주를 할 수 있는 데서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결계'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새로운 설정을 부가하는 방식은 어떤 면에서는 '작위적'인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청신이라는 악귀 들린 악당과 신명휘, 조태신(이도엽)이라는 인면수심의 사회악을 분리해, 악귀 잡는 이야기와 사회 정의를 구현해가는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이어붙인 이 드라마만의 강점은, 이제 지청신이 아예 신명휘의 몸으로 들어가는 설정 속에서 힘을 잃어버렸다. 신명휘는 더 이상 대중들을 속이고 대권을 꿈꾸는 사회악이 아니라, 그저 악귀 들린 괴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바로 이 부분은 <경이로운 소문>이 후반부에 이르러 다소 맥이 빠지게 되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신명휘 같은 정치인이나 조태신 같은 그에게 정치자금을 대는 부정 기업인이 만들어내는 현실감이 존재해야, 드라마가 그려내는 카운터나 악귀들의 대결 같은 비현실적 판타지가 그저 만화 같은 상상력이 아니라 현실을 은유한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지 않았을까.

이것은 시청자들이 예상 못한 전개를 통한 스토리의 묘미보다는 그저 눈앞에 보이는 단순 대결구도로만 이어지는 후반부 이야기의 한계로 드러난다. 초반만 해도 '시간 순삭'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볼거리와 더불어 신박한 이야기 전개의 흥미로움이 가득했던 드라마는, 스토리의 변주가 잘 보이지 않는데다 현실감마저 상실하면서 단순 자극과 대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아이들을 볼모로 내세우는 '납치' 설정의 이야기는 너무 뻔해서 드라마의 고갈된 상상력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12회까지 쓰던 여지나 작가가 빠지고 13회는 유선동 감독이 그리고 14회부터는 김새봄 작가로 교체되어 대본이 써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그 이유가 어찌 되었건 <경이로운 소문>을 지지하고 응원하던 시청자들에게는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후반부 전개에 대한 작가와 제작진 사이의 이견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한 작가가 12회까지 그만한 결과를 내는 작품을 썼다면 의견 조율을 통해서라도 후반부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았을까. 그 이견이 무엇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시청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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