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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쉬', 왜 윤아를 황정민 명연기 감상하는 관객처럼 소모하나

박생강 칼럼니스트 입력 2021. 01. 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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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쉬', 윤아를 위한 나라는 없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JTBC 금토드라마 <허쉬>는 극 초반 취업 위기에 쫓기는 청년층의 삶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수연(경수진)은 매일한국의 성실한 인턴이지만, 학력 차별 때문에 날개를 달아보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허쉬>는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듯, 이후에도 고시촌에서 컵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취업준비생이나 치킨 배달하다 상류층 음주운전자의 차에 사고를 당한 청춘들의 모습을 비춰준다. 또 도전적인 매일한국 인턴 이지수(윤아)가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그녀는 나름 펜보다 밥이 더 강하다는, 선배 기자들이 보기에 당돌한 선언을 하는 인물이다.

다만 <허쉬>에서 젊은 세대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젊은 세대는 일종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지금 시대가 불행하고, 그 불행을 보여주기 위한 리얼한 배경판의 역할이다. <허쉬>는 젊은 세대의 불행을 깊이 있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또한 젊은 세대에게 사이다를 줄 유쾌한 현실 판타지적 재미를 주지도 않는다.

실제 <허쉬>의 이야기는 이 젊은 세대를 위해 아량을 베풀어줄 여유가 있는 윗세대 40대 중반의 한중혁(황정민) 기자의 것이다. 드라마는 내내 한중혁이 왜 진짜 기자가 되지 못했는지 설명하느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많은 장면을 허비한다. 그 때문에 기자가 주인공인 드라마라면 보여줘야 할 한발 빠른 기사 취재는 중반이 지나도록 제대로 펼쳐지지 않는다.

어쨌든 <허쉬>에서 한중혁의 서사는 이러하다. 사실 한중혁은 매일한국에 뒤늦게 입사하긴 했지만 기자 정신이 투철하고 열정 넘치는 기자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윗선에 의해 그의 기사가 변질되고, 그 일을 계기로 한준혁은 두 개의 불행을 겪는다. 하나는 취재원인 방송사 노조 PD가 자살한 것, 또 하나는 본인 때문에 아이가 크게 다친 것. 이후로 한준혁은 기사는 대충 쓰고 당구장에서 시간이나 허비하는 기자로 전락한다.

<허쉬>는 중년 남성 기자 한준혁의 갱생담에 가깝다. 그는 아끼던 인턴 후배의 죽음에 각성하고, 또 다른 인턴 후배 이지수의 새침한 조언을 듣고 다시 진짜 기자가 되려고 생각한다. 후배에게 무시를 당하고 그래서 갱생하는 것이 아니다. 이지수는 한준혁을 "지켜본다"고 말한다. 타인이 나를 주시할 때, 사실 나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것도 또래가 아닌 한참 어린 후배라면.

아마도 한준혁은 거기에서 다시 본인을 되돌아봤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분들은 자기반성을 위해서는 또 타인이 필요하다. 이후 한준혁은 이지수나 또 다른 동료 기자들을 앉혀두고 술 마시며 본인의 괴로움을 털어놓는다. 나중에는 본인이 어떻게 달라졌고, 어떤 기자가 될 것인지 구구절절 술주정처럼 내뱉는다.

이럴 때 이지수나 다른 동료 기자들은 병풍처럼, 한준혁 혹은 배우 황정민의 명연기를 감상하는 관객처럼 쓰인다. 그저 그의 말에 감탄하고, 동조하고, 몇 마디 던지는 것이 전부다.

갱생 이후 한준혁이 거대한 비리를 파헤치거나 하는 것은 또 아니다. 매일한국의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서, 그저 "대한민국 언론을 믿지 않는다"는 포스트잇을 매일한국 정문에 붙이는 일 정도다. 이후 이지수는 그 포스트잇을 SNS에 올려 다음날 수많은 포스트잇이 매일한국 정문을 뒤덮는다.

그런데 왜 여기서 한준혁과 이지수의 호흡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걸까? 한준혁의 미소에서 컴퓨터 잘 모른다고 조교들한테 일감 미루고 결과에 행복해하는 교수님 얼굴이 보이는 걸까?

아마 극 중반부까지만 진행됐기 때문에 이후 <허쉬>는 갱생 기자 한준혁의 맹활약이 펼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옆에서 이지수가 독자적으로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이지수가 썼던 인턴의 죽음에 대한 그 특별한 기사 역시 한준혁의 손에 의해서만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결국 이지수는 꼰대가 됐지만 아직 꼰대는 아니라는 40대 중반 주인공의 선민 '갬성'을 포장하기 위한 SNS의 '좋아요' 역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허쉬>는 젊은 층의 불행을 배경 삼아 드라마의 진정성을 확보했지만 반어적으로 그 세대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걸 충실하게 그려나가고 있는 셈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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