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 "'한국인의 밥상' 10년, 숨어있는 내 삶 찾았다"[SS인터뷰]

정하은 2021. 1. 13.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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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10년의 세월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국민 배우 최불암(82)이 어느덧 방송 10주년을 맞은 KBS1 ‘한국인의 밥상’의 지난 시간들을 소회했다.

2011년 1월 6일 첫 방송을 시작한 ‘한국인의 밥상’은 그간 국내외 1400여 곳을 돌며 각 지역의 8000여가지 음식을 선보였다. 밥상에 담긴 한국인의 뿌리와 정서를 찾는, 느리지만 정겨운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프로그램의 탄생과 더불어 10년의 세월동안 한결같이 진행자의 자리를 지켜 온 최불암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최근 10년 전 촬영했던 장면을 보니, 생각보다 크게 변한 게 없더라”라고 했다.

‘한국인의 밥상’을 통해 숨어있던 자신의 삶을 찾은 것 같다는 최불암은 “80살이 넘어서까지 방송 일을 하며 복에 겨운 밥상을 받으러 다니는 것을 생각하면 전국의 우리 어머니들이 나 때문에 계시는 것 같고 나를 위해 굽은 허리, 무릎 관절 아픈 것도 참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라며 “10년 동안 받은 그 사랑을 어떻게 다 갚나, 감사하고, 방법을 아직도 못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10년간 수많은 밥상을 맞았지만 가장 맛있었던 건 어려운 시절 가족을 위해 궁핍한 식재료를 가지고 지혜로 짜낸 어머니들의 ‘가난한 밥상’이라고 최불암은 말했다. “밥상을 받을 때마다 이 나라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어머니들의 지혜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어머니들에 대한 애잔한 마음도 있고, 또 그 바탕에 깔려있는 우리 역사에 대해 어른으로서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최불암에게 ‘한국인의 밥상’은 ‘음식’보단 ‘사람’의 이야기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편으로 ‘남원 추어탕’을 꼽은 최불암은 “한 어르신이 동네 느티나무 아래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가 내 손을 잡고 신문지에 정성스럽게 싸서 뭔가를 주더라”라며 “선물을 주고 싶은데, 줄 게 없다며 앞에서 말했던 그 산초 한 숟가락을 신문지에 싸서 주는데, 그런 고마운 분들이 있어 ‘한국인의 밥상’이 1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 감동적인 순간을 말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동포들이 프로그램을 보고 공감해줄 때 보람을 느낀다는 최불암은 “많은 해외 동포분들이 한국인의 밥상을 두 번 이상을 본다고 하더라. 한국인의 밥상을 보면 고향의 산, 바다, 사람, 음식 이런 게 다 나오니까 향수가 좀 덜어진다더라. 고향을 옆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그런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제작진 또한 최불암에 대한 남다른 감사함을 전했다. ‘한국인의 밥상’ 제작진은 “최불암 선생님은 한국인의 밥상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한결같이 새벽에 밥상을 찾아 길을 떠나며 한번쯤은 쉬고 싶을 수도 있고 귀찮을 수도 있는데 항상 시청자가 기다린다며 나는 아파도 안 된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제작진의 말에도 항상 귀 기울여주시고, 때로는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제안을 해 주실 때도 있다”고 최불암의 열정에 경의를 표했다.
‘한국인의 밥상’은 빠르게 변하는 방송 트렌드 속에서 한자리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다. 장수예능이 사라지고 있는 현 방송가 상황 속에서 ‘한국인의 밥상’이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에는 먹방과 달리 한국인의 음식을 매개로 해서 역사,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기네 동네, 자기네 집에서 먹던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는 끝도 없다. 음식뿐만 아니라 그 지역민들의 삶과 희로애락이 녹아 있다”며 “한국인이라면 늘 그리워하는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정서도 담고 있다. 그런 부분들에 시청자분들이 공감하면서 정서적인 위안을 얻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인의 밥상’ 측은 10주년 방송을 기념하기 위해 4주간 특집을 마련해 지난 10년과 신축년 새해를 함께 조망한다. ‘한국인의 밥상’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40분에 방송된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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