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지상파 음악프로, 그 뒤엔 목소리 커진 기획사가..

박민지 2021. 1. 5.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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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의 위기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콘서트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연예기획사가 콘텐츠 생산 능력을 갖게 돼 절대 갑(甲)이었던 음악방송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엔 음악방송 출연 여부나 순위가 성공의 절대적인 지표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기획사도 방송사의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면서 자체 콘텐츠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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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 무대영상 사용 협의 요구
직캠 등 콘텐츠 생산 능력 갖춰
가수 콘서트 직접 방송 송출까지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의 위기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콘서트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연예기획사가 콘텐츠 생산 능력을 갖게 돼 절대 갑(甲)이었던 음악방송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0~2%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음악방송이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동력은 TV 방송과 별개로 유튜브 ‘직캠’ 수입이 상당해서다. 직캠이란 팬들이 연예인을 클로즈업해 직접 촬영한 영상물을 뜻했지만, 현재 이것을 가장 잘 활용하는 곳은 방송사다.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해 팬들의 갈증을 충족시켜줬고, 해외 팬덤까지 몰리면서 탄탄한 수입원이 됐다. 기획사는 팬 마케팅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고비용을 투자해 음악방송에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방송사가 영상에 등장하는 가수들에게 아무런 권리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송사는 직캠의 소유권을 독식했고, 기획사 SNS에는 게시하지 못하도록 했다. 참다 못한 기획사들은 지난해 7월 칼을 빼 들었다. 음악방송 영상을 편집·재판매해 이익을 얻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표준계약서 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방송국에서 촬영한 영상물의 사용 범위를 규정하자는 것인데, 유튜브 등 방송 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때는 기획사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미방송분 영상을 방송사가 다른 플랫폼에 판매하는 것은 기획사 이익과 직접 충돌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획사들은 “관행적으로 별도의 계약서 없이 방송사가 저작권을 가져갔지만 콘텐츠 이용 방식이 변화한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예기획사가 콘텐츠 생산 능력을 갖게 되면서 음악방송에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1일 여러 플랫폼에서 무료 공개한 SM타운 온라인 콘서트에 출연한 레드벨벳의 모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콘서트의 확산은 기획사가 여러 기술적 협업을 통해 직캠 등 양질의 콘텐츠 생산 능력을 갖추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새해를 맞이해 지난 1일 무료로 전 세계에 공개된 ‘SM타운 라이브 컬처 휴머니티’는 186개국에서 약 3583만 스트리밍을 기록했는데, 음악방송 이상의 무대를 구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1일 JTBC에서 방송한 빅히트 레이블 합동 콘서트에 출연한 BTS의 모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마지막 날 열린 MBC ‘2020 가요대제전’은 음악방송의 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같은 날 JTBC가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 레이블 합동 콘서트를 송출한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준다. 가수에게 음악방송 출연이 대중성을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으며, 온라인을 넘어 가수들의 무대를 방송으로 송출할 수 있는 주체는 기획사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MBC 음악방송에서 BTS가 모습을 감춘 건 꽤 오래전 일이다. 연말 시상식 무대를 조율하며 MBC와 빅히트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레이블에 합류한 그룹 여자친구, 세븐틴, 뉴이스트 등도 MBC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다. 앞서 YG 가수들은 KBS에, SM 가수들은 엠넷에 출연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예전엔 음악방송 출연 여부나 순위가 성공의 절대적인 지표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기획사도 방송사의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면서 자체 콘텐츠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셈이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음악방송 1회 출연에 수천만원이 깨질 때도 있지만 영상을 활용할 수 없으니 비효율적이었다”며 “지금은 우리도 콘텐츠 생산력이 있어 음악방송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음악방송에 대형 소속사 가수들이 안 나올 수도 있다”면서도 “중소 기획사 가수들은 여전히 음악방송을 소통 창구로 여기고 있어 아예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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