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 속성일 수 없는 걸 속성으로 가르칠 때 [윤지혜의 슬로우톡]

윤지혜 칼럼 2020. 12. 27.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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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한국사 강의로 이름을 떨친 강사 ‘설민석’이 진행하는 tvN 프로그램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이하 ‘벌거벗은 세계사’)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큰 곤욕을 치렀다. 두번째로 방영한 ‘클레오파트라’ 편에서 관련 역사에 대해 잘못된 지식을 전달한 것이, 다른 이도 아닌, 프로그램의 자문으로 참여한 한국 이집트학 연구소장의 비판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제작진은 방대한 고대사의 자료를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다며 사죄의 내용을 담은 입장을 내놓았고 설민석 또한 자신이 부족하고 모자라서 생긴 문제라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이러한 상황이 처음 발생한 게 아니다 보니, 일각에서는 역사학이 아닌 연극영화학을 전공했다는 점을 꼬집으며, 역사의 ‘그랜드마스터’라 불리는 게 옳은지, 자질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실 설민석이 어떤 전공을 했는지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다. 인문학을 소재로 한다 해도 대중을 상대로 한, 어찌 되었든 흥미가 우선이 되는 방송프로그램이라면, 관련 학문에 보통 이상으로 조예가 깊고 이를 이해하기 쉽게,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더없이 적절하다. 해당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대중이 원하는 건 앉아서 혹은 누워서 간편하게 얻을 수 있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딱 이 정도의 정보인 까닭이다.

설민석만큼 이에 최적화된 인물이 또 있을까.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한국사 강의를 해왔다 하니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역사적 지식은 빼곡하게 채워 놓았을 테고, 게다가 아무나 인기 강사가 되지 않는다. 그의 교수법은 물론이고 언변 또한 뛰어났기에 뒤따르는 성과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리고 대중이 방송에게 원하는 수준의 자질은 다 갖추고 있는 것이다.

방송을 통해 속성으로 배우기 딱 좋은, 적당한 전문성. 덕분에 설민석을 비롯한 몇몇 강사들이 셀럽에 버금가는 위치에 오르게 되었는데 문제는, 이들이 종종 자신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에 의해서 혹은 본인 스스로 이 ‘적당한’을 간과하고 무리한 행보를 보여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문성에 대한 신뢰마저 깎아내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할 수 있는 범주 너머의 정보를, 그것도 빠르게 이끌어내려다 보니 왜곡과 오류가 발생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인문학,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중심적으로 연구한다는 학문의 경지를 속성으로 얻을 수 있을리 만무하다. 평생을 곁에 두고 알아가면 그 언저리 쯤은 밟을 수 있을까. 이런 것들조차 빠르고 간편하고 쉽게 익히고 얻기 원한 우리의 학습 태도가 설민석과 같은 강사들을 양산했으니 어쩌면 현 상황은 처음부터 예정된 것이었을지 모른다.

물론 이들의 존재가 마중물 역할을 함으로써 일으켜온 선순환적 효과는 부인할 수 없다.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설민석을 통해 역사에 좀 더 친근한 흥미를 가지고 접근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자신의 역량과 그에 따른 역할을 정확히 자각하여, 깊이 있는 영역의 지식에 함부로 얕은 시선을 가져다 댄다거나 온전하지 않은 정보를 온전한 것인 마냥 전달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보다 성실한 노력을 취해야 한다. 이는 사람들의 신뢰로 먹고 사는 스타강사로서 당연히 지녀야 할 책임감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으면 대중의 믿음을 져버릴 왜곡과 오류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될 테다. 그의 개인 방송에 게시한 ‘노동요에 선덕여왕이 왜 나와’ 강연에서마저도 재즈와 리듬앤드블루스(R&B)에 대해 실제 역사와 전혀 다른 내용을 이야기함으로써 해당 분야 평론가로부터 관련 원서를 한 권도 읽지 않은 게 분명하다며 허위사실 유포나 다름 없다는 강한 빈축을 사는 상황이 벌어진 것처럼.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DB]

벌거벗은세계사 | 설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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