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취소 등 막판까지 긴박.. '가요대축제'가 던진 숙제

김상화 입력 2020. 12. 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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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코로나19로 사전 녹화 비중 높이며 변화 도모하며 나름 성과 내

[김상화 기자]

 지난 18일 열린 2020 KBS 가요대축제의 한 장면. 동방신기 유노윤호, 배우 신예은, 아스트로 차은우가 MC를 맡았다.
ⓒ KBS
 
매년 한해를 결산하는 지상파 3사의 연말 특집 행사가 18일 방영된 < 2020 KBS가요대축제 >(아래 가요대축제)를 시작으로 화려한 막을 열였다. 올해 열린 각종 대규모 무대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여파 속에 관객 없이 비대면 행사로 치러진 이번 가요대축제는 생방송 직전 발생한 일부 가수들의 코로나 긴급 검사로 인해 시청자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당초 출연 예정이던 그룹 세븐틴이 방송국에 출근까지 했다가 생방송 몇 시간 전 출연을 취소하는 등 이번 <가요대축제>는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 진행되었다. 한 주 전부터 일찌감치 각종 공연들의 사전 녹화가 실시되었고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한 조치들이 병행되긴 했지만 불안감을 확실하게 떨치진 못했다. 이 때문에 향후 진행될 3사 연예대상, 연기대상 시상식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날 <가요대축제>는 지난 1년 사이 우리 주변의 달라진 모든 것을 담은 VCR 영상물을 소개하면서 1부의 시작을 알렸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국 각지의 여행지를 찾고 여가를 즐기고 좋아하는 가수들의 공연을 보면서 환호하던 일상이 지금은 모두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가요대축제> 현장에는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하던 팬들 대신 자동으로 밝기를 조절하는 조명이 객석에 설치되어 그들의 빈 자리를 대신 메웠다.

박진영부터 BTS 까지... 화려한 무대 장식
 
 지난 18일 열린 2020 KBS 가요대축제의 한 장면.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1위곡 'Dynamite' 를 열창하며 멋진 공연을 시청자들에게 선물했다
ⓒ KBS
 
'빌보드 1위 가수' 방탄소년단을 비롯해서 올해 케이팝 인기를 주도한 다수의 그룹들이 출연한 이날 행사에선 색다른 편곡, 더욱 화려해진 퍼포먼스가 곁들어진 공연들이 눈길을 모았다. 관록의 음악인 박진영은 자신이 발굴했던 원더걸스 출신 선미와 함께 자신의 각종 인기곡 메들리를 열정적으로 소화하면서 50줄에 접어든 나이를 무색케 하는 놀라움을 선사했다. 

마마무, 여자친구, 오마이걸, 뉴이스트, NCT, 더보이즈 등 많은 출연 팀들은 원곡보다 길게 재구성된 자신들의 인기곡을 대규모 댄서들과 함께 보여주면서 색다른 즐거움도 제공해줬다. 특히 백업 댄서들 상당수가 마스크, 또는 복면을 착용한 채 등장하는 등 요즘의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했다. 가수들의 멋진 무대가 끝난 후엔 대기실에 자리한 동료들이 환호하고 즐거워하는 리액션 영상들이 흘러나와 관객들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예상했던 대로 방탄소년단의 공연이었다. 그런데 이전과는 다소 다른 구성으로 눈길을 모았다. 보통 방탄소년단의 연말 출연분은 수십 명의 인원을 대동하는 블록버스터급 무대를 자랑하곤 했지만 이번만큼은 부상중인 슈가를 제외한 6명 멤버만으로 소박하게 축제 무대를 꾸몄다. 첫 곡 역시 의외의 노래가 선택되었다. 2015년 BTS에게 첫 번째 지상파 1위의 기쁨을 안겨준 'I Need You'가 등장했다는 점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느끼게 해줬다. 이어 방탄소년단은 올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Dynamite', 'Life Goes On'을 연달아 들려주는 등 '빌보드 1위 가수 내한 공연(?)'다운 선곡으로 늦은 밤까지 TV를 지켜본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했다.

비대면 환경 속 '연결' 강조
 
 지난 18일 열린 2020 KBS 가요대축제의 한 장면. 오마이걸은 올해 동반 인기를 이끈 '돌핀', '살짝 설렜어'를 연이어 부르며 이날 행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 KBS
 
가수-팬들 사이의 직접 만남의 기회가 사라진 2020년을 반영이라도 하듯 이번 <가요대축제>에선 연결(Connect)를 강조했다. 행사의 첫 시작을 그해를 빛낸 신인가수들이 아닌, 트와이스가 등장해 자신들의 2017년 인기곡 '시그널'로 장식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이는 음악으로 나와 당신을 연결시키겠다는 신호임을 주지시키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졌다. 연말 행사마다 숨돌리기 차원에서 등장하는 영상에서도 이를 강조하는 내용이 자주 소개되었다. 가족, 친구 등 그동안 고마웠지만 자주 보지 못했던 이들과의 전화 연결 장면을 담는 등 연말연시 각종 모임을 자제해야 하는 요즘의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매년 공연의 끝을 장식하던 전 출연진의 합창 역시 다른 방식으로 대체했다. 평소 같았으면 수십 명의 가수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떼창을 했겠지만, 대규모 인원 집합 금지과 감염 예방 조치가 필수가 된 지금의 상황에 맞춰 각자 따로 녹음한 곡을 릴레이 식으로 소화했다. 윤종신의 '고속도로 로맨스'를 개사 및 편곡한 '가요대축제 로맨스'를 원작자 윤종신을 시작으로 주요 출연 가수들이 각자의 대기실, 스튜디오 등에서 이어 받으면서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공연장의 생생한 열기를 포기한 대신 그간 지적되어왔던 각종 방송 사고로부터 해방됐다는 측면에선 올해 <가요대축제>는 분명 비대면 행사로서 나름의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살짝 지루함이 느껴질 법한 3시간 넘는 장시간 방송, 컬래버 무대 및 선배가수 커버곡 등 예측 가능한 내용물의 빈번한 재등장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원하지 않더라도 변화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졌다. 방송 역시 마찬가지다. 늘 해왔던 것을 버려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수단을 버려야 하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최상은 아닐지언정 최선을 다한 구성으로 꾸며진 <가요대축제>는 제법 큰 숙제를 방송국 및 제작진에게 부여했다.
 
 지난 18일 열린 2020 KBS 가요대축제의 한 장면. 무관객 진행에 따른 객석 빈자리는 올해 방송 현장의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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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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