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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씁쓸 뒷맛에도 빠지면 답 없는 김순옥표 마라맛[TV와치]

박정민 입력 2020. 12. 1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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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정민 기자]

먹고 나면 탈이 나는 걸 알지만 힘들 때마다 생각나는 매운 떡볶이 같기도 하고, 입이 얼얼해져도 숟가락을 들게 되는 마라탕 같기도 하다. 김순옥표 마라맛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그렇게 자극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방송 초반 '펜트하우스'를 뒤덮었던 각종 선정성 논란은 이 자극성 앞에 점차 무마되고 있는 모양새다.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극본 김순옥/연출 주동민) 시청률은 파죽지세다. 지난 12월 8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7일 방송된 '펜트하우스' 13회는 전국가구 기준 평균 시청률 22.1%를 기록, 자체 최고를 경신했다. 화제성도 만만치 않다. TV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공개한 드라마TV 화제성 부문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펜트하우스' 네이버TV 채널에 게재된 14회 예고편은 12월 10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조회 수 81만 회를 돌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난 혐오, 집단 폭력 등 2차 가해를 낳는 소재 탓에 방송 2회 만에 불거졌던 폐지 논란도 흐려지고 있다. 결국 김순옥 작가가 부리는 마법에 시청자들은 백기를 들었다.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군더더기 없는 지표이기도 하다. '재미'가 있고, 흥미를 유발해야 곧 시청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OTT 플랫폼으로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환경 속에서 기록한 높은 시청률은 더욱 주목할만하다.

도대체 김순옥 작가는 어떻게 사람들을 '펜트하우스'로 오게끔 만든 걸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극중 선한 캐릭터에 속하는 인물 오윤희(유진 분), 심수련(이지아 분)이 혐오와 갑질을 일삼는 악한 캐릭터에게 날리는 통쾌한 한 방이다. 여기서 얻는 '카타르시스'는 현실에 지친 많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펜트하우스가 내 힐링이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게 한다.

계층 피라미드 가장 꼭대기에 있는 '펜트하우스'에 사는 인물들에게 도덕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철저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욕망'에 의해서만 움직인다.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그나마 인간적인 심수련 역시 친딸 민설아(조수민 분)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오윤희를 이용한다.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뒤에서 주단태(엄기준 분)을 욕하면서도 돈을 위해 참는 이규진(봉태규 분)과 하윤철(천서진 분), 심수련을 얻기 위해 딸을 바꾸고 원래 남편을 죽인 후 손가락을 전시품으로 두는 주단태까지. 이런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더 극악하다. 무엇이 잘못인지 인지조차 못하는 '펜트하우스' 아이들은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단 폭행을 하고, 사람을 극한까지 내몬다. 민설아 죽음에 이들의 괴롭힘이 한몫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처럼 극악한 인물들에 코미디 요소 한 스푼을 첨가하면 웬만한 개그 프로그램보다 재밌어진다. 주단태가 천서진에게 보낸 '벌써 떨리군요'라는 문자 메시지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밈'화 된지 오래다. 이처럼 극악한 인물에게 부여된 허술함은 캐릭터가 가진 비도덕함을 상쇄하게 만들고, 시청자로 하여금 자극적인 드라마를 즐기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자기검열도 흐려지게 만든다.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말보다, 장면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조금 더 어울릴 듯하다. 누가 봐도 뛰어올라온 것 같은 수상쩍은 심수련이 "당신 보러 왔어요"라고 말하자, 대뜸 믿어버리는 주단태 모습이 그 일례다.

전개 방식이 '막장'드라마라고 해서 개연성까지 날아간 건 아니다. 가령 세신사로 밝혀진 강마리(신은경 분) 정체나 민설아 휴대폰을 들고 있는 인물이 이규진(봉태규 분)이었다는 반전들은 극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는 작가가 꾸준히 해당 인물에 대한 복선을 깔아뒀기 때문이다. 물론 '순옥적 허용'이긴 하지만, 과거 점을 찍고 살아돌아온 '아내의 유혹' 시절보단 훨씬 개연성 있다. 이처럼 '펜트하우스' 속 전개는 생각하는 것보다 촘촘한 설정 아래 흘러가고 있고, 시청자를 단박에 이해시킨다. 말 많고 탈 많은 '펜트하우스'에 중독된 시청자들은 다시금 김순옥 작가의 힘에 감탄하게 된다.

분명 '펜트하우스' 속 그려지는 일부 설정들은 문제 소지가 있다. 19세로 시청 등급을 조정한 후에도 민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드라마가 난장판이 될수록 치솟는 시청률 역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하지만 '펜트하우스' 마라맛에 이미 중독돼버린 시청자들은 쉽게 그 맛을 끊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진=SBS '펜트하우스' 캡처)

뉴스엔 박정민 od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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