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고공행진 '펜트하우스', 중독된 막장의 '맛' [ST이슈]

현혜선 기자 2020. 12. 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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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 사진=SBS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시청률 20%의 벽도 부셨다. 김순옥 표 '막장' 드라마가 또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펜트하우스'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이다.

9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극본 김순옥·연출 주동민)은 전국 시청률 22.1%, 수도권 시청률 21.6%를 기록했다. 이로써 '펜트하우스'는 시청률 20%를 넘기며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게 됐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25%를 돌파하며 연이은 자체 최고 기록 경신과 더불어 전 채널 전 프로그램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광고 관계자들의 주요지표인 2049 시청률 역시 10.1%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펜트하우스'는 9.2%의 시청률로 시작해 2회 만에 시청률 두 자릿수를 넘겼다. 이후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며 13회에 20%를 넘긴 것. '펜트하우스'가 시청률 급물살을 탄 저력은 무엇일까.

◆ 부동산→불륜, 소재의 다양성

'펜트하우스'의 매력은 다양한 소재로 빈틈없이 채워진다는 것이다. 부동산, 교육, 학교폭력, 불륜, 죽음, 복수 등 광범위한 소재들이다. 부동산과 학교폭력이 주는 묵직한 메시지, 불륜과 복수가 주는 카타르시스, 죽음과 범인의 정체를 둘러싼 서스펜스가 '펜트하우스' 전체를 휘감고 있다. 시청자들은 구미가 당기는 소재를 취하기만 하면 된다.

해당 소재들의 특징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몰입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진실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밀도 있는 서사가 펼쳐진다는 점도 매력이다.

특히 불륜과 복수는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는 일등공신이다. 극 초반부터 주단태(엄기준)과 천서진(김소연)은 염치없는 모습으로 불륜을 일삼는다. 은밀함을 넘어서 대담함까지 보여주는 건 물론, 배우자에게 들켰을 때도 도리어 큰소리칠 정도로 뻔뻔하다. 이들의 악행이 부각될수록 주단태의 아내인 심수련(이지아)의 복수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심수련에 동기화돼 더 몰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권선징악의 구조 속에서 심수련의 복수가 어디까지 갈지, 또 주단태와 천서진이 어떻게 몰락할지 지켜볼 만하다.

민설아(조수민)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도 '펜트하우스'의 인기 요인이다. 누가 민설아를 죽였는가. 심수련이 쫓고 있는 범인의 행적을 함께 쫓으며 추리하는 맛이 짜릿한 것. 서서히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예측한 인물이 될지 전혀 다른 인물이 등장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소위 '막장 드라마'의 인기 요소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자극적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결국 통했다. 김순옥 표 '막장'의 맛에 취한 것이다. 알고도 빠져나오기 힘든 맛이다.

펜트하우스 / 사진=SBS


◆ 예측할 수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

캐릭터의 변주 역시 놓칠 수 없는 재미다. '펜트하우스' 속 캐릭터는 악행이 뚜렷하게 그려진 주단태와 천서진을 제외하고 모두 입체적이다. 악한 모습 이면에 선함이 있고, 선한 미소 뒤로는 악마같은 본능이 잠재돼 있다. 심수련은 천사같은 얼굴을 하고 복수의 칼날을 간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오윤희(유진)를 이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면서 오윤희를 진심으로 아끼기도 한다. 오윤희 캐릭터 역시 모성애와 선함, 그리고 민설아를 죽였을 수도 있다는 의심으로 점철됐다.

강마리(신은경)은 극 초반 오윤희와 대립각을 세우며 악역인 듯 보였다. 그러나 강마리의 서사가 조금씩 풀리고, 밑바닥부터 시작한 인생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입체적인 범주에 들어가게 됐다. 얼굴만 보면 잡아먹을 것처럼 으르렁대던 오윤희와도 어느 정도 잘 지내고 있다.

이규진(봉태규)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고자 납치와 폭행을 서슴지 않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오윤희의 작은 유혹에 쉽게 무너지고 마음을 내줬다. 작은 유혹이라고 해봤자 "오빠"라고 부르고, 용기를 북돋아 준 것뿐이다. 심지어 이규진은 오윤희의 헤라팰리스 퇴출 서명에 반대표를 던질 정도다. 하윤철(윤종훈)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주단태, 이규진과 어울려 부동산 투기를 할 때와 오윤희를 위해 거금을 내고 감싸줄 때, 그리고 아내인 천서진의 불륜을 대할 때의 모습이 각각 다 다르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구호동(박은석)은 반전이다. 충격적인 비주얼로 등장해 주단태와 심수련, 그리고 아이들에게 얼쩡거리며 훼방을 놓는다. 그런데 알고 보니 민설아 오빠란다. 그리고 또 알고 보니 미국에서 온 거물 투자자 로건리란다. 주단태의 알 수 없는 적이자 구세주가 된 셈이다. 구호동은 민설아의 복수를 위해 움직이는 인물이다. 13화 예고편에서 심수련과 손을 잡는 듯한 모습을 보여 앞으로 전개에 폭탄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펜트하우스'의 시청률은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니다. 거부할 수 없는 소재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시청자들을 당긴 것이다. 뒤 내용을 예측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펜트하우스'의 시청률이 어디까지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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