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코뿔소→Bibilly Hills, 방탄소년단 가사 속뜻이 궁금해[뮤직와치]

황혜진 2020. 12. 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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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전곡이 타이틀곡 감이다. 그룹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수록곡까지 옹골찬 앨범으로 전 세계 음악 팬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11월 20일 새 앨범 'BE'(비)를 발매했다. 이번 앨범은 방탄소년단이 2월 발표한 정규 4집 앨범 'MAP OF THE SOUL : 7'(맵 오브 더 소울 : 세븐) 이후 9개월 만에 선보인 신보다.

'~이다', '존재하다'를 뜻하는 영단어 'BE'를 앨범명으로 내세운 신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일기장 한 페이지 같은 앨범이다. 방탄소년단은 모두가 힘든 시국 속 가슴에 담아뒀던 진솔한 감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나가야 하는 우리라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새 앨범은 타이틀곡 'Life Goes On'(라이프 고즈 온)을 필두로 '내 방을 여행하는 법', 'Blue & Grey'(블루 앤 그레이), 'Skit'(스킷), '잠시', '병', 'Stay'(스테이), 'Dynamite'(다이너마이트)까지 총 8트랙으로 구성됐다. 데뷔 초부터 꾸준히 작사, 작곡에 참여해 온 방탄소년단은 이번 앨범 중 8월 21일 선 공개된 'Dynamite'를 제외한 총 7개의 신곡 작사, 작곡에 참여해 음악적 변화와 성장을 드러냈다.

▲ "저 먹구름보다 빨리 달려가" 인간의 한계와 희망에 대한 고찰 'Life Goes On'

앨범의 포문을 여는 'Life Goes On'은 감성적인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인상적인 얼터너티브 힙합 장르의 곡이다. 열심히 달리다 넘어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기에 연대하며 이겨내자는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곡에는 RM과 슈가, 제이홉이 참여했다. RM은 위버스 인터뷰에서 직접 쓴 가사 '저 먹구름보다 빨리 달려가/그럼 될 줄 알았는데/나 겨우 사람인가 봐'에 대해 "한강을 가다 먹구름이 남산타워 쪽에 있는 걸 봤다. 그때 친구랑 '비가 오고 안 오는 경계는 어딜까?' 이야기하다 거기까지 한 번 뛰어봤다. 근데 한 10분 뛰어도 먹구름이 내가 있는 곳보다 더 멀리 가 있더라. 뛰어봤자 먹구름보다 빨리 못 갈 것 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여긴 나만 즐길 수 있는 travel" 기발한 생각의 전환 '내 방을 여행하는 법'

RM과 슈가, 제이홉이 힘을 보탠 '내 방을 여행하는 법'은 슈가와 제이홉, 지민, 뷔가 데뷔 후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유닛곡이다. 가스펠 감성이 더해진 네오소울 알앤비 사운드가 네 멤버들의 아련한 음색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듣기 좋다는 반응을 얻었다.

무엇보다도 여행의 일반적인 개념을 색다르게 해석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팬데믹 여파로 여행이 어려워진 상황인 만큼 '방'으로 시선을 돌려 오래된 책상, 달라진 햇빛 등 일상 속 소소한 행복에 집중하자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마음에 와 닿는다.

▲ "파란색 물음표·회색 코뿔소" 공감각적 심상 녹인 'Blue & Grey'

뷔가 박지수, 히스 노이즈(Hiss noise)와 함께 프로듀싱한 이 곡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토대로 한 팝 발라드 장르의 곡이다. 당초 솔로 믹스테이프에 수록할 계획이었지만 방탄소년단 신보에 걸맞은 트랙이라고 판단해 공개 시기를 앞당겨 선보이게 됐다.

내면의 우울함과 불안감을 파란색(Blue), 회색(Grey)으로 표현해 남다른 감성을 드러낸 뷔는 "제일 힘들 때 썼던 곡"이라며 "이 감정이 거름이 될 것 같아 메모장에 가사로 풀어뒀고 곡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제이홉의 랩에 등장하는 회색 코뿔소도 눈길을 모은다. 회색 코뿔소는 정책 분석가이자 경제학 도서 '회색 코뿔소'의 저자 미셸 부커가 2013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 '인간이 자주 놓치는 위험 혹은 보면서도 못 본 척하는 위기'를 의미하는 단어로 알려져 있다. 'Blue & Grey'를 접한 미셸 부커는 "최근 내 마음에 떠오른 개인적인 회색 코뿔소와 매우 일치한다. 요즘 같은 시기 'BE'의 노래들이 필요하다"고 호평했다.

▲ "빌보드 1위 가수는 '오안취'를 막지 못했다" 재치만점 'Skit'

4번 트랙은 방탄소년단이 3년 2개월 만에 선보인 스킷이다. 스킷은 앨범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실제 대화 형식으로 담은 것으로, 노래가 아닌 잠시 쉬어가는 느낌의 짤막한 상황극 같은 트랙을 의미한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데뷔한 이래 'Skit : Circle Room Talk'(스킷 : 서클 룸 토크)를 시작으로 'Skit : R U Happy Now?'(스킷 : 아 유 해피 나우?), 'Skit : Soulmate'(스킷 : 소울메이트), 'SKIT : Expectation'(스킷 : 익스펙테이션), 'SKIT : One night in a strange city'(스킷 : 원 나잇 인 어 스트레인지 시티), 'Skit : Billboard Music Awards Speech'(스킷 : 빌보드 뮤직 어워즈 스피치)까지 총 6개의 스킷을 발표하며 당시의 진솔한 감정을 털어놨다.

새로운 스킷에는 방탄소년단이 지난 8월 'Dynamite'로 한국 가수 최초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한 직후 주고받은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겼다. "은퇴하고 싶어 졌어요?"라고 묻는 RM과 "죽을 때까지 음악 하려고"라고 답하는 슈가의 대화, 빌보드 정상에 등극했음에도 '오안취'(오늘 안무 연습 취소)는 안 된다는 문답에서 방탄소년단 특유의 꾸밈없는 매력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 "Can I be your Bibilly Hills?" 아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잠시'

슈가가 작업 전반을 이끌고 RM과 정국이 참여한 '잠시'는 펑키한 리듬을 기반으로 한 레트로 팝 디스코 곡이다. 슈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팬들과 대면할 수 없는 시국을 꽤나 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상황에 빗대어 표현하며 방탄소년단에게는 여전히 팬들이 가장 특별한 존재라는 진심을 전했다.

특히 RM은 'Beverly Hills'(비벌리 힐스)를 변형한 가사 'Bibilly Hills'(비빌리 힐즈)로 듣는 재미를 더했다. 아미가 방탄소년단에게 이른바 비빌 언덕(보살펴 주고 이끌어 주는 미더운 대상)이 돼 주는 것처럼 자신 또한 팬들에게 그러한 존재가 되고 싶다고 화답한 것.

RM은 지난해 6월 13일 데뷔 6주년을 기념해 공개한 방탄소년단 자체 콘텐츠 '방탄다락'에서 "사람이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혼자 어디 다니고 무엇을 모으면서 내 나름대로 비빌 언덕들을 많이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마음이 좀 편하더라. 밖에서 뭐라고 해도 '그래 뭐' 하게 됐다"고 밝혔다. 슈가는 "비빌 Hills가 필요한 거네"라고 말했다.

▲ "갑자기 다가온 불편한 행복" 희망찬 직업병 고백 '병'

제이홉이 이끌고 RM과 슈가, 지민이 참여한 '병'은 올드스쿨 힙합 장르의 곡이다. 제이홉 특유의 기발한 가사와 활기찬 멜로디가 귀를 사로잡는다. 지민은 곡 후반부를 퓨쳐트랩 장르로 변주시킴으로써 색다른 리스닝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병'은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럽게 주어진 쉼에 불편함을 느끼는 상태를 일종의 직업병에 비유한 제목이다. 트랙 리스트에 표기된 영문 제목 'Dis-ease'에서도 이 같은 속뜻이 드러난다. 'Disease'는 일반적으로 질병, 질환 등을 의미하지만, 편한 상태인 'ease'에 부정의 의미를 더하는 접두사 'dis'가 더해진 'Dis-ease'는 불편함을 가리킨다.

제이홉은 새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작업 과정에 대해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휴식이 주어졌을 때 그 휴식이 온전하지 못하고 굉장히 불안하고 되게 불편했다"며 "방탄소년단이 헤쳐나가고 이겨나가는 걸 되게 잘하는데 그런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병'이라는 곡에 녹였다"고 설명했다.

▲ "We connect to 7G"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연결고리 'Stay'

정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RM과 진이 힘을 보탠 'Stay'는 감성적인 퓨처 하우스 장르의 트랙. 방탄소년단이 데뷔 후 최초로 선보인 RM과 진, 정국 조합의 첫 유닛 곡이기도 하다.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고조되며 듣는 이들로 하여금 가슴이 벅차오르게 하는 EDM 스타일의 편곡, 절절한 팬 사랑을 녹인 노랫말이 스타디움 공연 엔딩곡에 적격이다.

당초 이 곡은 정국이 준비 중인 첫 솔로 믹스테이프에 수록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멤버들이 함께 'BE' 앨범 수록곡을 추려내는 과정에서 이뤄진 뷔의 추천, 멤버들의 만장일치 호평에 힘 입어 새 앨범에 포함됐다는 후문.

정국은 "우리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래도 항상 함께 머물러 있다는 의미를 담은 신나는 곡"이라며 "공연할 때 팬들과 함께 방방 뛰는 상상을 하며 만들었다"고 밝혔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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