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혜x전종서 '콜' 감독 "여성이 이끄는 폭발적 스릴러 충분히 가능해"(종합)[인터뷰]

김보라 입력 2020. 11. 30. 17:44 수정 2020. 11. 3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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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신예 이충현(31) 감독의 첫 장편 상업작 ‘콜’이 지난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당초 올 상반기 극장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줄어드는 등 현실적으로 상황이 악화되자 넷플릭스 공개라는 차선을 택한 것이다.

‘콜’(제작 용필름)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타임슬립 미스터리 스릴러. 

1999년에 사는 여자 영숙(전종서 분)이 2019년을 살아가는 여자 서연(박신혜 분)을 통해 자신과 주변 사람의 미래를 바꾸려고 한다. 하지만 서연 역시 살인마 같은 그녀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쫓고 쫓기는 반복적인 싸움을 이어간다.

연출을 맡은 이충현 감독은 “여성 캐릭터들이 이끄는 폭발적 스릴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남성 중심의 장르물에서 벗어나) 폭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며 “보신 분들이 좋게 봤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들에게도 이렇게 남는다면 연출자로서 좋을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충현이 신인감독이긴 하지만, 어설픈 광기 대신 예상 못한 신선한 결말과 극적인 연출력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충현 감독은 30일 오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화상인터뷰에서 “서연, 영숙과 함께 집이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며 “과거로 인해 현재가 바뀌고, 시퀀스별로 인물의 감정과 처한 상황도 달라지니 이에 따라 공간이 잘 어울려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간단하게 설명될 수 있게 설정을 했다”고 주공간이 되는 배경 ‘집’에 주목했음을 알렸다.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서연은 오랜만에 과거에 살던 집으로 돌아온다. 이곳에서 우연찮게 무선전화를 이용하다가 이 집에 살았던 과거의 여자 영숙과 맞닿게 된다. 

이 감독은 “완성된 작품을 봤을 때 배우들의 열연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첫 작품이라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해볼 걸’이라는 연출적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최선을 다한대로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첫 상업 장편작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서연 역의 박신혜(31)에 대해서는 “저와 동갑인데 저보다 훨씬 어릴 때부터 활동을 했다. 그녀가 항상 했던 장르가 보통 로맨스나 멜로였는데 거기서 중심이 되는 모습을 보고 하드한 장르물도 어울릴 거 같았다"며 “배우로서 눈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떤 감정 표현을 하든 우리나라 여자 배우로서 가장 잘 소화해낸다고 생각한다. 특히 원초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뛰어난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캐스팅 한 이유를 전했다. 

로맨스 멜로 드라마에서 주로 청순 가련한 캐릭터를 소화했던 박신혜는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 그리고 ‘콜’에서 기존에 보지 못했던 주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영숙을 소화한 전종서(27)에 대해선 “‘버닝’을 극장에서 보고 직감이 왔다. 전종서가 갖고 있는 알 수 없고 신비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힘이 영숙과 잘 어울릴 거 같았다. 그래서 캐스팅을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촬영 전후로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저보다 영숙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다. 무한한 가능성이 어디까지인지 파악조차 안 된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배우들에게 세세하게 디렉션하기보다 그들이 느끼고 표현하는 것에 더 중점을 뒀다고 한다. “배우들과 얘기를 했지만 제가 구체적으로 디렉팅을 많이 하진 않았다”며 “다만 배우들이 카메라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하고 움직일 수 있게 노력했다. 큰 틀 안에서 디렉팅은 있었지만 배우들이 세세한 부분은 만들어나갔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영숙이란 인물로 표현하고자 하는 캐릭터의 방향성이 무엇이었느냐는 물음에 “영숙이 살인마로 불리긴 하지만 단순히 연쇄살인마로 정의내릴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닌 거 같다. 복잡하고 많은 감정을 갖고 있는 캐릭터”라며 “초반엔 천진난만한 아이 같기도 하고 서연과 통화할 때는 보통의 학생 같다. 연쇄살인마라는 단어로 표현되기보다 그녀의 안에 여러 가지 측면이 있다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잠재된 부분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된 거 같다”고 설명했다. 

판타지적인 설정과 캐릭터, 강렬한 핏빛 조명, 넘치는 핏물로 들끓는 ‘콜’은 이충현 신인 감독이 만든 타임슬립 장르물이다. 이에 이 감독은 “요즘엔 복합 장르가 많으니까 미스터리적인 요소는 제게 스토리 텔링만큼이나 중요하다. (다음에) 다른 장르를 하더라도 미스터리적인 요소는 조금씩 넣을 거 같단 생각이 든다”고 했다. 

차기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야기를 나누는 것들이 있는데 ‘콜’과는 다른 장르, 다른 느낌의 스릴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스릴러 장르만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고 했다. 향후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다. 

이 감독은 배우, 아이돌가수 같은 외모로 일찍이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던 바. 이날 연출과 함께 연기를 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연기에 뜻은 없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며 “제가 연기를 할 성격도 아니고 잘하지도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중학교 때 예고에서 하는 뮤지컬 ‘폐임’을 봤다. 당시 그 뮤지컬을 보고 나서 ‘나도 저들처럼 예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거 같다”며 “예고에 가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할지 생각을 하다가 선배들이 카메라를 들고 찍는 것을 보고 직감적으로 끌렸다. 영화를 하겠다는 결정을 하고선 시나리오를 많이 썼다. 고등학교 때 겁 없이 단편영화를 많이 찍었다”고 학창시절부터 영화감독을 꿈꿔왔다고 밝혔다. 90년생인 이 감독은 계원예고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콜’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영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 계속될 듯한 서연과 영숙의 각축전은 서스펜스의 분위기를 어둡게 유지하는 데 제 몫을 톡톡히 한다.

“과거의 것으로 인해 현재가 바뀐다는 설정이니 실시간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는 열린 결말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설명을 하기보다 쿠키영상처럼으로 (마지막에)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고 (결말에 대해) 많은 해석을 하게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콜’을 찍을 때 속편을 염두하진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겠으나 현재 2편에 대한 계획은 없다." 

갑자기 사라지고 나타나는 인물들의 엔딩 장면만으로도 이충현 감독이 앞으로 만들어나갈 영화의 발자국이 어디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은 배우들이 너무 많다. 한 분을 지목하긴 어려울 거 같지만 그래도 말씀을 드리자면 ‘몸 값’을 같이 했던 이주영, 박형수 배우와 같이 해보고 싶다.(웃음)”

/ purplish@osen.co.kr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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