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지치는 '도시어부2' 멤버들, 시청자도 한마음 될 수밖에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0. 11. 2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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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어부2' 이경규의 예언, 반년도 안돼 현실이 되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도시어부> 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풍어를 기록했다. 완도에서 방어만으로 도합 457kg을 낚아 올리며 방어 최대어나 최고 조황 등 자체 기록을 여럿 갈아치웠다. 간만에 쉴 새 없이 터지는 손맛, 5명이 동시에 '히트'를 기록하는 상황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출연진은 '이게 무슨 날벼락'이라는 표현 그대로 행복하게 지쳤고, 시청자들은 정말 모처럼 긴장감과 역동감 있는 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도시어부2>가 7인 체제로 전환하고 난 뒤 비교적 안정적인 재미를 뽑아내고 있지만 낚시 방송은 아무래도 물고기가 낚여야 제 맛이다. 특히나 낚시 자체의 볼거리를 주로 책임지던 박진철 프로가 이탈한 직후 맞이한 풍어라 더욱 의미 깊다.

완도를 주름잡는, 낚싯배 선장도 본적 없는 조황과 최대어들이 쏟아진 가운데서도 <도시어부2>의 탄탄한 시청률을 견인하는 캐릭터쇼 또한 여전히 빛을 발했다. 전우애와 서로를 견제하는 심리가 혼재된 리얼 버라이어티의 분위기를 계승하고, 황금배지를 얻고 사수한다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목표가 있다 보니 캐릭터 플레이는 더욱 빛을 발한다.

경력이나 실적이 저조한 김준현은 '배지 거지'를 탈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지상렬은 공식 '구박데기'가 되어 전체 흐름을 밑에서 받쳐준다. 강렬했던 모나리자 분장을 비롯해, 모두에게 치이는 역할을 맡으면서 딱히 대표작이 없던 지상렬은 비로소 번듯한 명함을 갖게 됐다. 이경규에게 늘 타박을 받고, <빅피쉬> 멤버로 절친한 동생 이태곤은 애정 어린 조언과 관심을 답답함과 윽박으로 드러내며 지상렬의 위치와 역할을 도드라지게 만든다.

원년멤버인 이경규는 하는 말과 행동 자체가 밉상인 것만 골라서 하는 개구쟁이다. 이덕화는 언행일치가 전혀 안 되는 낚시 욕망에 충실한 덕에 '악마' 캐릭터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둘은 <도시어부>의 세계관 안에서 전혀 밉지가 않다. 오히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애정이 긍정적으로 드러난다. 본업인 드라마 첫 대본 리딩자리도 불참하고 <도시어부2> 특별 촬영에 따라오는 이태곤도 마찬가지지만 낚시를 정말 좋아하는 진정성이 농담과 상황의 불순물을 여과해주기 때문이다.

매 분 꼴로 대형 방어가 쏟아져 나와 모두가 기진맥진해 "제발 그만 잡아"라는 원성이 들려오고 급기야 책임PD조차 (기록측정과 정리를 도맡는) "PD들도 죽어 나가고 있다. 그만 잡으시라"라는 호소와 함께 전 스태프 휴식을 선언했지만 이덕화는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또 한 마리 낚아 올리며 또 한 번 집념어린 낚시 사랑을 불살랐다. 이경규는 이런 이덕화의 지치지 않는 열정에 매번 그러하듯 "형님 얼마나 더 잡으셔야 멈추시겠어요. 제발 좀 쉬세요"라며 애원 섞인 투정으로 웃음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물론, 이덕화는 모처럼의 기회에 낚싯대를 놓지 않았다.

최근 <도시어부2>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뭐든 잘 하는' 이수근이다. 강호동과 나영석 사단을 벗어나 펼치는 단독 활약 중 단연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다. 출연진 중 가장 큰물에서 노는 예능인의 구력답게 웃음을 책임지는 것은 물론, 개성 강한 조합을 잇고, 살짝 한 발 떨어져서 그 그림을 시청자들에게 재밌게 소개해주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미리 와서 연습하고, 스케줄도 조정하는 등 애정을 보인 덕에 이번 방송에서도 볼 수 있듯 2달여 만에 일취월장한 지깅 낚시실력을 또 한 번 선보이면서 소금 같은 존재감을 다시금 보여줬다.

여기다 낚시가 잘되니 PD와 카메라맨, 낚싯배 선장과 사무장 등의 스텝들까지 캐릭터화 되어 한 세계관 안에 들어왔다. 배 위에서 낚시 관련 업무를 제외한 그 외 온갖 궂은일을 도맡은 만년 대리 느낌의 구 PD는 이덕화의 부탁을 받고 릴을 대신 감으며 딸에게 절절한 사연을 외쳤다.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저녁 식사 자리에는 선장과 사무장이 초대돼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6월 7인체제로 전환되면서 이경규는 "이제부터가 진정한 도시어부다. 요즘 사회적으로 웃을 일이 없지 않냐. 코미디의 끝판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는데, 연말이 되어가는 지금, 이 말은 현실화됐다. 낚시라는 공고한 세계관,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며 제작진과 출연진, 시청자가 같이 걸어가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문법을 뒷받침하는 캐릭터쇼를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면서 조과에 상관없이 찾아보는, 낚시에 대한 애호를 넘어선 예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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