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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디테일 포기한 김순옥 작가의 치명적 오판

박생강 칼럼니스트 입력 2020.11.17. 14:00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 는 막상 시청해 보면 그렇게 유해한 악취가 풍기지는 않는다.

물론 이 드라마는 상류층 헤라펠리스 입주자들과 그 자녀들의 사악한 면모를 드러내려고 온갖 자극적인 장면을 때려 넣는다.

이거 다 인형놀이나 옛날이야기 같은 거니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같은 썩은 미소랄까? 그 때문에 <펜트하우스> 는 드라마에서 심한 독기가 뿜어져 나오는 작품은 아니다.

다만 그럼에도 회차가 진행될수록 <펜트하우스> 의 재미가 조금 시들해지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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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이지아·김소연의 인생 연기로도 채울 수 없는 부실한 서사
'펜트하우스', 화려한 독방귀 어디 가고 우스꽝스런 뿡뿡 방귀 남았나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는 막상 시청해 보면 그렇게 유해한 악취가 풍기지는 않는다. 물론 이 드라마는 상류층 헤라펠리스 입주자들과 그 자녀들의 사악한 면모를 드러내려고 온갖 자극적인 장면을 때려 넣는다.

부유한 10대 아이들은 가난한 10대를 토끼몰이 하듯 따돌리며 즐긴다. 헬라펠리스 입주민 천서진(김소연)과 주단태(엄기준)는 그들의 불륜 영상을 소지한 민설아(조수진)를 헤라펠리스 지하실에 감금하고 폭행한다. 뿐만 아니라 민설아의 미스터리한 죽음 이후, 그 죽음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온갖 악행을 다한다. 국회의원 조성헌(변우민)은 입양아 골수 체취 매매 커넥션에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펜트하우스>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수많은 인간의 악행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장면들은 생각보다는 타격감이 크지 않다. 일단 김순옥 작가 특유의 굉장히 스피디한 사건 전개로 쉽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불쾌함을 느끼지 전에 곧바로 다음 사건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그저 펜트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자극적인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느낌에서 그친다.

또 어떤 면에서 <펜트하우스>는 인간의 성악설을 전면에 내세운다. 더구나 그 성악설은 천민자본주의 사회에 어울리는 코드로 제법 그럴싸하게 변주되어 있다. 겉으로 보이는 체면치레에는 온갖 고상을 떨면서, 뒤로는 남들에게 뒤처지는 것에 참지 못해 부르르 떠는 상류층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사실 이 우스꽝스러움은 <펜트하우스>의 치트키다. 자극적이고 잔인하며 인간의 끔찍한 얼굴을 효과적으로 가려주기 때문이다. <펜트하우스>는 속물근성이 뇌세포를 잠식한 듯한 강마리(신은경)나 억만금으로도 고칠 수 없는 마마보이 기질의 이규진(봉태규)을 코믹캐릭터로 전면에 내세운다. 그리고 시종일관 우스꽝스러움을 연출한다.

뿐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예술고등학교에 대한 상류층의 집착, 또 펜트하우스 만드느라 예산을 다 썼는지 너무 저렴하게 느껴지는 아리아 립싱크도 <펜트하우스>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거 다 인형놀이나 옛날이야기 같은 거니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같은 썩은 미소랄까? 그 때문에 <펜트하우스>는 드라마에서 심한 독기가 뿜어져 나오는 작품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흥부놀부>에서 놀부의 악행도 사실 심한 부분이 있으니까.

또 <펜트하우스>에서 헤라펠리스 주민들과 대비되는 가진 것 없는 이들은 나름의 진실을 가지고 있다. 민설아나 오윤희(유진) 모녀 캐릭터들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 가난하다고 세상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순둥이는 아니다. 이들은 어떻게든 그들의 힘겨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악착스럽게 달리며 사이다 같은 인생을 꿈꾼다. 첫 회에서 오윤희가 학교 교장의 불합리한 처분에 달려가 분노의 발차기를 날리는 장면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회차가 진행될수록 <펜트하우스>의 재미가 조금 시들해지는 게 사실이다. 자극적인 장면과 코믹 장면이 계속 이어지만 정교하게 사건이 쌓이는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천서진과 오윤희의 대립, 그리고 딸의 죽음을 목격한 후 헤라클레스 주민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심수련(이지아)의 다짐은 흥미롭다. 또한 민설아의 죽음과 이어진 사건의 큰 틀도 흥미롭게 볼만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 준비된 사건들의 얼개가 개연성도 없고 치밀하지도 못하니 수많은 사건들이 이어져도 그저 시간이 흐르는 대로 무심하게 지켜보게 될 따름이다. 김소연의 그로테스크한 표정 연기나 이지아의 우아한 감성 연기로도 그 커다란 빈틈은 채워지지가 않는다. 너무 자극적이어서 문제가 아니라 뼈대만 화려할 뿐 디테일한 내장제가 부실해서 아쉽다. 인간의 징그러운 속내를 보여줄 것 같던 화려한 독방귀의 <펜트하우스>, 그곳에서 우스꽝스러운 뿡뿡 방귀만 계속 터지는 느낌이랄까?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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