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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인'과 '삼시세끼' 팬층 모두 잡은 '안다행'의 영민한 선택

최영균 칼럼니스트 입력 2020.11.16. 13:30 수정 2020.11.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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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행'의 순항, '자연인'과 '삼시세끼' 사이 절묘한 위치 선정의 결과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사실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MBC의 은근한 예능 기대주다. 지난달 10일 첫 방송 이후 바로 자리를 잡아 시청률 4~5%대(이하 닐슨코리아)를 오가고 있고 14일 방송분은 5.7%로 동 시간대 전체 최고 시청률에 올라서기도 했다. 극한의 리얼 야생에서 홀로 사는 자연인을 연예계 대표 절친이 찾아가 함께 지내보는 자급자족 라이프를 보여주는 포맷이다.

축구인 안정환과 이영표가 출연했던 파일럿이 좋은 반응을 얻어 둘의 재출연을 시작으로 박명수·하하, 토니안·문희준 등으로 이어가고 있다.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순항은 야생 체험 예능의 성공 사례 사이에서 위치 선정을 절묘하게 한 결과로 보인다.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MBN <나는 자연인이다>의 순한 맛이자 tvN <삼시세끼>의 독한 맛 느낌이다.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는데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이 둘을 동시에 닮은 점이 작용해 시청자들은 익숙함을 쉽게 느끼고 몰입하게 되는 듯하다.

식재료 채취 노동의 강도나 먹거리의 익숙함에 있어서는 <안싸우면 다행이야>보다 <나는 자연연이다>가 훨씬 거칠다.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장어구이, 바지락 칼국수, 무밥, 더덕구이, 곤드레밥 등 야생에서 채취한 식재료로 만드는 음식이 도시에서도 낯설지 않은 메뉴들이다. 라면도 자주 등장하고 심지어 섬에서 미리 준비된 삼겹살도 구워 먹는다. 종종 개구리, 굼벵이, 귀뚜라미 같은 식재료도 사용하는 <나는 자연인이다>에 비해 거부감이 덜하다. 반면 체류지의 문명화 정도는 <삼시세끼>보다 낮다. 취사의 난이도, 거주 환경 등에 있어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야생성이 좀 더 강하다.

안정환·이영표 편에서는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어 흙 속에 저장하는 자연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하고 바닷물에 설거지를 했다. 안정환·이영표는 물론 박명수·하하 편도 잠 잘 시설이 마땅치 않아 텐트를 이용해야 했다. 처음으로 섬을 벗어나 산속으로 간 문희준·토니안 편에서는 바닥 난방이 되는 집에 수도가 있긴 했지만 더덕 채취를 위해 가파른 산을 헤매는 등 먹거리 채취 난이도를 급상승시켜 야생 생활의 강도를 유지했다. 반면 <삼시세끼>는 주민 없는 한적한 섬에서 진행되지만 제대로 된 집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야생 난이도가 <안싸우면 다행이야>보다는 낮다.

결국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강도 높은 리얼 야생의 부담스러움(<나는 자연인이다>)은 줄이면서도 야생이 줄 수 있는 자극적 재미는 <삼시세끼>보다 높게 잡아 두 프로그램의 친근함은 가져오되 둘의 약점을 보완해보려는 위치 선정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된 듯하다.

여기에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이중의 승부수를 하나 더 준비했다. 출연자 사이의 관계를 알아가는 재미와 투닥거림이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고정 멤버가 자연인 외 한 명뿐이라 이런 설정 자체가 없고 <삼시세끼>는 고정 멤버들 변동이 없어 관계가 이미 다 알려진 데다 차승원과 유해진이 대립하지 않는 틀을 유지하고 있기에 <안싸우면 다행이야>와는 구도가 다르다.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막연히 가까울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실제로는 어떤 사이인지 대중에게 덜 알려진 절친을 섭외한다. 토니안은 문희준 결혼식 사회를 봐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지만 둘이 함께 예능 방송을 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박명수도 주로 정준하와 케미가 많이 알려졌지 <무한도전>을 10여 년 했지만 실제 둘의 호흡은 많이 안 드러난 하하와 묶였다. 안정환과 이영표도 같이 국가대표 생활을 한 사이이지만 둘의 친분은 대중이 잘 몰랐다.

이런 커플의 출연은 잘 몰랐던 셀럽 사이 관계를 알아가는 재미를 만든다. 유명인의 친분을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이미 많은 관찰 예능에서 사용된 흥미 유발 장치다. 물론 시청자가 그런 둘을 방송을 통해 알아갈수록 흥미는 반비례해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둘의 티격태격이 개입해 다시 재미를 높인다.

<안싸우면 다행이야>에는 여러 예능적 장치들이 있지만 최종 결정타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둘 사이 아웅다웅하는 모습인 듯하다. 자급자족의 고난한 야생 생활은 절친이더라도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되고 그로 인해 티격태격하게 되기 쉽다. 안정환과 이영표는 일 처리 속도가 달랐고 박명수와 하하는 처음 해보는 일에 숙련도가 달랐다. 야생의 불편함 때문에 예민해져 있는 상황에서 이런 차이는 작업 능력이 좀 더 나은 쪽의 짜증을 유발한다. 아웅다웅으로 이어지지만 시청자들이 보기 불편한 상황까지 이르지는 않고 적당한 다툼 재미만 전하는 선에서 봉합된다. 결국 야생에서 굶주린 배를 채우려면 힘을 합쳐 식사 준비를 마무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현재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처럼 야생성이 부담스럽지는 않되 적당한 자극성은 있는 체험지를 계속 발굴해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알아가는 재미와 부담 없는 투닥거림을 보여줄 수 있는 '덜 알려진 절친'들의 리스트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일도 중요해 보인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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