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귀' 예능 더 이상 분장과 게임, 콩트만의 전유물 아니다[TV와치]

이해정 2020. 11. 1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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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체험은 재미를 보장하는 예능 단골 소재다.

'당나귀 귀'가 그린 농촌 체험은 예능 정석을 충실히 따랐다.

그런데도 이번 '당나귀 귀' 농촌 체험이 반가운 이유는 웃음을 넘어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 흔한 농촌 체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당나귀 귀'는 예능에 앞서 방송이 어떤 식으로 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지 좋은 예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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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해정 기자]

농촌 체험은 재미를 보장하는 예능 단골 소재다.

광활한 논, 밭 앞에서 짓는 막막한 표정, 꽃무늬 작업 바지, 땅에 발이 파묻혀 허우적거리는 모습까지. 일단 농사일만 했다 하면 웃음 풍작은 따놓은 단상이기 때문이다.

11월 15일 방송된 KBS 2TV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당나귀 귀')에서 현주엽은 '현주엽 TV'에 협찬이 들어왔으니 여주에 가서 밥만 먹어주면 된다는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그러나 이들이 도착한 장소는 식당이 아닌 벼가 노랗게 익어 가는 황금 들판. 마중 나온 이장은 "일을 하셔야 밥을 먹죠"라며 낫을 건넸고 현주엽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 웃음을 자아냈다.

일바지로 갈아입은 현주엽 일행은 능숙하게 낫질을 하며 논 가장자리의 벼를 베었고, 콤바인 기계로 150평 벼를 추수했다. 이후 현주엽은 이번 협찬비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훈훈함을 더했다.

'당나귀 귀'가 그린 농촌 체험은 예능 정석을 충실히 따랐다. 황당한 표정을 짓는 현주엽부터 농사일이 손에 익지 않아 허둥대는 모습까지. '나 혼자 산다' 성훈이 '파머 로이'로 변신했던 농촌 체험, '아내의 맛' 홍현희 제이쓴 부부가 참여한 미나리 캐기처럼 '당나귀 귀'도 농촌 체험에서 기대할 수 있는 고전적인 웃음을 수확했다.

농촌 체험이 예능가에 뿌리를 내린 건 최근 일이 아니다. 안전한 웃음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예측 가능한 상황을 그린다는 맹점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번 '당나귀 귀' 농촌 체험이 반가운 이유는 웃음을 넘어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올해 농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학교급식이 중단되고 인력난이 극심해지는 등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었다. 장마와 태풍에 따른 농가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애초에 농사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올 한 해 농민 시름은 그 어느 때보다 깊었다.

'현주엽 TV' 협찬을 위해서였든 '당나귀 귀' 흥행을 위한 것이었든 현주엽 일행이 농촌으로 향한 데에 일단 박수를 쳐주고 싶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꼭 배를 잡고 폭소해야만 웃음을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이웃에 대한 관심을 환기 시키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카메라를 비추면서 흐뭇한 웃음을 자아내는 예능도 꼭 필요하다.

그 흔한 농촌 체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당나귀 귀'는 예능에 앞서 방송이 어떤 식으로 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지 좋은 예를 보여줬다.

지난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로,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북돋우며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었다.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당나귀 귀'에서 벼 수확 현장을 그린 것은 단순한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우연으로라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작은 힘을 보태고 관심을 높일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농촌 체험뿐이 아니다. 예능은 더 이상 분장과 게임, 콩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한 예능이 많아져서 보는 즐거움은 물론 방송 후에도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진=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캡처)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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