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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집에 쏟아진 비난, 순한 맛 '골목식당'은 왜 안 될까

김종성 입력 2020.11.05. 11:54 수정 2020.11.0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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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김종성 기자]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동작구 상도동 골목편은 맛으로 구분하자면 '순한 맛'이었다. 도움을 요청한 식당 세 곳의 솔루션이 모두 원만하게 진행됐다. 갈등 요소가 있었으나 과장되지 않았고 지나치게 부각되지도 않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시청률이 반토막이 났지만, 그렇다고 맵고 자극적인 맛을 좇는 쉬운 선택을 하지 않았다. 원래의 방송 의도에 충실하고자 했다. 

잔치국숫집은 특색이 부족했다. 평범한 고명에 무난한 육수는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백종원은 인근의 프랜차이즈 국숫집과 비교하며 사장님의 분발을 촉구했다. 사장님은 고명에 소고기를 추가하며 새로운 맛을 찾아내려 노력했다. 또, 고명의 양도 크게 늘렸다. 잔치국수와 조합을 맞출 주먹밥도 완성했다. 사장님은 백종원의 조언을 빠르게 습득하며 발전해 나갔다. 

원래 독특한 맛을 갖추고 있던 닭떡볶이집은 두 가지 갈림길 앞에 서 있었다. 지금의 개성을 살리든지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맛을 추구하든지 택일을 해야했다. 평소라면 더 많은 손님층에 어필할 수 있는 메뉴를 추천했을 백종원은 자신을 웃음짓게 만든 새로운 맛을 가다듬어 보자고 제안했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닭떡볶이를 맛본 대다수의 손님들은 맛있다고 호평했다. 

사실 가장 걱정됐던 건 하와이언 주먹밥집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하와이언 주먹밥집을 대하는 제작진의 마음가짐이 우려됐다. 혹시 자극적인 편집을 통해 '빌런'으로 만들지는 않을지 의심하기도 했다. 충분히 그럴 만한 상황이기도 했다. 남편 사장님의 접객 태도는 백종원을 어이없게 만들었고, 시청자들을 화나게 했다. 게다가 청결 상태도 낙제점이었다. 자연스레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일부 언론들도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떠먹여주는 것 아니냐'는 내용과 함께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경고가 따라붙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하와이언 주먹밥집을 향한 (일부) 시청자의 분노를 시청률로 연결지을 수도 있었지만, 그런 선택을 하기보다 솔루션에 집중했다. 시청률 장사를 하는 것보다 도움을 주는 게 우선이니 말이다. 

하와이언 주먹밥집 사장님 부부는 무려 6가지의 신메뉴를 개발해 백종원 앞에 내놓았다. 나름 노력의 흔적이 보였지만 장사를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맛은 물론이고, 조리 속도와 원가 등에서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백종원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하와이언 주먹밥처럼 낯설지 않고, 많은 손님들이 찾을 메뉴가 필요했고, 요리가 서툰 남편 사장님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메뉴여야 했다.

백종원은 사장님에게 라면을 제안했다. 부족한 경력과 스킬을 성실과 노력으로 대체하기에 적합한 메뉴였기 때문이다. 아내 사장님은 흔쾌히 수긍했지만, 남편 사장님은 웬일인지 얼굴이 어두워 보였다. 뭐랄까, 납득하지 못하는 듯 했다. 충분히 이해가 됐다. 2년 가까이 만들어 왔던 기존의 메뉴를 갈아엎고 완전히 새로운 메뉴로 전향한다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백종원은 직접 시범을 보이기로 했다. 김성주는 거제도의 거미새라면, 여수의 갓돈라면, 인천의 무라면을 떠올라며 백종원의 새로운 라면을 기대했다. 백종원은 두 가지 라면을 선보였다. 하나는 고추기름 양념장에 돼지고기와 숙주 등을 넣은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햄(스팸)과 계란을 활용한 것이었다. 떨떠름한 표정이었던 남편 사장님의 얼굴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만큼 맛있었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아직 실력과 경력이 부족한 만큼 가격은 양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렴함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 가격을 유지하며 발전한 후에 가격을 재정비하자고 설명했다. 또, 라면집에 맞게 가게 리모델링도 진행됐다. 8구 화구에 닥트 설치도 완료했다. 홀은 칸막이와 의자로 자리를 구분해 라면집다운 면모를 갖추게 됐다. 이제 남은 건 피나는 연습뿐이었다.

방송이 나간 후 일부 시청자들은 '떠먹여주기'가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메뉴 선정에서 레시피 전수까지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그와 같은 뒷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더 있어서 사장님에게 메뉴를 고민할 시간을 줬더라면 좀더 좋은 그림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물론 헛발질만 하다가 시간낭비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백종원이 고심 끝에 라면을 전수한 까닭이 있지 않겠는가. 계속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장님에게 더 이상의 고민은 무의미하다고 봤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빠른 답을 제시하고, 따라오게끔 만드는 것도 솔루션의 한 방법이다. 솔루션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밟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좀더 중요한 건 솔루션 이후의 충실함일 테니 말이다. 백종원과 시청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것 말이다.

일각의 불만도 이해한다. 그러나 하와이언 주먹밥집 사장님 부부는 나름의 노력도 기울였다. 보는 이의 눈에 충분하지 않았을지라도 변화를 위해 고민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접객에 서툰 남편 사장님을 탓하기보다 동갑내기 김성주를 투입해 도움을 주려 애썼다. 비판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인격을 훼손시킬 이유는 없다. 자극적인 맛은 없어졌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순한 맛도 괜찮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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