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솔솔', 왜 그들은 투덜대면서도 고아라를 흔쾌히 도울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0. 10. 3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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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솔솔라라솔', 저마다 반짝별이 있어 힘겨워도 살아간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정말 너무너무 소소하고 소박하며 자그마한 드라마다. 특히 요즘처럼 독하고 화려하며 센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 KBS 수목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은 더더욱 가녀리게 느껴진다. 남쪽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의 미용실과 그 옆에 붙어 있는 '라라랜드'라 이름 붙여진 피아노학원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자그마한 이야기가 마음을 빼앗는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도도솔솔라라솔>은 '반짝반짝 작은 별'의 계이름에서 따왔다. 구라라(고아라)가 '도도솔솔라라솔'만 치다 내려왔던 첫 피아노 연주에서 당혹스러워할 때, 아빠 구만수(엄효섭)이 홀로 일어나 엄지를 치켜세우며 "브라보"를 외쳐주었던 기억이 드리워진 계이름. 사업이 망하고 아빠가 돌아가신 데다, 문비서(안내상)가 마지막으로 남겨준 돈으로 얻은 전세조차 사기를 당해 전세금을 날려버려 오갈 데 없게 된 구라라에게 SNS에 올라온 닉네임 '도도솔솔라라솔'의 글은 작은 희망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무작정 그 '도도솔솔라라솔'이 있다는 남쪽 바닷가 작은 마을로 가게 된 구라라가 거기서 선우준(이재욱)과 차은석(김주헌)을 만나고 또 그 곳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조금씩 아픔을 이겨내고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것이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상처를 입고 이 작은 마을로 온 건 구라라만이 아니다. 선우준도 차은석도 마찬가지다. 선우준은 고등학생이지만 친구가 사고로 사망하게 된 충격과 강압적인 아버지 때문에 가출해 이곳으로 내려온 후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간다. 의사인 차은석은 이혼 후 이곳에 내려와 병원에서 일하지만, 어딘가 건강에 문제가 있다.

흥미로운 건 구라라처럼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인물을 선우준도 차은석도 또 마을 사람들도 쉽게 외면하지 못하고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구라라의 천진난만하며 당당한 도움 요청에 투덜대기도 하도 뻔뻔하다고 말하면서도 그를 돕는다. 선우준과 차은석은 구라라의 졸업연주회에서 '도도솔솔라라솔'을 연주하는 걸 들었던 인연이 있고, 또 파혼을 당했던 구라라의 결혼식장에서도 서로 스친 사이다.

그런 인연이 있다 해도 이렇게 선뜻 집을 구해주고 피아노 학원을 만들어주고 옆에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 애쓰는 모습은 선우준과 차은석이 구라라에게 가진 그 이상의 애정을 드러낸다. 거기에는 현실적인 계산 같은 도회적인 삶의 방식이 전혀 드리워져 있지 않다. 구라라가 할 수 있는 건 항상 밝게 사람들을 대하고, 누구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려 하며, 힘겨울 때 피아노를 쳐주는 그런 것들이다. 도시에서라면 전혀 현실적일 수 있을까 싶은 구라라의 그런 모습은 그러나 이 시골 마을에서는 반짝반짝 빛난다.

시청자들은 구라라를 이 마을로 이끌었고 또 피아노를 선물해준 '도도솔솔라라솔'의 정체가 누구인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여러 추측들이 등장하지만 사실 드라마는 그 정체 자체보다도 누가 '키다리 아저씨'인가를 상상하며 드라마를 보게 되는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구라라를 둘러싼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을 바라보고 작은 도움을 전하는 것조차 예민하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아마도 '도도솔솔라라솔'이라는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는 드라마의 중요한 극적 상황을 만들 테지만, 그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우리가 스스로 상상하며 주변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을 보게 만드는 이 장치의 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게 말해주는 건 다름 아닌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주의 깊게 생각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당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전해주는 따뜻한 마음 때문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도솔솔라라솔>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흐뭇하게 미소 짓다 보면 새삼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자꾸만 떠올리게 된다. 나를 살아가게 하는 무수히 많은 숨겨진 '키다리 아저씨'를. 또 저 멀리서부터 빛을 던져줌으로써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무수히 많은 '작은 별'들을.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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