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김순옥표, 강도 높은 매운맛 [TV와치]

육지예 입력 2020. 10. 2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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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육지예 기자]

'펜트하우스'가 첫 회부터 매운 마라맛을 보여줬다. 시청자들이 혀끝에 얼얼함을 호소했다. 그런데 어째 마냥 맵기만 한 느낌이다.

맵기로 소문난 두 사람이 손을 잡았다. '아내의 유혹' 김순옥 작가와 '리턴' 주동민 pd가 SBS '황후의 품격' 이후 약 2년 만에 재회했다. 10월 26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로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첫 회부터 만만치 않았다. 시작한 지 5분 만에 사람이 떨어져 죽었다. 하얀 조각상은 붉은 피로 물들어 섬뜩한 광경을 자아냈다.

시청자들은 "역시 김순옥 작가님답다. 시작부터 누구 하나 죽이네"라는 기대에 찬 반응을 보였다. 충격적인 오프닝 이후 전개는 '2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90분 동안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전개에 시청자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불륜, 누명, 폭력. 자극적인 재료와 과도한 연출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효과적이었다. 분명히 맵긴 매웠다. 맵긴 하지만 그 외에 다른 맛은 미미했다.

드라마 속 상류층들은 대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욕망에 눈이 멀어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더 큰 욕망을 좇는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새로운 인물이 그들에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새 인물은 권력 바깥에 놓여 있을 때가 많다. 사실 이런 인물 구성과 스토리는 제법 익숙하다.

악역으로 귀환한 김소연부터 연기력 뛰어난 배우들이 펜트하우스에 입주했다. 인물들은 저마다 뚜렷한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경주마처럼 오로지 욕망만을 보고 달렸다.

가발과 드레스를 착용한 인물들은 연극 속 인물처럼 이질적이었다. 재벌들 간 기싸움으로 시작해 불륜은 당연했다. 천서진(김소연 분)에게 남편은 액세서리 같은 존재였다. 천서진은 심수련(이지아 분)의 남편 주단태(엄기준 분)를 유혹한 뒤 격정적인 키스를 나눴다. 일 층에서는 수표를 공처럼 뭉쳐서 놀고 있었다. 상류층들의 저급한 문화를 보여주는 대목. 이런 풍경은 기존 상류층을 다뤄온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편 빽 없는 오윤희(유진 분)는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강마리(신은경 분)는 자기 딸이 거짓말하는 걸 알면서도 오윤희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 오윤희는 누명 쓴 딸에게서 과거 기억을 떠올렸다. 오윤희는 각성한 듯 성큼성큼 책상을 밟고 뛰어갔다. 망설임 없이 교장 선생에게 발차기를 가했다. 딸 배로나(김현수 분)와 해방감을 느낀 상황이 연출됐지만 시청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 폭력 위원회에 온 기자들, 편파적인 교장, 허공에 교장 앞니가 날아가는 장면은 한 편의 억지스러운 코미디 같았다.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과거 오윤희와 천서진은 난투극까지 벌였다. 두 사람은 트로피를 두고 싸웠다. 천서진은 "도둑년"이라는 말에 오윤희에게 트로피를 휘둘렀다. 이에 목에서 피가 솟구치는 장면이 그대로 드러났다. 15세 이상 관람가라기에 다소 자극적인 장면이었다.

첫 방송 이후 일부 시청자들은 "스카이 캐슬과 부부의 세계 합친 것 같다" "이렇게 잔인한 장면 아무렇지 않게 나오다니" "되게 자극적이네" 라는 반응을 보였다.

'펜트하우스'는 상류층 헤라팰리스 입주자들의 욕망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다. 일그러진 욕망에 부동산과 교육 전쟁을 예고했다. 헤라클럽의 퀸 심수련, 여왕벌 천서진, 졸부 강마리. 그리고 헤라팰리스 바깥 인물, 자격증 없는 부동산 컨설턴트 오윤희. 그런 천서진이 과거 악연이 있는 오윤희와 다시 마주치게 되면서 1회가 끝났다.

'펜트하우스'는 1회 9.2%(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로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시청자들은 자극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뒷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숨기지 못했다. 오윤희가 천서진에게 "넌 나 못 이겨"라는 대사를 뱉으며 앞으로 갈등 관계가 복잡해질 것을 예고했다.

앞으로 펜트하우스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강도 높은 매운맛이 시작을 알렸다. 막장이 사랑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단맛도 신맛도 아닌 매운맛으로만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매운맛만 먹다 보면 언젠가 탈이 나는 법. 과연 속이 쓰리지 않으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방송.

(사진=SBS '펜트하우스' 방송 캡처)

뉴스엔 육지예 mii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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