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도 놀란 진기한 시도.. 불편한 '사장님귀'의 경로이탈

김상화 입력 2020. 10. 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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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 취지 증발에 자극적 내용 중심

[김상화 기자]

 지난 18일 방영된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 KBS
 
매주 일요일 오후 5시 방영되는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후속 시간대 < 1박2일 >과 더불어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 중인 KBS 2TV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업계에 종사하는 사장님(리더)과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으면서 2년째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데, 최근 <사장님 귀>의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갑질' 논란이 빚어지는가 하면 먹방, 유튜브 도전 등 경로 이탈에 가까운 내용들이 방송의 중심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조회수 올리기 위한 뜨거운 기름에 손 넣기
 
 지난 18일 방영된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 KBS
 
<사장님 귀>의 고정 출연자 현주엽 전 농구감독은 지난 몇 달 사이 유튜버 입문을 위한 다양한 체험에 나서고 있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 '먹방'을 하기도 하고, '쿡방'에도 도전하는 등 다양한 그림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18일 방영분에선 정호영 셰프의 유튜브 촬영에 보조로 나서면서 이것저것 열심히 배우는 현 전 감독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데 해당 방송 장면에서 일부 자극적인 내용이 소개되면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이날 정 셰프는 은갈치 튀김을 위해 175도 이상 펄펄 끊는 기름에 반죽 묻은 손을 수시로 집어 넣으며 일명 '튀김 꽃' 만들기에 나선다. "이렇게 해야 조회수가 잘 올라간다"는 설명과 함께 이뤄진 진기한 시도는 MC 전현무와 김숙도 놀랄 만큼 제법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 셰프는 "형도 한번 해보라"라면서 조리 경력 자체가 전무한 현 전 감독에게 시도해볼 것을 권유한다. 다행히 큰 탈 없이 따라하기에 성공한 현주엽은 "이제 셰프 없이도 할 수 있다"면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내비친다.  

이를 스튜디오에서 지켜본 송훈 셰프조차도 "1, 2초 차이로 손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면서 "아무나 따라해선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전문가 도움 없이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라는 자막이 등장하긴 했지만 변변한 요리 조차 해본 적 없는 초보자에게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시도를 하게 유도하는 방송은 부적절해 보였다.

유튜브 조회수를 위해 위험한 행동을 보여주고 가르친다는 것 역시 공영방송의 가치와 맞지 않았으며, 이를 별다른 고민 없이 재미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건 말 그대로 제작진의 '안전 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 

알고 보니 먹방 예능... 사장님들 자아성찰은 어디로?
 
 지난 18일 방영된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 KBS
 
지난 몇 달 사이 <사장님 귀>에선 크고 작은 변화가 발견됐다.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준 심영순 요리 연구가, 김소연 모델 기획사 대표, 양치승 관장 등을 대신해 송훈 셰프, 김기태 씨름 감독 등 새 인물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출연 분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여전히 먹방이다. 제주도 지점 오픈 준비를 위해 직원들과 지역 맛집을 직접 찾아 나서 비교 체험에 나선 송셰프의 방영분에선 고기부터 각종 빵까지 다양한 소재 음식들이 등장했다. 

최근 씨름 인기에 힘입어 등장 중인 김기태 감독의 내용에서도 '1인 2닭' 정도는 기본이라는 씨름 선수들의 경이로운 먹방이 큰 비중을 두고 소개된다. 여기에 현주엽 전 감독 관련 내용 역시 소, 돼지고기에 장어, 각종 생선 요리에 샌드위치 등이 추가되면서 <사장님 귀>은 어느새 먹방 전문 예능으로 변신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동안 <사장님 귀>의 인기에 양념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 양치승 관장 및 트레이너들의 놀라운 '식욕'이었고 고정 혹은 동반 출연자들 상당수가 요식업계 종사자 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방송에선 지나칠 정도로 먹방에 치우친 내용이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는 점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한다.

조직의 수장 vs. 구성원들 이야기를 통해 재미를 만들어 왔던 <사장님 귀>가 먹방 예능으로 경로를 이탈하고 이 과정에서 자극적인 영상까지 등장하는 건 아이디어 고갈이라는 한계 상황 도달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시청자들이 애초 <사장님 귀>를 선택했던 이유는 먹방 때문이 아니었다. 원래 기획 취지였던 '사장님들의 자아성찰'이 하루 속히 시청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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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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