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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산', 기안84 출연 문제보다 훨씬 심각한 세계관의 균열

정덕현 칼럼니스트 입력 2020.10.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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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산', 어째서 예전처럼 마음껏 웃을 수가 없을까
'나혼산'에 드리워진 '그들만의 세계'라는 그늘

[엔터미디어=정덕현]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3얼이 다시 출격했다. 이시언, 성훈 그리고 기안84. 한 때 '3얼간이'로 불리고 여기에 헨리까지 더해져 '4얼'로도 확장되며 <나 혼자 산다>의 팬층을 끌어 모았던 그들이다. 이들이 함께 모인 이유는 가을에 맞춘 화보 촬영이다. 화보를 위한 조언을 듣기 위해 한혜진의 집을 찾은 세 사람은 인바디로 몸을 체크하고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얼마나 많이 빼느냐에 따라 벌칙이 아닌 잘 한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동기부여를 해가며.

그리고 2주 후 정말 살을 쪽 빼고 온 이시언과 달리기 같은 유산소운동을 했다는 기안84 그리고 관리 안 해도 모델 포스가 나는 성훈이 촬영장에서 다시 만났다. 그토록 힘겹게 노력해 꽤 많은 살을 뺐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얼굴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새삼 성훈을 통해 깨닫는 이시언의 모습이나, 과거 살을 쪽 뺀 상태로 찍었던 화보와 현재 살이 통통해 턱선이 사라져버린 모습이 비교되는 기안84가 웃음의 포인트로 제시되고, 이들이 베테랑 성훈의 도움으로 점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과정이 담겨졌다.

물론 그 과정 속 순간순간 웃음을 주는 장면들이 등장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과거 3얼이 나와 그저 툭탁대기만 해도 빵빵 터지고, 무엇보다 그 웃기는 장면들을 기분 좋게 바라보던 그 때와는 사뭇 달라진 느낌이 생겼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이 보여주는 일상을 보며 예전처럼 마음껏 웃을 수 없게 만든 걸까.

전적인 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기안84의 논란이 그 기화가 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논란 이후 기안84는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고 한동안 방송에 출연하지 않다가 다시 방송에 모습을 보였다. <나 혼자 산다>의 팬들은 양분되었다. 기안84가 나와야 <나 혼자 산다>의 재미가 살아난다는 팬들이 있는 반면, 기안84 때문에 보기가 불편해졌다는 팬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런 양분된 의견은 지금까지도 분분하다.

하지만 기안84가 방송에 나오느냐 아니냐의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건 이 사태 이후에 <나 혼자 산다>를 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그것은 잘잘못의 문제를 떠나서 이 방송의 제작진이나 출연자들 심지어는 팬층까지 '그들만의 세계'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나 혼자 산다>의 본래 기획의도가 혼자 사는 다양한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특정 출연자들이 거의 고정적으로 출연해 '그들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고, 그것은 어떤 논란이나 문제에서도(어쩌면 그런 상황 속에서 더더욱) 더 끈끈한 유대관계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논란과 복귀의 과정이 나오기 이전에는 이들의 세계에 대한 지지의 정서 같은 것이 있어서 '저들 세계'와 그걸 보는 이들이 유리된 느낌 없이 친근하게 여겨져 왔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유사가족 관계 같은 끈끈한 유대관계를 만들어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논란이 터지고 양분된 의견 속에서 사실 어떤 선택을 해도 반대쪽 의견을 가진 이들은 이 유대관계가 깨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나마 지난 추석 특집으로 <나 혼자 산다>의 시조새들인 김광규나 하석진 같은 출연자가 출연했을 때만 해도 시청자들은 간만에 하나로 묶일 수가 있었다. <나 혼자 산다>의 초창기 시절 추억으로 시간을 슬쩍 되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늘 나오던 고정 출연자들의 일상으로 돌아오자 유대관계는 다시 균열을 일으킨다. 아마도 기안84의 방송 복귀를 반대하는 <나 혼자 산다>의 팬이라면 '그들만의 세계'의 공고함에 다소 소외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그래서 지금 <나 혼자 산다>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기안84 논란의 여파보다 이렇게 균열이 간 유대관계를 어떻게 다시 회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적어도 '그들만의 세계'로 프로그램이 인식된다면 그만큼 이 프로그램에 치명적인 일은 없을 게다. <나 혼자 산다>라는 제목이 혼자 사는 삶의 의미에서 자칫 팬들이 뭐라 하도 나는 갈 길을 간다는 식의 의미로 퇴색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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