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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아쉬운 한 수가 된 박지현 활용법[TV와치]

이민지 입력 2020.10.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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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얽히고설킨 6각관계의 로맨스 드라마에서 남녀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조연은 어찌보면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이러한 캐릭터를 이야기를 전개 시키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극본 류보리/연출 조영민)에 등장하는 이정경(박지현 분)이 그렇다.

이정경은 재계 순위 15위인 경후그룹 회장의 외동딸이자 바이올린 신동이라 불릴 정도로 출중했던 재능을 타고 났던 인물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어느 순간 재능도 사라져 평범해져버린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설정만으로도 강력한 서사를 품고 있는 캐릭터다. 그런 이정경은 지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속 최고의 빌런으로 미움 받고 있다.

이정경이 10년간 곁을 지켜준 연인 한현호(김성철 분)를 한순간 외면하고, 열등감과 질투심에 월드 클래스 피아니스트가 된 친구 박준영(김민재 분)을 흔들며 그를 소유물처럼 여기는 모습까지는 드라마 속 인물들의 성장을 이끌어내고 고요한 극에 강렬한 사건을 부여하는데 부합했다. 문제는 이 캐릭터를 과도하게 사용하며 벌어진데서 시작됐다.

적재적소에 활용돼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질 수 있었던 이정경은 드라마 속 모든 인물들과 얽히며 피곤한 캐릭터로 전락했다. 박준영을 향한 자신의 도발이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백했을 때, 마스터클래스에서 마주한 채송아에게 진심어린 조언과 질문을 주고 받았을 때,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캐릭터로 변모할 수 있었음에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두 사람만의 서사로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스며들고 연인이 된 박준영, 채송아(박은빈 분)가 겪는 갈등의 중심에는 이정경이 있다. 시작하는 연인들이 서로를 더욱 깊이 알아가는 과정에 갈등 요소가 중요하다. 박준영, 채송아가 각자가 겪고 있는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갈등과 성장을 그려낼 수 있지만 드라마는 이정경으로 이 갈등구조를 손쉽게 만들어내고 있다.

사고 치는 아버지, 수습할 줄 모르는 어머니 등 힘겨운 가족사와 루틴이었던 트로이메라이를 놓은 후 콩쿠르 준비가 마음처럼 되지 않는 박준영의 음악적 성장과 바이올린을 사랑하지만 재능이 없어 그만큼 상처 받는 채송아의 고달픈 사연 곳곳에 이정경이 등장한다. 이정경은 박준영의 아버지 빚을 갚아주며 박준영에게 "너에겐 내가 필요하다"고 그를 옥죄고 채송아에겐 "준영이를 기다리고 있다"라며 안 그래도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채송아의 자존감을 깎아내렸다. 이 과정에서 박준영은 이정경과 경후재단에 더 큰 빚을 지게 되고 채송아는 상처받는다.

문제는 이 구조가 드라마를 지지해온 시청자들이 발견한 남녀주인공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다는데 있다. 바이올린 실력이 부족해도 "같이 연주하고 싶다"고 용기내 말하고 맡은 일을 똑부러지게 해내며 '신여송'이라는 애칭을 얻었던 채송아는 이정경 앞에서 작아지고 속앓이를 했다. 채송아를 좋아하는 마음에 이정경에게 선을 긋고, 경후재단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홀로서기 하려는 박준영의 끊임없는 노력도 매번 헛수고로 만들었다.

재능 있는 어린 학생에게 교수 몰래 레슨을 해주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얽매여 사는 할머니, 아버지와의 관계까지 이정경 개인의 성장사까지 등장한다. 이는 이정경이란 캐릭터가 박준영, 채송아 사이의 갈등 요소가 아니어도 충분히 풀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이정경에게 버림 받아 처량한 신세가 된 한현호는 여전히 이정경바라기 모드이지만 별다른 활약이 없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급하지 않은 드라마이다. 박준영도, 채송아도 서서히 자신들만의 템포로 조금씩 성장 중이다. 빠른 속도에 익숙한 시청자에게 메인 스토리는 답답함이 느껴질 수도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이정경의 이야기가 유독 힘입게 달려가다 보니 남녀주인공은 한층 답답해 보이고, 이정경은 이 이야기에서 더욱 이질적인 캐릭터가 됐다. 이정경 활용법이 아쉬움을 남는 이유이다.

한편 10월 12일 방송된 13회 방송을 통해 마음의 정리를 끝낸 채송아의 모습이 그려졌다. 채송아는 이수경(백지원 분) 교수에게 체임버 일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며 보다 단호해진 모습을 보였다. 박준영이 지도교수 유태진(주석태 분)에게 '트로이메라이' 연주를 도둑맞고 채송아가 오해할까 걱정하며 고군분투 하는 모습이 예고된 가운데 채송아의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사진=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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