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행' 안정환·이영표, 이 상극 콤비를 쭉 볼 순 없는 걸까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0. 10. 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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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편성 후 첫 방 성공한 '안다행'이 받은 숙제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의 토요 예능 라인업이 탄탄해졌다. 기본 두 자릿수 시청률의 황금기를 이어가고 있는 <놀면 뭐하니?>부터 꾸준한 시청률의 <전지적 참견 시점> 사이,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편성돼 이른바 클린업 트리오 체제를 갖췄다. 특히 비슷한 시간대 지상파 예능의 터줏대감 중 하나인 KBS2 <살림남2>이 버티는 가운데 거둔 성과다. 밤 10시 대에 편성된 <안싸우면 다행이야>는 대한민국 대표 절친 스타들의 자급자족 라이프, 극한 환경에서 리얼 야생기 콘셉트의 예능으로, 지난 7월 2부작 파일럿을 방영했을 당시 수도권 기준으로 9%대, 전국 기준으로도 7%를 넘기는 엄청난 시청률과 화제성을 불러 모은 바 있다.

특히, 파일럿은 2002 월드컵 신화의 주역인 1년차 선후배이자, MBC와 KBS 간판 축구해설위원으로 활약 중인 안정환과 이영표가 첫 예능 동반 출연이라서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얻었다. 그리고 실제로 해설 스타일이 정반대인 것처럼 이 둘의 성향은 정말 상극이었다. 파일럿에서 밝히길 국가대표팀에서 수년간 동고동락한 친한 사이지만 사석에서 단 둘이 식사를 해본 적 없다는 말이 고개가 끄덕여졌다. 반전도 있다. 매사 진지하고 뭐든 잘하고 늘 열정적일 것 같은 이영표가 순수 뺀질 꾀돌이 면모를 보이고, 이를 타박하면서도 궂은일을 떠맡게 되는 안정환의 인간미가 말 그대로 티키타카를 벌였다.

정규편성 첫 회 또한 이 두 올드보이 콤비의 무인도행으로 이뤄졌다. 이미 경험이 있기에 이영표는 "형님하고 1박2일 동안 생활할 생각하니까 잠이 잘 안오더라"며 걱정을 드러냈고, 이영표에 대해 "진짜 재미없는 게 웃긴 세상"이 왔다던 안정환은 무심하게 이번엔 일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실제로 안정환이 진행 중 인터뷰에서 밝히고 스튜디오 MC들도 짚어주듯 이영표는 파일럿 때와는 다른 열정적 자세로 임했다. 다만, 안정환의 말 그대로 (사람의 본성이란) 그게 쉽게 생각과 다짐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이영표는 "제가요?" "처음이에요"를 연신 입에 달고 자연인과 코드가 맞아 비교적 편한 일을 느릿하게 하고, 땀을 쏟아야 하는 일은 안정환이 하는 구도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파일럿 때보다 이 둘의 관계가 다소 잔잔하게 다가온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관계라는 점과 이영표의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인해 안정환이 열을 받는 상황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그 빈틈에 제작진은 자연인과 출연자의 케미스트리와 자연인에 대한 미스터리를 주요한 스토리라인으로 구성했다. 그러면서 구조적으로 파일럿에 비해 한결 정돈되고 잔잔해졌다. 파일럿의 허술했던 촬영과 편집도 세련돼졌다. 무인도라면서 심심찮게 프레임 안팎을 넘나들던 스텝과 촬영장비의 존재는 최소화됐고, 흐름을 끊으며 몰입을 방해하던 스튜디오 토크쇼의 비중도 대폭 줄였다.

하지만, 정돈되는 과정에서 파일럿 당시 느껴졌던 '날 것'의 에너지가 줄었다. 우선, 자연인 '제임스 오'는 미스터리 소재로 쓰기에 MBN <자연인>을 비롯한 여러 방송에 수차례 소개된 나름 유명인이다. 그보다 정규편성 된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안정환과 이영표의 예능이 아니란 점이 파일럿을 흥미롭게 본 입장에서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열악한 환경에 당황했다가, 체념했다가 점차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영표와 티격태격하는 안정환의 인간적 매력이 파일럿의 주된 볼거리였다. 끊임없이 투덜거리고 후배를 구박하긴 하는데, 보기와 다르게 허당이고 뺀질거리는 이영표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참고, 삐지고, 순간 열 받는 방송인 안정환의 리얼한 모습이 재미의 원천이었다. 무인도나 자연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함께 동고동락해오며 쌓은 신뢰를 토대로 불편함 없는 불협화음의 미학을 선보인 것이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큰 사랑을 받은 핵심이었다.

2회에 안정환과 이영표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본격화 된다는 예고가 있긴 하지만 1화는 둘 사이의 관계가 파일럿에서 보던 것보다도 별다른 일 없이 전개되면서 너무 잔잔했다. 채집과 먹방, 안정환은 땀 흘리며 불을 피우고, 이영표는 고요하고 느릿하게 앉아서 재료 손질하는 장면들이 너무 익숙했다. 여러모로 파일럿의 성공은 연예계 절친이 무인도에 함께 간다는 콘셉트보다 안정환과 이영표가 함께한다는 캐스팅에 많은 걸 기대고 있었다. 물론 예고된 박명수와 하하 콤비나 제작진의 꿈이라는 나훈아와 남진이 무인도를 가는 그림도 기대되고 흥미롭겠지만 오랜 기간 쌓아온 둘 사이의 관계와 특유의 진한 인간미를 넘어선 재미와 관심을 어떻게 낼 수 있을지, 기대보다 큰 숙제를 안게 됐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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