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우울증, '미쓰백' 속 씁쓸한 걸그룹 민낯에 분노[TV와치]

이하나 입력 2020. 10.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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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하나 기자]

나인뮤지스 출신 세라, 스텔라 출신 가영이 보여준 걸그룹의 민낯이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10월 8일 첫 방송된 MBN ‘미쓰백’에서는 세라, 가영 등의 일상과 걸그룹 활동 당시 겪은 고충이 공개됐다.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한 방탄소년단과 첫 정규앨범 ‘THE ALBUM’ 선주문량 100만장 및 유튜브 구독자 5천만 명 돌파 기록을 세운 블랙핑크를 필두로 전 세계에 K팝이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쓰백’은 무대 위 화려함 뒤에 감춰진 걸그룹들의 어두운 부분을 끌어냈다.

현재 걸그룹에 대해 영어로 리뷰하는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세라는 이날 방송에서 “1년에 6~70 팀이 넘는 걸그룹이 데뷔하는데 그 중 다음 해까지 살아남은 그룹은 1%가 안 된다”며 걸그룹으로서 생존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까운 것을 강조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부 기획사들은 생존을 위해 걸그룹을 성적 상품으로 활용했다. ‘미쓰백’에서는 이러한 시스템 속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나인뮤지스 출신 세라는 “요즘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때만 해도 그냥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며 첫 방송에서 가터벨트를 했던 일을 떠올렸다.

“처음에 그게 사자성어인 줄 알았다”고 했을 정도로 가터벨트의 개념도 몰랐던 세라는 가터벨트를 하고 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10대였던 멤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스텔라 출신 가영의 사연은 더 충격적이었다. 가영은 강요된 19금 콘셉트로 인해 받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고백했다. 이전부터 청순, 상큼 콘셉트를 시도했다가 큰 반응이 오지 않았을 때, 섹시 콘셉트로 전향하는 걸그룹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스텔라 역시 데뷔 앨범이 실패하자 ‘마리오네트’라는 곡에서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이며 180도 변신했다.

가영은 수위가 높아질수록 스케줄이 늘자 회사에서 계속 자극적인 콘셉트를 끌고 나갔다고 전했다. 급기야 멤버들을 속여 수위가 높은 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을 상의 없이 노출시키는 일까지 일어났다.

원치 않았던 섹시 콘셉트의 피해는 당사자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미쓰백’에서 가영은 팀 탈퇴 후에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받는 성희롱 게시물, 스폰서 제의를 비롯해 긴 옷으로 몸을 가리게 된 트라우마까지 겪고 있음을 털어놨다. 또 자신으로 하여금 부모님까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에 눈물을 흘렸다.

가영의 사연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를 정도로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회사를 잘못 만난 가영만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에도 네이버 V라이브를 하던 파나틱스에게 한 스태프가 다리를 가릴 수 있도록 재킷을 건네자 소속사 관계자가 “가리면 어떡하냐. 보여주려고 하는 건데. 바보냐” 등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으며, 지난 8월 옐로비는 회사 관계자와 매니저로부터 성희롱,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논란을 빚었다.

이른바 ‘뜬 그룹’이 된다면 어린 나이에 막대한 부를 누릴 수 있지만 반대 경우는 더욱 냉혹하다. 가영은 7년 활동 동안 수익은 천만 원에 그쳤다고 털어놔 백지영을 울렸고, 세라는 팀 탈퇴 후 1인 기획사를 차려 고군분투 했으나 현재 통장 잔고 93만 원에 대출까지 거절 당한 현실에 낙담했다.

남녀 그룹을 막론하고 겪는 정신적 고통도 공개됐다. 지난해부터 앓기 시작한 공황장애,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티아라 소연은 “다들 어느 정도 공감은 할 거라 생각한다. 이 일을 한다는게 마음을 많이 다칠 수 있다. 저도 비슷하다”며 팀이 오해로 대중에게 미움을 받을 때 병이 시작됐다고 털어놨다.

소연은 “혹시 오해 받을까봐 병원 가는 것도 무서웠다. 병원을 안 가고 몇 년을 버티다 보니까 너무 힘든 상황까지 오더라. 처음으로 엄마한테 병원 가보고 싶다고 말하고 병원을 갔고 불안장애와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며 “약에 의존하면 극복하지 못할 것 같아서 약을 먹지 않고 견뎌서 극복 했다”며 세라를 위로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도 이들의 사연에 함께 분노하고 안타까워 했다.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아이돌 돈 많이 버는 것만 보여줘서 환상만 가지는데..현실은 아니다”, “가영과 같은 사연 가진 아이돌이 엄청 많을텐데 마음이 아프다”, “‘미쓰백’을 보면서 많이 놀랐고, 눈물이 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걸그룹 성공 확률을 ‘0.001%’로 정의한 ‘미쓰백’은 이후 방송에서도 멤버들을 통해 생활고 문제, 기획사와 소송 등 화려함 속에 감춰진 이면을 공개할 것을 예고했다. 첫 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들이 대중의 관심 속에 인생곡을 남기고, 그간의 상처를 씻을 수 있을 것인지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MBN '미쓰백' 방송 캡처)

뉴스엔 이하나 blis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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