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센스' 모처럼 컨트롤타워에 앉은 유재석, 물 만났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0. 9. 18.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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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무한도전'에 더 가까운 '식스센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식스센스>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유재석의 새 예능 프로그램이다. 국민MC 자리에 있던 지난 10년간 런칭한 프로그램이 10개가 채 되지 않기에 유재석의 신작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이번 <식스센스>는 2017년 전후 일었던 유재석 콘텐츠의 고착화 논란을 타파하고 다시금 날아오르는 중에 나온 첫 신작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역시나 유재석다운 면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성공한 경험과 인연을 중시하는 그의 신중함이 이번에도 나타난다. SBS에서 tvN으로 이적한 정철민 PD는 알다시피 SBS <런닝맨>의 재도약을 이룬 인물이다. <런닝맨> 이후 SBS <미추리>를 통해 유재석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다. 출연진인 전소민은 정철민 PD가 캐스팅해 대박이 난 <런닝맨>의 고정멤버고 유재석의 새 파트너가 된 제시, 미주, 첫 회 게스트 이상엽은 모두 <런닝맨>을 통해 좋은 반응을 얻은 출연자다. 재미요소도 정철민 PD의 인장이자 특기이자 집념의 관심사인 '추리'를 기반으로, 빠지면 섭섭한 벌칙, 힌트, 게임 등 <런닝맨>의 기본 요소가 어우러진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여기다 트렌디함을 얹었다. <식스센스>는 최근 핫하게 떠오르는 맛집,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장소들 등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낼 주제 안에서 진짜 속의 가짜를 찾아내는 육감 현혹 버라이어티를 추구한다. 즉 추리를 하는 과정 속에 요즘 트렌드를 알아가는 재미를 넣었다. 또한 출연진에 조세호, 광희(게스트로는 출연한다), 이광수, 지석진 등이 없다. 그 대신 MBC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방송가에서 가장 트렌디하다는 여성 예능을 본격적으로 시도한다.

정철민 PD가 애정하는 추리 콘텐츠가 주재료이긴 하지만 소위 말하는 맛의 본질은 오나라, 제시, 민주, 전소민 등 여자 연예인들이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멤버들의 텐션에 있다. 그래서 고감도 에너지레벨과 고농도 캐미스트리로 똘똘 뭉친 출연진을 지휘할 때 가장 신이 나는 유재석다운 방송이기도 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식스센스>는 <런닝맨>의 인연과 세계관 위에 서 있지만 유재석이 컨트롤타워가 되어 에너지레벨이 높은 멤버들에게서 웃음을 이끌어내고 지휘한다는 측면에서 <무한도전>에 더 가까운 캐릭터쇼다.

2회에서 유재석이 말한 "더 힘들어지는 게 뭔지 알아? 이들이 친해지고 있다는 거야"는 <식스센스>에 대한 기대를 압축한 한마디다. 오나라는 촉나라, 제시에게는 토크 방지턱 겸 유재석과 오누이 같은 다정한 캐릭터를 부여한다. 게스트 당황시키는 제시의 캐릭터는 박명수나 김구라 급이다. 그렇게 좌중을 휘저으며 멍석을 깔아놓으니 미주와 전소민은 그들을 유명하게 만든 이른바 '4차원', '똘끼'를 바탕으로 금기나 경계를 전혀 개의치 않고 펼친다. 어떤 상황에서도 빼는 이가 없고, 겉도는 출연자가 없다. 가슴을 갖고 하는 농담이나 여자들만 할 수 있는 경계선에 있는 유머로 분위기를 띄우고 유재석을 창백하게 만든다.

허나 아무리 캐릭터쇼가 재밌고 유재석이 지휘를 잘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이 흐르지 않으면 대중적인 예능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그런데 <식스센스>가 준비한 한 방은 서사 차원이 아니라 같은 채널의 <대탈출> 시리즈처럼 아예 가게나 사무실을 만들어버리는 웰메이드한 인테리어쇼다. 그 메이크오버 과정을 공개하면서 충격을 주고자 하는데 들이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효율이 좋다고 하긴 어려워 보인다. 가장 힘을 준 부분에 물음표가 따르다보니, <식스센스>는 트렌디하고 신선한 조합이 새로우면서도 뭔가 먹어본 맛이 난다.

문제는 추리 예능이 가진 확장성이다. 울타리와 지도를 제작진이 짜놓고 던져주는 추리는 시청자 입장에서 매회 같은 구도 속에서 매번 새로운 이야기에 적응해야 한다는 흐름의 단절이 있다. 즉 충성도나 몰입 측면에서 다소 약점이 있는 장르다. <식스센스>만 해도 한 회당 3군데 장소를 방문한 다음 그중 가짜인 곳을 고른다. 즉, 1시간 반의 방송시간 동안 세 군데 장소를 다니는 과정을 반복해 지켜봐야 한다. 그 중간 중간 좌충우돌 야단법석 토크들이 재미를 더하고, 추리에 동참하게 되고, 이번 주 초코 치킨집 사장님처럼 흥미로운 명물의 활약에 웃음이 터지긴 하지만 매주 1시간 반 동안 몰입을 유지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지막에 공개되는 진짜와 가짜가 밝혀졌을 때 출연자들이 말하는 소름 돋는 충격과 놀라움의 감도와 시청자들이 느끼는 반응에 격차는 근본적으로 여기서 발생한다.

그럼에도 다음 주가 기대가 되고, 좋은 반응이 나오는 건 트렌드 위에 올라선 유재석에 대한 기대 덕분이다. 가장 유재석다운 진행과 지휘가 펼쳐지지만 조합이 오랜만이라 반갑고 신선하다. <식스센스>는 오합지졸, 개성만점의 캐릭터군단을 이끌고 나아가는 가장 전통적인 유재석식 진행의 매력을 볼 수 있는 무대다. 또한, 이름 석 자로 기대감을 고조하고, 존재감으로 차이를 만드는 국민MC의 현재 '폼'과 호감도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오늘의 최신 예능이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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