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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촌놈', 감성터치 전도사 유호진PD가 찾은 절묘한 균형

김교석 칼럼니스트 입력 2020.09.14. 13:20 수정 2020.09.1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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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과는 다른 '서울촌놈'의 재미와 의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서울촌놈>은 또 한 편의 노스탤지어에 관한 예능이다. 기획 포인트는 서울 출신인 차태현과 이승기가 부산, 광주, 대전, 청주 등 그 지역 출신 스타들의 안내로 해당 지역을 함께 여행한다는 데 있다. 그러면서 마주하는 고급 사투리 강좌나 해석과 같은 '지역색'을 자부심과 애정이 깃든 로컬리즘으로 재가공하면서 재미와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로컬리즘의 바탕에는 오늘날 방송가를 주름잡는 1990년대 콘텐츠처럼 3040세대 맞춤형 추억 콘텐츠의 감성과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다. 부산의 활기를 그대로 담은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게임과 미션을 이어가지만 첫 음악활동의 서포터였던 어른들을 만난 쌈디의 눈물에서, 동갑내기 친구 이승기와 두런두런 편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교와 옛 아파트를 둘러보던 1987년생 한효주의 붉어진 눈시울에서 감정선이 작동한다. 은사님을 만난 윤균상도 그렇고 다른 여행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누구나 오랜만에 옛 동네를 찾아가면 마치 그 시절 자신을 만나는 듯한(혹은 돌아간 듯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특히 성공, 성장, 절실한 꿈을 목표로 서울로 떠나온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애틋하고 그리운 어떤 기분이 있다. 존 덴버의 노래로 웨스트버지니아가 유명해진 그 시절이나 KTX 등으로 인해 전국 하루 생활권이 현실화된 지금이나 '고향'이 품은 정서는 여전히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 머물며 바쁘고 지친 삶에 기꺼이 쉼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촌놈>은 출연진, 제작진,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국내의 다양한 매력을 선사하는 콘셉트, 지역 특산물 소개, 좋은 사람들이 어울리는 분위기, 먹을 것을 걸고 벌이는 게임 등 겹치는 요소가 워낙 많다보니 KBS2 <1박2일>의 순한 맛이나 방계 프로그램이란 평가를 주로 받지만, <TV는 사랑을 싣고>에 더욱 가까워질 때 매력은 훨씬 더 깊어진다.

게임을 기본으로 하지만 <서울촌놈>만의 특징이자 <1박2일>과 결정적으로 갈리는 지점이 캐릭터쇼가 없다는 점이다. 먹는 걸 걸고 퀴즈, 대결, 게임을 수 없이 펼치긴 하지만 서로 물고 물리는 '복불복'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1박2일>의 전성기를 만든 주역들이 주축이 됐고, 게임을 통한 분량확보와 이야기 전개 방식은 <1박2일> 시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2주마다 새롭게 오는 게스트의 역량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로 굳어졌다.

게스트가 중심이다 보니 메인MC인 이승기와 차태현은 스스로 웃음을 생산하거나 둘이서 티격태격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떤 재료, 어떤 요리라도 어울릴 수 있는 흰 접시와 같다. 쌈디와 이시언에게 휩쓸리고, 김준호, 데프콘, 이시언의 활약에 뒤에서 열렬한 리액션을 보내고, 게스트들의 입담과 활약에서 유머 코드로 건져 올린다. 즐거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소소하게 웃음 지으며 분위기를 만드는 데 소임을 다한다. 그렇게 여백을 만들어둔 터에 찰진 '멘트'가 끊이질 않는 데프콘의 다이나믹한 방송 역량을 다시금 확인하고, 한효주나 박세리, 소이현 등 다양한 게스트들의 매력을 엿볼 기회를 마련한다.

<서울촌놈>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1박2일>의 두 번째 전성기를 마련한 유호진 PD의 새 예능이다. <1박2일> 하차 후 드라마도 진출하고 이직 후 <수요일은 음악프로> 등 다양한 실험을 펼치다 결국 가장 잘했고 결과가 좋았던 여행, 게임 콘텐츠로 돌아왔다. 예능에 감성을 주입하는 데 대한 감각과 강박이 있는 유호진 PD는 자신이 잘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 균형을 찾는 중인 듯하다. 그러다보니 <서울촌놈>은 게임 예능으로 점철되어 있으면서도 감성터치를 무척이나 중시하는 유호진 PD의 인장이 곳곳에 찍혀있다.

문제는 반응이다. 12회 중 10회가 진행된 지금 2~3%대 성적을 벗어나지 못한 건 여전히 아쉽다. 일요일 심야 시간에 배치된 편성은 아무래도 숫자를 만드는 데 불리하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흥미로운 기획에 비해 게임 예능과 추억 콘텐츠 사이의 연결고리가 빈약한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스토리라인과 캐릭터 형성에 도움을 주지 않으면서, 때때로 여행의 대부분 분량을 차지하는 과도한 게임은 뿌리에 대한 감성을 담은 이 프로그램만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반대로 리얼버라이어티의 게임 예능을 좋아해서 찾아보게 된 시청자들 입장에서 <1박2일>에서 가장 재밌는 장치(캐릭터플레이)가 없으니 열화 버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 로컬리즘, 로컬 마인드가 주목받고 해외여행 옵션이 사라진 지금, 지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여러 재미와 추억을 꺼내는 <서울촌놈>의 시도는 충분히 의미 있었다. 국내 여행지를 색다르게 둘러보고, 스타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동시에 드러나는 추억여행도 흥미로운 요소다. 마지막 여행을 앞둔 시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촬영 스케줄이 미뤄지면서 다음 주는 스페셜 편으로 대체된다. 기존 편성대로라면 마지막 여행만 남은 이 시점에서 시즌2에 대한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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