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그놈' 비혼 사수가 씁쓸한 이유 [TV와치]

서유나 2020. 9. 2. 11: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서유나 기자]

'그놈이 그놈이다'가 비혼 사수 로맨스라는 초심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받진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KBS2 월화드라마 '그놈이 그놈이다'가 9월 1일 16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서현주(황정음 분)과 황지우(윤현민 분)은 비혼과 결혼 문제로 잠시 견해 차이를 보였지만 결국 함께 비혼식을 거행, 서로를 반쪽이 아닌 한 사람으로 바라보며 영원히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세 번의 생 동안 비극을 거듭했던 두 사람의 사랑은 네 번째 생만에 행복의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결말이 공개된 후 시청자들은 아쉬움과 의아함을 동시에 쏟아냈다. 서현주, 황지우의 비혼 결말이 드라마가 지금껏 풀어온 '3생이나 거듭된 운명'과 다소 동떨어졌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비혼은 1회부터 서현주가 고집해온 가치관이었다. 그러나 서현주가 과거 밝힌 비혼의 이유는 '가슴이 뛰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해서'였다. 그리고 황지우를 만난 서현주는 운명적 사랑을 새롭게 인식하고 많은 변화를 가졌다. 이에 서현주는 비연애주의를 깨고 황지우를 자신의 연인, 평생의 반려자로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서현주에게 좀 더 큰 변화를 기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어불성설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이 드라마는 비혼이라는 초심을 끝까지 유지했다. 결혼식 대신 거행된 두 사람의 합동 비혼식, 그러면서 밝혀진 서현주의 비혼 이유는 자신의 '커리어'였다. 결혼을 하고도 자신의 '커리어'를 똑같이 유지할 자신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시청자들은 다시 의아함을 보였다. 지금껏 '그놈이 그놈이다'는 서현주, 황지우의 전생과 김선희(최명길 분)의 도넘은 집착 이야기에만 치중해 결혼의 현실에 대한 어떠한 에피소드도 다룬 적이 없었다. 오히려 서현주의 부모님은 아직도 연애하는 듯 달달한 중년부부 케미를 자랑했고 황지우의 어머니는 회사에 가해지는 큰 압박만 없다면 황지우의 결정을 존중하는 태도였다. 기혼자 친구의 고단함이 드라마 곳곳 언급되긴 했으나 서현주는 자신의 일에 치여 그것을 진지하게 고민상담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뜬금없는 커리어라니, 오늘날 비혼주의에 큰 영향을 주는 이유긴 했으나 '가슴이 뛰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해서 비혼'이라는 과거의 서현주와는 많이 거리가 있었다.

이에 시청자들은 "비혼을 위한 비혼이다",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비혼을 내세워라", "'결혼은 커리어를 쌓을 수 없는 무덤'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면 그런 치열한 현실을 보여줬어야 했다", "이럴 거면 지금까지 전생은 왜 그렇게 절절하게 보여준 거냐", "비혼식이 오히려 허례허식의 끝판왕이다"며 실망 가득한 반응들을 내놨다.

믈론 한 여성이 비혼을 결심하는 데 엄청나게 거창하고 특별한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인식해 결정내렸다면 그걸로 끝. 그 결정은 분명 인생을 걸어오는 내내 차곡차곡 쌓인 경험치를 바탕으로 내려진 가치관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놈이 그놈이다' 속 서현주의 결심이 아쉬운 이유는, 드라마가 과도기적 시대상을 담은 만큼 그것을 그려낼 때 보다 친절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 후 여성의 경력단절이나 독박육아, 워킹맘의 현실 등. 그려낼 수 있는 이야기는 한없이 많았으나 내내 전생과 운명적 사랑 서사에 치중해 온 이 드라마는 그 어떤 현실도 담아내지 못했다. 이에 비혼이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도, 비혼이 익숙지 않은 시청자들에게도 서현주의 비혼 사수는 낯선 이야기가 돼 버렸다. 서현주의 끝까지 비혼 사수가 시청자 모두에게 씁쓸한 이유이다.

한편 1회 시청률 3.9.%(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기준)으로 산뜻하게 출발했던 '그놈이 그놈이다'는 16회 3.1%로 시청률 반등을 기록하지 못한 채 아쉽게 종영했다. (사진=KBS2 '그놈이 그놈이다' 캡처)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