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형사' 지승현의 최후, 살인자의 영웅놀이라니[TV와치]

이민지 2020. 8. 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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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민지 기자]

'모범형사' 지승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명을 살해했음을 고백한 후 내린 결단이다.

8월 24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극본 최진원/연출 조남국) 15회에서 유정석(지승현)은 정한일보 기자들 앞에서 "난 죽어 마땅한 놈을 죽였을 뿐이다"라고 살인 과거를 고백해 충격을 안겼다.

유정석은 자신의 누나를 성고문하고 죽게 만들었던 과거 악질형사 조성기를 죽이고, 살해현장에 나타나 정황을 살피던 장진수 형사까지 죽였다. 이대철(조재윤 분)이 윤지선과 장진수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덮어 쓰고 사형 당한 가운데 진짜 범인은 오종태(오정세 분)와 유정석이었던 것.

문제는 이날 방송에서 유정석을 그려낸 방식이다.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살인자를 정의로운 사람인 것처럼 묘사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정석은 기자들에게 살인을 고백했지만 정한일보 기자들은 "내 지시가 따로 있기 전까지 동요하지 말고 하던 일 하라"는 유정석의 말을 따랐다. 정한일보의 미래를 위해 살인자를 눈 앞에 두고도 침묵한 것. 이내 경찰보다 정한일보 지면에서 먼저 밝혀야 자신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계산을 먼저 했다. 경찰보다 먼저 기사를 내야 한다는 선배의 말에 진서경(이엘리야 분) 역시 "부장에게도 시간을 줘야 한다. 왜 어떤 이유에서 사람을 죽였는지도 알아봐야 하고. 우리 부장이다"라며 유정석을 감쌌다.

이후 유정석은 자신이 자리를 비운다는 사실을 부원에게 알리며 향후 후임 부장이 온 후 어떻게 해야 흔들림없이 각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조언했다. "그동안 내 밑에서 고생했다"며 후배 기자들을 다독거리기는 듬직한 선배의 모습을 보여준 후 정한일보를 떠났다.

유정석의 선택은 살인 고백 후 자살, 오종태를 살인자로 만들어 현행범으로 경찰에 넘기는 것이었다.

유정석은 진서경에게 자신의 기사를 쓰도록 했고 정한일보에는 '경찰, 끝내 이대철의 무죄를 밝혀내다'라는 기사와 '나는 살인자입니다'라는 유정석의 살인고백이 담겼다. 유정석은 살인고백을 통해 "나는 경찰에 자수하려 고민했으나 경찰은 이미 이대철을 장진수 형사 살인범으로 특정한 상황이었고 익명으로 살던 조성기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나만 침묵한다면 완전 범죄였다. 이제 나는 지면을 통해 용서를 구한다"고 전했다. 마치 자신의 양심이 따르는대로 진실을 고백하는 사람인 것 같은 모양새였다.

진서경에게 기사를 쓰도록 한 후 유정석은 "마음은 홀가분하다. 그동안 마음이 불편했다. 고맙다. 네 덕에 최소한 기자로서 양심은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진서경은 그런 유정석에게 "사람을 죽인건 정말 잘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용기 있게 자신의 잘못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며 치켜 세워 실소를 유발했다.

이후 유정석은 오종태를 불렀고 진서경을 통해 경찰까지 현장으로 불렀다. 경찰이 오기 전 유정석은 오종태의 목을 졸랐고 몸싸움 후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오종태가 유정석과 싸운 후 그를 살해한 것 같은 현장을 만든 후 경찰이 이 현장에 나타나 오종태를 체포하도록 한 것.

이 과정은 마치 유정석의 양심고백과 정의로운 복수처럼 그려졌다. 그러나 유정석은 이미 강도창(손현주 분), 오지혁(장승조 분) 등 경찰들에게 꼬리가 잡혀 압수수색까지 당한 상황이었다. 내내 뻔뻔하게 언론인으로서 권력을 휘두루고 이대철의 무고한 죽음까지 방관해놓고 어쩔 수 없이 찾은 돌파구가 양심선언이면서도 마치 정의를 위한 것인냥 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게다가 유정석이 살해한 장진수는 아무 죄 없이 희생된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로운 사람인냥, 영웅놀이를 하는 유정석의 모습과 그런 유정석을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칭하는 진서경의 모습 등은 시청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모범형사'는 강도창, 오지혁이 이대철의 무고를 밝히기 위한 고군분투가 주요 스토리이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방관한 유정석의 뒤늦은 고백과 진서경의 뒤늦은 기사 덕에 이대철의 무고가 밝혀졌다는 것 역시 드라마를 지켜봐온 시청자들의 기운을 빠지게 하는 대목이다. (사진=JTBC '모범형사' 캡처)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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