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이준기=피땀눈물, 공식의 재증명[스타와치]

서유나 입력 2020. 8. 1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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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유나 기자]

피, 땀, 눈물을 만나면 더욱 빛을 내는 명품 배우. 이준기가 이 공식을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일지매', '투윅스',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등, 이준기만큼 사연 많은 캐릭터가 잘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그 덕에 이준기 이름 석 자 뒤엔 "이준기는 역시 피땀눈물"이라는 평가가 수식어마냥 늘 함께했다. 이는 이준기가 극중 피, 땀, 눈물을 흘릴수록 연기력, 작품성이 빛난다는 의미였다.

tvN 수목 드라마 '악의 꽃' 도현수 역 역시 이런 의미에서 이준기의 몸에 꼭 맞았다.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의심되는 과거 살인사건의 용의자. 그러나 제 인생을 딱 거기에서 끝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신분을 훔쳐 사는 도망자. 지금의 평화로운 삶을 지키기 위해 감금과 협박도 불사하는 근성의 캐릭터. 말 그대로 피와 땀, 눈물로 얼룩진, 이준기를 위해 준비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새 옷이었다.

이준기는 '악의 꽃'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여실히 증명해냈다. 무엇보다 이준기를 빛낸 건 매순간 순간 순식간에 변하는 눈빛이었다. 감정을 잘 모르는 캐릭터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준기는 특유의 디테일한 표현력으로 자신의 과거를 아는 인물, 지키고 싶은 소중한 인물 앞에서 내는 눈빛을 달리했다. 감정을 모르는 캐릭터의 감정을 눈빛 하나로 시청자에게 전달한다는 것. 오직 이준기였기에 가능한 성숙한 내면 연기였다.

이번 '악의 꽃'은 이준기 표 현대 멜로 연기를 맘놓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특별했다. 그동안 사극, 장르물 위주 히어로 스토리를 선호해 온 이준기가 조금은 낯선 서스펜스 멜로 장르로 시청자 앞에 인사했을 때 모두가 반신반의했다. 서스펜스 장르에 멜로를 가미한 색다른 시도가 얼만큼 시청자들의 설렘 지수를 높일 수 있을까. 그러나 이준기에겐 불가능이 없었다. 시청자들은 어느새 서스펜스 장르의 극한 상황이 주는 긴장감에 심장이 뛰는 것인지 그 안에서도 절절히 느껴지는 이준기만의 멜로에 심장이 뛰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보게 된 이준기의 깊이 있는 멜로 연기가 시청자들의 감수성을 높이는 데 단단히 한 몫했다.

더욱 성숙해진 이준기의 부성애 연기도 관전 포인트였다. 2013년 방영한 MBC 드라마 '투윅스' 에서 이미 한차례 부성애 연기를 펼쳤던 이준기. 당시 이준기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백혈병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다 바치는 장태산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내 대중에게 제대로 눈도장 찍었다. 그리고 이번 '악의 꽃'에서 딸 백은하(정서연 분)을 만난 이준기는 더욱 다정하고 더욱 완벽한 아빠로 변모했다. 사랑이란 감정을 모르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딸을 사랑하는 아빠 이준기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데 충분했다. 매 역할마다 성장하는 이준기는 부성애 연기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특별한 건 역시 이준기의 수식어나 다름없는 '피 땀 눈물'의 장면들이었다. 그토록 지키고 싶은 아내 차지원과 형사와 도망자로서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는 그의 운명. 최대한 그 시간을 미루고자 어김없이 구르고 또 구르는 이준기의 장면들은 과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MBC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이수현 역이 떠오르게 만들었다. 예쁜 남자라는 수식어에 더 가까웠던 이준기를 단숨에 배우 이준기로 자리잡게 해준 작품 '개와 늑대의 시간'. '악의 꽃' 역시 이준기를 더 좋은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시청자들은 기분좋은 기대감에 차올랐다.

앞서 '악의 꽃' 제작발표회에서 이준기는 이 작품을 만나 자신의 그릇을 고민해보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집안의 가장이자 남편, 진실을 감추려는 집요한 인간. 그 고통스러운 내면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었다. 그러나 '악의 꽃'을 단 한 회라도 시청한 시청자라면 모두 느낄 것이다. '악의 꽃'은 이준기가 아니었으면 안 됐을 장르다. 이 정도면 겸손의 미덕까지 갖춘 배우가 아닐까. 이준기가 장르물의 스펙트럼을 어디까지 넓혀갈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캡처=tvN '악의 꽃' 캡처)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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