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5천만원 블록버스터 유튜브 '가짜사나이', 세상 달라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0. 8. 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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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인성 문제 있어?", '가짜사나이'의 진짜를 뛰어넘는 인기, 그 이유
'가짜사나이'는 유튜브 콘텐츠의 새로운 영역을 열고 있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 XX 뭐야? 너 인성 문제 있어?" 지금 이 말은 SNS에서 회자되는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다. 그런데 그 유행어의 출처는 지상파도 케이블도 그렇다고 종편도 아니다. 유튜브다.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모두 7개의 영상으로 올라온 '가짜사나이'가 그 유행어의 진원지다. MBC 예능 '진짜사나이'를 패러디한 '가짜사나이'는 총 4천만 회가 넘는 초대박으로 유튜브 방송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진짜사나이'를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단박에 '가짜사나이'라는 제목만으로도 그것이 어떤 콘텐츠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게다. 유튜버, 스트리머 같은 방송을 하는 일반인들이 고강도의 UDT 훈련을 4박5일간 받는 과정을 가감 없이 담았다. 물론 훈련 장면과 중간중간 인터뷰로 삽입되는 이야기를 더하는 그런 편집방식은 '진짜사나이'를 패러디한 것이지만, 내용만 보면 '진짜사나이'가 울고 갈 정도의 리얼함이 담겨있다.

너무 힘겨워 훈련도중 토하는 모습도 등장하고, 손바닥이 다 까진 채로 붕대를 퉁퉁 감고 훈련을 하는 모습도 들어있다. 머리에 보트를 이고 이동하거나 심지어 그 상태에서 한 명씩 빠져나와 배식을 받아 밥을 먹는 훈련을 받는 장면은 보는 이들마저 힘이 들 정도다. 땅을 파고 은폐하는 비트를 구축하기위해 새벽까지 삽질을 하고, 부상자 이송 훈련은 물론이고 갑자기 물에 빠뜨린 후 생존 수영을 시키기도 한다.

군대 훈련에서 항상 존재하는 것이지만, 강도 높은 훈련 속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들에게 슬쩍 감정을 더해 눈물을 흘리게 하는 장면들도 있다. 훈련에 참가한 이들이 유튜버들이라는 점에 맞춰 유튜버로서 살면서 힘들었던 걸 말해보라는 대목에서는 의외의 진한 감정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정도의 강도의 훈련을 하면서 굳이 '가짜' 사나이라고 이름 붙인 건 그래서 보면 볼수록 '진짜사나이'에 대한 풍자처럼 느껴진다. 사실 '진짜사나이'는 방영될 때마다 조작 논란도 많았고, 때론 너무 코믹한 상황을 연출해낸다는 이야기로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물론 '가짜사나이'는 이런 제목이 "진짜가 되고픈 가짜사나이들의 이야기"에서 따온 것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가짜사나이'의 인기는 여기 참여한 교관들에 대한 인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유의 말투가 유행어처럼 회자되게 만든 이근 교관은 물론이고 에이전트 H, 야전삽, 로건이 모두 유명인사가 됐다. 이근은 MBC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에 출연하기도 했던 인물로 '가짜사나이'를 통해 확실한 입지를 갖게 됐고 JTBC '장르만 코미디'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방송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유튜브에는 그가 예전 영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영상이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가짜사나이'가 이런 인기를 누리게 된 건 우리네 군대문화를 들여다본다는 측면은 물론이고, 일종의 서바이벌이 주는 강력한 이야기들이 익숙한 유튜버들의 훈련을 통해 보여진다는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구독자들 반응 중에는 별로 관심이 없을 것 같은 여성들도 괜찮은 반응들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가짜사나이'가 특별히 의미가 있다 생각되는 건 이 시도가 유튜브 콘텐츠의 새로운 영역을 열고 있다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유튜브라고 하면 1인 미디어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짜사나이'는 1인 미디어가 하는 콘텐츠가 아니다. 드론이 띄워지고 다수의 VJ들이 카메라를 들고 따라다니며 찍는데다, 출연자들도 교관과 훈련생들까지 합해 여럿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가 시도된 건 피지컬 갤러리를 운영하는 김계란이라는 1인 미디어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자세교정이나 운동법 등을 알려주는 채널인 피지컬 갤러리의 김계란이 공혁준의 살을 빼주는 운동을 하게 되면서 그 게으름을 지적하며 UDT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했던 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UDT 출신인 김계란도 참여한 이 프로젝트에는 유튜브 제작비로는 블록버스터급인 5,000만 원이 투자됐다. 그리고 9월에 2기로 돌아오는 '가짜사나이'에는 8,000만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다고 한다.

'가짜사나이'는 1인 미디어들의 콘텐츠라고만 생각했던 유튜브 콘텐츠가 이제 합종연횡을 통해 블록버스터 프로젝트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게다가 이렇게 인기를 끈 콘텐츠나 그 출연자들은 거꾸로 지상파나 케이블, 종편 같은 기존 방송의 러브콜을 받는 역전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짜'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은 '진짜'가 되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의 진화를 '가짜사나이'는 보여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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