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싹쓰리 통해 '미스터트롯'도 이루지 못한 이걸 해냈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0. 8. 1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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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고정관념 뒤엎은 싹쓰리의 해피엔딩이 남긴 것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MC 유재석이 이효리, 비와 함께 싹쓰리라는 그룹명으로 1990년대 흥했던 혼성 그룹을 구성해 신곡을 발표하고 활동했고 15일 방송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발표곡 '다시 여기 바닷가'가 한 달 넘게 멜론 차트 1위를 지키면서 올해 최고 인기곡의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고 다른 곡들도 차트 상위권에 줄을 서는 등 해피엔딩을 이뤄냈다.

처음 제작진은 '혼성 그룹이 자주 활동했던 여름을 맞아 한판 즐겨보자는 개념으로 시작된 이벤트성 프로젝트'라고 담담한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놀면 뭐하니?'에 대한 엄청난 관심 속에 발표곡들이 가요판을 뒤흔드는 등 즐기는 한 판을 한참 넘어서는 대성공을 거뒀다.

사실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만 해도 지금 같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유재석, 이효리, 비라는 슈퍼스타들의 만남이지만 유재석의 '놀면 뭐하니?' 발표 음원이나 이효리와 비의 최근 음원들이 차트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던 상황이라 싹쓰리의 음원 성적에 대해 1위를 못하는 쪽에 베팅하는 예상도 적지 않았다.

종료된 지금 복기해보면 '놀면 뭐하니?'는 예능판의 고정관념을 거스르면서도 큰 성공을 거둬 남다르다. 혼성 그룹을 선택한 것부터 그렇다. 가요 시장에도 복고나 레트로가 유행하고 있기는 했지만 혼성 그룹은 옛것 중 뉴트로로의 전환에 선호되는 포맷이 아니었다.

팬덤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아이돌과, 감상용 음악으로 어필하는 솔로 뮤지션들로 양분 후 고착이 심화된 가요계에서 혼성 그룹은 떠올리기조차 쉽지 않은 화석 같은 아이템이 돼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는 '여름=혼성 그룹'이라는 콘셉트에만 집중해 특집을 밀고 나갔고 예상 밖 결과를 만들어냈다.

예능의 음원 차트 영향력이 약화된 시점에 차트에 도전하는 구도가 될 수밖에 없는 신곡 발매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고정관념을 거부한 태도다. 드라마는 2010년대 후반부 들어 하락했던 차트 영향력이 올해 들어 OST 히트곡이 급증하면서 반등하는 추세였지만 예능은 그렇지 못했다.

35%를 넘는 역사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미스터트롯'도 방송된 곡들을 멜론 차트 상위권에는 올려놓지 못했다. 영탁의 '찐이야'가 47위로 최고를 기록했을 뿐 다른 곡들은 100위 진입에도 힘겨워했다. '놀면 뭐하니?'도 이번 싹쓰리 전에는 타율이 좋지 못했다.

화제가 됐던 유산슬 프로젝트도 '사랑의 재개발'이 75위, '합정역 5번 출구'는 97위로 간신히 차트인 하는데 그쳤다. 정확히는 이번 싹쓰리 프로젝트만의 반란이 아니라 '놀면 뭐하니?', 나아가 김태호 PD의 특징이지만 스타를 만드는 예능이 아니라 음악을 만드는 예능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것도 예능계의 고정관념을 벗어난다.

프로듀스 시리즈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처럼, 오디션 포맷이 대표적인 스타메이킹 쇼는 예능에서 선호되는 아이템이다. 스타를 만드는 것이 추가적인 부가가치 창출로 연결할 수 있고 곡 만드는 과정을 주요 골격으로 하는 예능보다는 자리잡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반면 김태호 PD의 전작 '무한도전'과 현재의 '놀면 뭐하니?'처럼 곡 만드는 예능은 비슷한 사례가 흔하지 않고 특히 만든 곡을 차트 정상까지 올려놓는 경우는 더더욱 찾기 힘들다. 싹쓰리의 곡들이 차트를 장악하자 일부 가수나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방송의 막대한 홍보효과를 독점한 불공정한 경쟁이라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일견 경청할 측면도 있지만 그 막대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는데도 다른 예능들이 곡 만드는 아이템을 시도조차 못 하는 것을 보면 '놀면 뭐하니?'가 날로 먹는 듯 비난하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끝으로 싹쓰리 프로젝트는 긴 호흡의 예능이었다는 점에서도 최근 트렌드를 역행한다. 방송이 유튜브에 심각하게 위협받으면서 예능도 숏폼만이 살 길이라는 명제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곡을 준비하고 발표하고 활동하려면 무조건 3개월을 지속해야 할 특집을 과감히 시도했다.

특히 신곡 활동 프로젝트는 초반 인기몰이가 안될 경우 중간 접기도 애매한 포맷이다. 최소한 곡을 내놓고 활동까지는 해야 하는데 곡선정-녹음-안무-자켓촬영-뮤비촬영 등 신곡 발표 준비 과정을 단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싹쓰리는 다행히 처음부터 큰 인기를 누렸고 '놀면 뭐하니?'는 그런 좋은 분위기 속에서 곡 준비와 활동 과정을 여유를 갖고 세세히 다뤘는데 시청자들은 모처럼 긴 호흡의 예능을 즐겨볼 수 있었다.

'놀면 뭐하니?'는 성공 공식의 타성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 큰 성과를 이뤄냈다. 그리고 15일 방송에서 드러났듯 싹쓰리의 마지막은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 등 '센 여자' 4인방을 유재석이 프로듀싱하는 환불원정대 시작으로 다시 이어지는 상황이다.

여성 다수가 주체인 예능은 방송가에서 주류가 아니라서 시도만으로도 또 한번 고정관념을 거스르고 있다. 환불원정대의 결과도 그래서 벌써부터 궁금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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