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정유미·최우식이 1인분을 나눠먹으니 벌어진 일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0. 8. 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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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정유미·최우식, 리얼 연예인의 밥상에 로망은 없었다
어정쩡한 '여름방학', 현실과 로망의 중간계에서 길을 잃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예능 '여름방학'의 로망이 여전히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아섰지만 첫 회 때만큼의 설렘을 찾기란 요원해 보인다. 제목 그대로 방학인 만큼 정유미와 최우식에게 대단한 난관이나 미션을 주지 않아 에피소드가 심심한 탓도 있다. 템플스테이까지 다녀온 걸 보면 볼거리를 만들려는 제작진의 고충도 적지 않음이 느껴진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대체 기획임이 분명하고, 왜색과 표절 논란이 일면서 집을 다시 뜯어고친 소동을 감안하더라도 기대했던 '로망'에 다가가는 방식이 다소 아쉽고, 어정쩡하다.

'여름방학'의 무대는 나영석 사단의 수많은 브랜드 중 유일하게 현실과 로망의 '중간계'에 위치한다. 나영석 사단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과 분리된 특정 세계관의 형성이다. 아예 현실의 공간과 구분되는 세계를 물리적으로 구성하거나('삼시세끼'), 그런 상황을 만들거나(('꽃보다 청춘'), 이국적 공간과 풍경 속에서 일상과는 다른 라이프스타일('윤식당')을 제시해 로망을 구축해왔다. 그러면서 예능을 본다는 것이 단순한 쇼나 오락거리를 즐기는 차원이 아니라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새로운 세계에 접속하는 효과를 만들어냈으며 스토리라인이란 예능의 새로운 작법을 개척했다. 그래서 이들의 히트작들은 대부분 인화성 높은 문화적 폭발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여름방학'은 무대를 촬영지인 강원도 고성과 뚝 떨어뜨려놓지 않는다. 고성의 한적한 운치를 보여주는 방식도 꽤나 진솔하다. 예쁘게 정제되거나 이국적이거나 의도된 공간만 주로 보여주며 로망과 몰입을 자아내던 지난 시절과 달리 마트, 해변과 캠핑 사이트, 시골 평범한 길, 이웃들, 읍내, 식당, 시장, 먹거리 등등 고성에 간다면 누구나 볼 수 있는 풍경 그대로를 별다른 장치 없이 담아낸다. 이방인의 시선을 거두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여름방학'의 무대가 동화가 아니라 현실 속 공간이란 사실을 넌지시 강조한다.

무대, 즉 집 공간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 나영석 사단의 예능에서 인테리어는 출연자의 인간적 매력만큼이나 중요한 장치다. 그런데 이런 '류'의 라이프스타일 코드에 익숙한 인테리어 '풍'이 요즘 시기에 일본 게임 표절 논란이란 모진 바람을 맞으면 문제시 됐다. 피드백을 반영해 급하게 재단장한 결과 '여름방학'의 무대는 정말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은빛 새시와 한옥식 방문, 주황지붕으로 개보수한 평범한 시골집으로 거듭났다.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저 집에서 나도 여름을 보내고 싶다는 동화를 펼쳐야 하는데, 그림체가 극사실화인 셈이다.

원더랜드와 같은 특정한 세계를 만들고 로망을 피워내는 방식을 고수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과 접점을 갖는 변화가 만들어내는 매력이 딱히 없다. 기존 소품과 공간의 부조화는 심해졌고, 공간의 매력은 재단장 후 더 떨어진다. 이웃과 섞이는 것도 척을 지는 것도 아닌 거리감은 한 달 살기라는 설정과 현실 사이의 어색함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방송 이후 나타난 논란을 빠르게 반영해 '여름방학'의 무대 공간을 대폭 바꿨지만 정작 '여름방학' 세계 내에서는 배역의 배우가 바뀐 시리즈물처럼 아무렇지 않게 넘긴다. 시청자들과 진솔하고 가까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는 애매한 관계다.

게다가 몰입을 가로막는 리얼리티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도 불쑥 나타난다. 주로 정유미가 요리를 책임지는 밥상은 건강한 음식이란 콘셉트에 맞게 정갈하고 순수하고 소소하지만, 너무나 소식을 하는 까닭에 시청자 입장에서 함께 밥상에 둘러앉기가 애매하다. 1인분을 둘이서 나눠먹는 듯한 연예인의 밥상은 진솔한 리얼리티가 꼭 정답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져 에피소드로 활용할 만큼 너무나 직설화법으로 푸는 이케아, 풀무원 등의 PPL은 동화로 향하는 로망의 여정을 더욱 더 험난하게 만든다. 출연자부터 게스트까지 캐스팅부터 다분히 프로모션의 영역에서 진행되는데 PPL까지 박차를 가하니, 무더운 여름 시골집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소박한 시간이란 로망이 작동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줄거리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마을로 활동 범위를 넓힌 것도 아닌 것도 아닌 느슨하게 쳐진 울타리 안에 로망은 없다. 출연자들은 아름답다고 입을 모으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로망이라고 느낄 정도는 아닌 풍광이 펼쳐진다. 결국 이야기 전개와 화제는 단순한 설정, 현실을 떠난 공간이 주는 힐링의 정서 위에 호화로운 캐스팅이 얹어지며 이뤄진다. 이런 전개 방식은 '삼시세끼'나 '바퀴 달린 집' 등등 많은 프로그램들의 공식이다. 다만, 이 공식에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계관이란 상수가 필수요소다. 이국에서 펼치는 이야기보다 로망의 크기가 작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름방학'의 무대와 그 무대를 보여주는 꾸밈없는 '슴슴함'이 오히려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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