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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산'은 끝없는 논란에도 왜 기안84를 변호할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입력 2020. 08. 15. 13:05 수정 2020. 08. 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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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를 그저 부족한 캐릭터 정도로 보는 '나혼산'의 무리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또 기안84다. 그는 다시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에는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여기서 '다시금'이라는 표현은 그가 지금껏 꽤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는 걸 그 스스로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도대체 기안84는 어째서 그토록 많은 논란들이 터져 나왔음에도 여전히 논란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걸까.

이번에 터진 건 웹툰에서 지적된 여혐논란이다. 지난 12일에 게재된 '복학왕' 304화 '광어인간'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여자주인공 봉지은이 40대 남자 상사와 함께하는 회식자리에서 배 위에 얹은 조개를 깨부순 뒤 정직원으로 입사하게 됐다는 에피소드가 문제가 됐다. 이후 상사가 봉지은과 만나고 있고 술 취해 키스를 했다는 고백이 나오면서 봉지은과 상사 간의 성관계 암시가 들어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기안84는 사과문과 함께 해명의 글을 내놨다.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되었다. 특히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식당 의자를 젖히고 봉지은이 물에 떠 있는 수달로 겹쳐지게 표현해보자고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직접적으로 그 장면 자체가 여혐인가 아닌가는 확실하게 단정하기가 쉽진 않다. 하지만 그 장면이 불편하게 느껴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런 불편함이 생겨난 건 이 웹툰에서의 여성 캐릭터들이 그려지는 방식 자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풍자라고 얘기하고 그 인물이 본래 그런 대책 없는 캐릭터라고 치부하지만 기안84가 그리는 여성들이 대부분 '성적으로 대상화된' 면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 시선들이 겹쳐지기 때문에 조개를 깨는 장면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또 다른 웹툰 장면에 대한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회춘'편에 등장한 지화사와 전헌무가 그려진 방식 때문이었다. 웹툰에서 전현무를 떠올리게 하는 전헌무는 유흥업소를 방문하고 화사를 떠올리게 하는 지화사가 그를 맞는 장면이 그것이다. 여기서도 느껴지는 건 기안84가 그리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성적 대상화'의 시선이다. 이 부분은 동료연예인인 전현무와 화사를 그런 방식으로 패러디해 그렸다는 사실보다 더 불편한 지점이다.

이번 논란에서도 그랬지만 이전에 벌어졌던 웹툰 장애인 비하 논란에서도 항상 나온 게 MBC <나 혼자 산다>에서의 하차요구다. 하지만 심지어 방송 중에도 기안84의 부적절한 행동 때문에 비판이 그렇게 많이 나왔지만 그 때마다 <나 혼자 산다>는 이에 대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를 기안84의 캐릭터로 만들어 '웃기는 인물' 정도로 그려내기도 했다.

실제로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 같은 리얼한 일상이 가감 없이 공개되는 관찰카메라에 있어서 큰 웃음을 주는 인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기행들을 설정이 아닌 진짜로 보여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그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나 혼자 산다> 특유의 웃음의 코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끊임없이 논란이 터지고 사과를 반복하는 인물을 변함없이 프로그램이 수용하고 끌어안는 모습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대중들 사이에서는 이번에 터진 논란이 여혐이나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지만, 사실 방송으로만 생각하면 그게 무엇이든 논란이 반복되는 인물을 그대로 출연시키는 건 여러모로 시청자들에게는 무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한두 번의 논란이나 실수는 어느 정도는 용납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기안84의 논란과 사과는 너무나 반복되어 왔다. 게다가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에 처음 나왔을 때와 지금의 위상 자체가 다르다. 그는 그저 한 웹툰작가가 아니라 한 회사를 끌고 가는 대표이기도 하다. 그만한 영향력과 위상을 가진 인물이라면 자신이 하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혹은 작가로서의 표현 하나에도 그만한 무게감을 가져야 정상이다. 그래서 <나 혼자 산다>의 여전한 기안84 변호와 포장은 무리한 일로 보인다. 마치 재미있으면 다 괜찮지 않냐는 식으로 읽힐 정도로. 그리고 이런 무리한 선택들의 반복은 아무리 재미있어도 시청자들을 웃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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