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스킨십 질투하는 개, 강형욱이 선보인 '무례한' 훈련법

김종성 입력 2020. 8. 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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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KBS2 <개는 훌륭하다>

[김종성 기자]

최근에 와서 귀여운 이미지로 사랑받고 있지만, 불도그(Bulldog)는 원래 투견이었다. 불도그는 13세기에 시작된 불 베이팅(Bull Baiting), 개를 부추겨 황소를 성나게 하는 영국의 옛 놀이를 위해 만들어졌다. 인간들의 쾌락을 위해 황소에 맞서 싸워야 했던 불도그들은 19세기 불 베이팅이 금지되면서 멸종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개량을 거치면서 반려견으로 사랑받게 됐다.

고민견 블도그, 덩치와 힘 남달라
 
 KBS2 <개는 훌륭하다> 한 장면.
ⓒ KBS2
 
"지금 장난으로 무는 건데, 장난이 좀 심한 거 같아요."

지난 10일 KBS2 <개는 훌륭하다>에 고민견은 잉글리시 불독 뚱이(수컷, 2세)였다. 뚱이는 불도그답게 덩치와 힘이 남달랐다. 25kg의 묵직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는 성인 남자도 버거울 정도였다. 뚱이는 낯선 사람에게도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했다. 문제는 힘이 워낙 좋아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한마디로 무지막지했다. 게다가 진격의 뚱이는 지치지도 않았다.

문제는 또 있었다. 뚱이는 신혼부부인 보호자들이 붙어 있기라도 하면 그 사이를 파고 들었다. 질투를 하는 것이었다. 집요하게 보호자들을 갈라놓은 뚱이는 남편 보호자를 향해 입질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귀를 공략하더니 갑자기 얼굴을 향해 달려들었다. 남편 보호자도 깜짝 놀란 듯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형욱 훈련사는 장난이긴 한데, 그 정도가 좀 심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뚱이의 과격한 행동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보호자들은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실제로 뚱이는 제작진을 물고 마운팅까지 하며 거칠게 행동했는데, 보호자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대로 두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이미 뚱이는 다른 강아지를 향해서도 무례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고, 심지어 사람을 문 적도 있었다. 

"지나치게 흥분하는 개가 공격성을 드러낼 수 있는 확률은 있습니까?" (이경규)
"저는 항상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봐야 하겠지만, 자기 보호자한테 힘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강형욱) 

강 훈련사는 이 집에 '규칙'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규칙이란 뚱이가 잘못했을 때 지적해야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평상시에 잘 생활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것인데, 그런 훈육 과정이 전혀 없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내 보호자는 뚱이가 배변을 할 때 따라가서 손으로 받아내곤 했는데, 이는 보호자들이 모든 걸 다 받아주며 길렀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수제자 이경규와 게스트 허경환, 남이안이 먼저 방문했을 때도 뚱이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경규의 바지는 금세 침으로 범벅이 됐다. 실제로 불도그와 함께 살고 있는 이경규도 뚱이의 과격함에 기겁했다. 이제 강 훈련사가 나설 차례였다. 그는 현관 입구에서 뚱이와 교감하면서도 마운팅을 하며 달려들면 바디 블로킹을 통해 밀어냈다. 뚱이의 행동을 저지하는 훈련을 시작한 것이다. 

처음 겪는 상황에 뚱이는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뒤로 물러나 물을 마시며 진정되나 싶었는데,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 훈련사는 단호했다. 그는 지금 뚱이에게 필요한 건 무례할 정도의 거절이라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거절에 뚱이는 점점 화가 차올랐다. 짖어대기 시작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급기야 강 훈련사를 물기 위해 달려들기까지 했다.

그런다고 물러설 강 훈련사가 아니지 않은가. 연이어 단호한 거절이 이어졌고, 그 과정을 몇 번 겪고난 뒤에야 뚱이는 멈춰섰다. 더 이상 짖거나 달려들지 않았다. 거절의 의미를 배운 것이다. 드디어 훈육의 첫걸음을 뗐다. 시도때도 없이 마운팅을 하는 것 역시 거절이 해답이었다. 다만, 관건은 보호자가 자신의 반려견을 밀치는 행위, 즉 거절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불도그들이 생후 1년이 되면 몸이 조금씩 아파요. 무게 균형이 사람이 봤을 때 귀여운 것이지 강아지가 편안한 균형은 아니에요. 마지막 날까지 계속 아파요."

무조건 예뻐하는 게 답은 아니다
 
 KBS2 <개는 훌륭하다>한 장면.
ⓒ KBS2
 
한편, 뚱이는 보호자들이 애타게 불러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런 걸까. 강 훈련사는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뚱이는 보호자들에게 잡히면 얄짤없이 켄넬에 갇힌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강 훈련사는 켄넬에 대한 공포를 없애야 한다면서 뚱이가 켄넬에 들어갈 때마다 간식을 주며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훈련을 진행했다. 

변화에 회의적이었던 보호자들은 금세 달라진 뚱이를 보며 깜짝 놀랐다. 부부 간에 스킨십 이후 간식을 주자 뚱이는 더 이상 훼방을 놓지 않았다. 보호자들은 교육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동안 뚱이를 방치하며 길렀다는 사실을 반성했다. 또, 불도그들이 생후 1년 이후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 아프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반려견을 이해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최근 개물림 사고에 잇따르고, 그와 관련한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루 평균 6건 수준이라 하니 간과할 정도가 아니다. 물론 뚱이의 경우 아직까지 심한 공격성을 띠진 않지만, 이미 사람을 문 경험이 있는 만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훈육의 필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무조건 예뻐만 하는 게 답이 아님을 <개는 훌륭하다>는 매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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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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