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장윤정이 화면 중심에 설수록 시청률 떨어진다는 건

김교석 칼럼니스트 입력 2020. 8. 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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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트로트 그룹 데뷔기의 한계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7월 시작한 MBC 예능 <최애 엔터테인먼트>는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내세운다. 각 분야 레전드 아티스트가 최고의 프로듀서로 변신해 직접 발탁한 멤버들로 최강의 드림팀을 탄생시키는 본격 리얼 뮤직 버라이어티라고 소개한다. 첫 번째 프로듀서이자 회장으로 요즘 대세인 트로트 예능의 주역인 장윤정이 나선다. 1회, 제작진과 사전 미팅을 하는 자리에서 그는 진심 200%를 담아, 이왕이면 멋있게,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트롯계의 BTS를 목표로 장윤정표 프로듀싱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며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미리 그려놓은 계획도 있다. 콘셉트는 모든 세대가 두루 좋아할 수 있고, 세계적으로도 흥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세미 트로트 장르의 남성 트로트 그룹으로 정했다. '최애'라는 콘셉트에 맞게 장윤정이 그간 눈여겨본 재야의 재목들을 먼저 발탁한 다음, 현역 아이돌들도 여럿 참여한 오디션 경연을 통해 나머지 멤버들을 뽑는다. 일반적인 경연 예능이라면 팀 결성이 마지막 관문이지만 이번 경우는 팀을 만드는 게 아니라 키우는 데 방점이 있다 보니 단 4회 만에 팀이 완성된다. 그런데 지향하는 장르만 세미 트로트였으면 좋았을 것을, 방송 자체가 모든 방면에서 중간을 지향하는 '세미'다.

<최애 엔터테인먼트>는 트로트 경연 예능, 아이돌 팬덤, <놀면 뭐하니?>의 '싹쓸이'와 같은 성장 스토리에 모두 한 발씩 담그고 있지만 어느 한 가지도 진지하게 전개되지 않는다. 아이돌 그룹 출신의 한 출연자가 최애 엔터테인먼트 계약서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원 소속사와 이야기 안 해도 되는 것이냐고 조심스레 묻는 장면이 있다. 방송에서는 그 친구의 순수함으로 표현했지만, 나이브한 설정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예능국장실을 '털어서' 최애 엔터테인먼트 사무실 세트를 만들고, 이특과 김신영에게 사원증과 실장 명함도 '파준다'고 이들이 정말 MBC와 장윤정의 지원으로 가요계에서 활동하겠구나 생각하는 시청자는 많지 않다.

이미 본 바가 많다. 트로트 붐이 일기 전 지난 몇 년간 <프로듀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대중문화계를 휩쓸었다. <미스터트롯>도 그 영향을 일부 받아 출연자들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활동하며 방송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이런 사정을 아는 상황에서 매니지먼트 관련 논의나 계약 없이, 세계적 팀을 만들겠다는 목표부터 진정성이 떨어지는 예능 차원의 공언일 뿐이다.

게다가 트로트 예능의 핵심은 새로운 인물과 재능의 발굴인데, 경연은 단 2주 만에 치열한 경합과정 없이 끝난다. 진행 과정에서 재능을 발견하고, 캐릭터의 매력이 전달되는 게 경연 예능의 핵심인데 여기서는 콘셉트 그대로 장윤정의 '최애'로 뽑혔다는 일방적인 결과만 있다. 즉, 오디션쇼에서 참가자와 제작진과 함께 삼각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시청자가 참여할 구석이 전혀 없다. 여기에다 현역 아이돌이 참가하면서 아이돌 팬덤을 끌어들인다. 이들은 절박함과 능력과 끼를 발산하면서 <프로듀스> 시리즈의 치열함이 믹스된다.

<최애 엔터테인먼트>의 성공 모델은 같은 방송사 <놀면 뭐하니?>의 '싹쓰리'나 '유산슬'이다. 따라서 아마추어가 프로가 되는 성장 과정, 전혀 다른 세 사람이 함께 모여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스토리처럼 하나의 목표 아래로 뭉치는 성장 서사를 보여주는 것을 기대하게 했다. 그런데 <최애엔터테인먼트>는 특이하게도 그 과정을 과감히 건너뛴다. 결성도 금방 되고, 그 후 일주일 단위로 첫 공연이 잡히고, 타이틀곡이 나오고, 바로 녹음에 돌입한다. 멤버 결정, 타이틀 곡 선정 과정, 팀명 정하기 등 모든 선택의 순간마다 팬과의 소통과 사업적 고려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시청자들과 교감할 틈 없이 가벼운 예산으로 숨 가쁘게 진행되는, 이른바 고 남기남 감독식의 진행은 팬덤 문화가 지배적인 오늘날 가요계 환경에서 진정성 있는 신인 그룹 육성이라 보기 힘들다. 매번 새로운 소식을 다섯 멤버들과 함께 통보받는 입장인 김신영과 이특이 자신들은 매니지먼트사의 실장이라기보다 레크리에이션 강사에 더 가까운 것 같다는 농담 속에도 뼈가 있다.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은 그렇게 건너 뛴 성장 과정과 육성 코드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장윤정의 털털한 캐릭터와 이특과 김신영의 진행이란 점이다. 첫 무대 뒤 바로 이어진 단합대회를 비롯한 볼거리나 진행 스타일로 보건데 음악 예능이라고 하기 애매할 정도다. 초점 자체가 참가자나 다섯 멤버의 매력보다 장윤정과, 김신영 쪽에 맞춰져 있다. 장윤정을 위시한 출연자들은 진심을 언급하지만 구조적으로 진지함이나 진정성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나 부족하다.

그런 탓에 장윤정이 화면의 중심에 설수록 김신영과 이특이 힘을 내주면 내줄수록 애초의 기대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시청률 추이도 이런 실망감을 방증한다. 1회 7.2%에서 지난주 6회 4.5%까지 시청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일부 아이돌 팬 커뮤니티를 제외하고는 참가자나 프로그램 자체가 화젯거리와는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최애 엔터테인먼트>는 기존의 트로트 경연, 아이돌 콘텐츠, 성장 서사를 담은 예능 코드 등 여러 프로그램과 장르의 특성을 융합해 나타났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참고한 콘텐츠들의 교집합인 소통과 성장 서사만 도려내고 합쳤다. 그러니 제대로 섞일 리가 없다. 그 어떤 오디션쇼든, 아이돌 예능이든, 성장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는 예능이든 효율성의 차이는 있어도 시청자들이 몰입하고 함께할 수 있는 여지를 두지 않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장윤정이 이끄는 '트로트 명가' <최애 엔터테인먼트>는 까다롭고 예민하게 피드백하며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은 시원하게 생략하고,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능 볼거리 만들기에 집중하는 제작 방식으로 전개된다. 경연이 진행되면서 캐릭터가 갖춰지고 팬덤이 생긴 프로그램 출신들도 방송 이후 성공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마당에 과연 이런 식의 스타 육성 콘텐츠로 탄생한 팀이 방송 밖에서도 단 하루라도 존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트로트업계가 무척이나 치열하다면서 정작 방송은 너무 쉽고 만만하게 들어왔다.

김교석 칼럼니스트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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