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은 괴롭히고 이수근은 너스레, '이식당'이 흥미롭다
[김종성 기자]
▲ tvN <나홀로 이식당>의 한 장면 |
ⓒ tvN |
"내가 생각해도 참 잘해. 뭘 이렇게 하면... 잘해."
고작 10분 남짓밖에 되지 않는 예능 프로그램을 일주일 동안 손꼽아 기다리게 될 줄은 몰랐다. tvN <나홀로 이식당>(연출 나영석, 양정우)말이다. 그건 아마도 '찐 일꾼' 이수근의 넉살에 흠뻑 취했기 때문이리라. "콩나물을 무칠 줄 아냐"고 묻는 백종원에게 "옛날에 선배님도 계셨고 팍팍 무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하는 너스레는 가히 독보적이다. 참으로 유쾌하다.
▲ tvN <나홀로 이식당>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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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모든 답이 담겨 있듯 '나홀로 이식당'은 이수근 혼자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담는다. 배경은 강원도 인제의 3천 평 규모의 감자밭을 끼고 있는 경치 좋은 식당이다. 아무리 '강식당'에서 '설총(설거지 총 책임자)'을 담당하고, 만능 일꾼으로 활약했다고 해도 1인 식당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백종원도 "혼자 식당을 운영하라고 하면 나도 당황할"거라며 우려할 정도였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식당, 나 혼자 할 수 있어"라고 큰소리쳤던 이수근은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했다. 나영석 PD는 끝내 이수근을 강원도 인제의 한 식당으로 데려갔다. 막상 데려다 놓으니 이수근은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다. 동선 파악부터 장사 준비, 불 피우기, 밥 짓기, 재료 손질, 양념 준비, 나물 무치기, 뒷정리까지 무려 31개의 역할을 수행하며 '31 수근'으로 활약했다.
장사를 위한 준비를 하는 바쁜 와중에도 혼자 콩트를 펼치고, 상황극을 만들며 웃음을 유발했다. 스태프에게 리액션을 요구하기도 했고, 중간중간 일이 잘 풀리면 "잘하긴 잘하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출연진이 한 명뿐이라 자칫 심심할 수도 있는 구성이었지만, 쉼없이 말을 이어가는 이수근의 입담 덕에 그런 빈틈은 느낄 수 없었다. 이수근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tvN <나홀로 이식당>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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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근 특유의 넉살은 본격적인 장사가 시작되고 손님들이 당도하면서 더욱 빛났다. 처음에는 예약했던 손님들이 오지 않아 초조함을 드러내던 이수근은 기다렸던 손님들이 오자 조금씩 여유를 되찾았다. 가족 단위로 찾아 온 첫 손님들에게 메인 메뉴인 감자 두루치기와 김치짜글이에 대해 소개를 하더니, 반찬 잘하는 거 있으면 하나만 만들어 주고 가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또, (손님으로 온) 아들에게 직접 밥을 퍼보라며 주걱을 넘겨주기도 했다. 만난 지 1년 됐다는 커플과 혼밥을 즐기러 찾아온 남성까지 금세 테이블이 가득 찼고, 이수근도 흥이 나서 장사에 임했다. 음식에 대한 평가도 좋았다. 카메라가 어색할 수 있는 손님들은 이수근의 부담없는 장난과 농담 덕분에 편안하게 녹아들 수 있었다. 이렇듯 이수근은 식당 운영은 물론 방송까지 원활히 이끌어나갔다.
"나 감독님, 제가 실수하는 거 원하는 거면 넘어지고요."
말이 씨가 된 걸까. 다음 회를 위한 뻔한 복선이었을까. 방송 말미의 예고편은 2화의 느긋한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나홀로 이식당'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 그렇지! 1인 식당을 운영하는 게 이렇게 무난할 리 없었다. 그랬다면 백종원이 걱정할 리도 없었을 것이다. 급기야 '나노(나영석 노예)' 나영석 PD도 주방에 투입됐다. 도대체 '나홀로 이식당'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 tvN <나홀로 이식당>의 한 장면 |
ⓒ tvN |
<나홀로 이식당>은 최근 들어 나영석 월드에서 자취를 감췄던 티격태격의 묘미, 나영석과 출연진 간에 즐거운 긴장감을 되살렸다는 데 예능적 포인트가 있다. 한때 격하게 티격태격했던 이서진이 더 이상 괴롭힐 수 없는 형이 된 시점에, 나영석과 이수근의 케미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흥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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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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